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형 모험가 Jul 13. 2023

사회초년생은 단단해지는 중

언니가 동생에게 남기는 속마음 편지

2월 말, 동생이 취업 소식을 전해왔다.

축하하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여려서 잘 울고 예민해서 눈치도 걱정도 많은 성격이 날 꼭 닮은걸 잘 알았기에 미리부터 걱정이 앞섰다. 




2~3년 전인가 생일에 동생이 써줬던 편지 내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언니는 대학에 가서도 알바도, 대외활동도, 학교생활도 뭐 하나 빠짐없이 알아서 참 열심히 하며 사는 거 같다고, 나도 대학생이 되면 언니처럼 성실히 살고 싶다고, 언니를 닮았단(외모) 얘길 듣는 건 참 싫은데, 이런 성격을 닮았단 얘기는 듣기 좋다고'


코로나가 터지고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마주하던 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수칙과 이슈를 뉴스로 확인할 만큼 정신없던 해 동생은 고3이었다. 그 해에는 직장인, 입학생, 졸업생, 신생아 누가 가장 안타깝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학교에 가도 친구와 마주해 밥을 먹지 못하고 원하는 공간에서 집중해 공부하지 못했으며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1년이 흘러 수능을 본 동생이 세상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코로나가 삼켜버린 3년 안에 대학까지 졸업해 버린 동생은 놀기도 어울리기도 좋아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성실히 이행한 덕에 가까운 친구를 남기지 못했다. 




제대로 된 준비도, 다양한 경험도 못한 채 취직하게 된 동생의 상황에 걱정이 앞섰다. 


"엄마.. 저 막내 동생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울 거 같은데"

"쉿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이겨낼 거야" 


차라리 힘들다 하소연하고, 관두고 싶다 토로하는 말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묵묵히 다닌 지 3주가 다 돼 갔다.


주말 오후 목 놓아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이해됐다. 의욕은 무너지는데 몸은 다시 출근해야 하는 저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울지 공감됐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남기고 두고두고 신경 쓸 거란 걸 알았다. 새로운 조직에서의 적응기 동안 얼마나 힘들어할지 아는 만큼 더 마음이 안 좋았다. 

동생은 친구와 통화하다 들은 위로 한마디에 목을 놓아 울었다.

우리 가족은 위로도, 조언도, 그렇다고 그만둬라 선언도 할 수 없었다. 



가까이에서 아껴줄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무심한 우리 가족 대신에 위로해 주고 

힘주면 좋겠다고..

힘든 시기에 힘이 되는 사람이 보듬어주며 그 시기를 이겨내는데 한 끗이라도 보탬이 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기적인 생각이 들어버렸다.


적응기동안 옳은 건 배우되 틀린 건 버리면서,

모르는 건 익히되 쌀쌀맞은 말에는 스스로에게 

상처 내지 않으면서 잘 성장하면 좋겠다. 

오래 걸리겠지만 또 잘 이겨내는 애니까

울고 무서워했던 오늘을 추억하듯 얘기하는 나중이 얼른 오면 좋겠다. 

강하고 단단하게 자라 오늘같이 울던 때를 귀엽게 추억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여유, 솔직한 나를 알기 위해 필요한 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