언니가 동생에게 남기는 속마음 편지
2월 말, 동생이 취업 소식을 전해왔다.
축하하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여려서 잘 울고 예민해서 눈치도 걱정도 많은 성격이 날 꼭 닮은걸 잘 알았기에 미리부터 걱정이 앞섰다.
2~3년 전인가 생일에 동생이 써줬던 편지 내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언니는 대학에 가서도 알바도, 대외활동도, 학교생활도 뭐 하나 빠짐없이 알아서 참 열심히 하며 사는 거 같다고, 나도 대학생이 되면 언니처럼 성실히 살고 싶다고, 언니를 닮았단(외모) 얘길 듣는 건 참 싫은데, 이런 성격을 닮았단 얘기는 듣기 좋다고'
코로나가 터지고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마주하던 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수칙과 이슈를 뉴스로 확인할 만큼 정신없던 해 동생은 고3이었다. 그 해에는 직장인, 입학생, 졸업생, 신생아 누가 가장 안타깝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학교에 가도 친구와 마주해 밥을 먹지 못하고 원하는 공간에서 집중해 공부하지 못했으며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1년이 흘러 수능을 본 동생이 세상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코로나가 삼켜버린 3년 안에 대학까지 졸업해 버린 동생은 놀기도 어울리기도 좋아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성실히 이행한 덕에 가까운 친구를 남기지 못했다.
제대로 된 준비도, 다양한 경험도 못한 채 취직하게 된 동생의 상황에 걱정이 앞섰다.
"엄마.. 저 막내 동생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울 거 같은데"
"쉿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이겨낼 거야"
차라리 힘들다 하소연하고, 관두고 싶다 토로하는 말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묵묵히 다닌 지 3주가 다 돼 갔다.
주말 오후 목 놓아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이해됐다. 의욕은 무너지는데 몸은 다시 출근해야 하는 저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울지 공감됐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남기고 두고두고 신경 쓸 거란 걸 알았다. 새로운 조직에서의 적응기 동안 얼마나 힘들어할지 아는 만큼 더 마음이 안 좋았다.
동생은 친구와 통화하다 들은 위로 한마디에 목을 놓아 울었다.
우리 가족은 위로도, 조언도, 그렇다고 그만둬라 선언도 할 수 없었다.
가까이에서 아껴줄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무심한 우리 가족 대신에 위로해 주고
힘주면 좋겠다고..
힘든 시기에 힘이 되는 사람이 보듬어주며 그 시기를 이겨내는데 한 끗이라도 보탬이 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기적인 생각이 들어버렸다.
적응기동안 옳은 건 배우되 틀린 건 버리면서,
모르는 건 익히되 쌀쌀맞은 말에는 스스로에게
상처 내지 않으면서 잘 성장하면 좋겠다.
오래 걸리겠지만 또 잘 이겨내는 애니까
울고 무서워했던 오늘을 추억하듯 얘기하는 나중이 얼른 오면 좋겠다.
강하고 단단하게 자라 오늘같이 울던 때를 귀엽게 추억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