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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형 모험가 Jul 27. 2023

사실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자꾸 스스로에게 의심이 든다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친구는 여러번의 이직을 거쳐 5번째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다. 알고 지내온지만 12년째이기에 선택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인지 난 알고 있었다. 정당한 요구를 할 줄 알고 자기 일을 자부하며 하고 있음을 같은 직장에 안다녀 봐도 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보호자를 대하고, 선생님들과는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인걸 난 안다.


"벽에 대고 얘기하는거같아"라고 표현한 상사는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비합리적인 업무분장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데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 일을 분담하고 합을 맞춰야하는 그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날 줄을 몰랐고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도저히 의사소통을 시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저분한 말다툼이 반복되다 친구는 지쳐버렸다.


주5회 꾸준히 운동을 다니는 친구에게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철역에서 집까지 15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 도착하는가하면 온종일 몸이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답답함이 쌓이고 고였으면 신체화까지 나타날까싶어 이렇게 만든 한 사람한테 화가 났다.

이건 결코 체력이나 가벼운 스트레스의 문제가 아니었다.

친구는 이런 소통도 물론 답답하지단순히 지금 겪는 감정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단다. 자주 직장을 옮겨다니는 이유가 계속 사람 때문인데에는 본인의 인내력이나 자질의 부족함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고 했다.


신날 때 저절로 흥얼거리는 노래가 동요일때도 애들 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귀엽지 않냐며 미소지을 때도 나는 자기 적성과 딱맞는 직업을 잘도 찾은 친구가 신기했다. 나에게만은 이 분야에서 얘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런 친구에게 '이 쯤되면 나한테 잘못이 있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회가 또 미워질 뻔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화내준 다음, 밥친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달라는 말밖에 없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묻던 안부를 두 번 물을 수 있게 용기내준 게 고마웠다. 무거운 마음의 짐 혼자 다 짊어지지 말고 조금씩 내려놓아도 된다고, 그 짐 내려놓는다해서 누군가 대신 메고 힘들어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친구는 틀린 말에는 반박하고, 일에 있어 언제도 대충인 적이 없었으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며 일하는 지금 너무 잘 해내고 있다. 또 새로운 유형의 오답을 고치고 배우는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 우리가 보는 선배보다 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친구가 보인다.




20대 사회인으로 살아가며 일주일에 몇 번이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매일 혼자는데 원래 다 이렇게 혼나는 건가? 일하며 재밌는 순간이 있다기엔 힘들고 고된 시간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은거 같은데 이게 맞나? 외향적인 나도 회사에서는 누구랑도 대화를 꺼리게 되는데 나랑 안맞는게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들 땐 혼자 결론을 짓기 전에 생각해보면 좋겠다. '얼마나 일을 잘 해내고 싶기에 이런 고민이 끝도 없을까'

사실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욕심도 생기고, 실수하기 싫고, 도전하기 두려운 걸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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