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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형 모험가 Aug 04. 2023

현명하게 거절하기

내 부탁에는 한없이 단호한 동생에게 보내는 응원

저녁을 먹던 동생이 이런 말을 던져왔다.


'누가 나한테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어떡해?'


거절을 해야하는 상황에 닥치면 내가 정말 해주고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잘 설명하면서 거절하기가 참 난감해진다. 마치 공은 나에게 주어졌고 서브를 잘 던지기 전 모든 시선을 받고 있는 기분이랄까. 부탁받지만 않았더라면 불편하지도 않았을 오늘 하루가, 말 한마디에 집중력을 쬭 하고 뺏긴 기분이지.



나도 거절하기 참 어려워했던(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사람으로서 난 보통 다음과 같은 경우였다.


첫번 째, 사람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

반대로 본인이 부탁할 일이 생길 때 거절당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인거다. 거절하면 그 사람이 속상해하거나 나아가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날 미워할까봐 하는 여린 생각이 이유다.

두번 째, 예전부터 들을 수 밖에 없던 부탁을 받아왔던 것이 연습이나 습관이 된 경우

거절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또는,

거절을 포함해 원래 자기주장을 어려워하는 경우

"싫다"는 부정적인 표현 자체가 부담스럽다.

받은 부탁이 내가 해주기에 수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거절을 하고싶은데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포기하면서 수락하는 경험도 있다.

동생은 직장 뿐만 아니라 친구와 약속으로 잡을 때 조차 대중교통으로 1시간 가량 이동하면서까지 친구에게 유리한 동네에서 밥을 먹고 늦은 시간 돌아온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게 연습이 된 것 같다.  

앞으로는 동생이 한마디라도 던져보고 친구보다 본인 속마음을 먼저 읽는 연습을 해나가면 좋겠다.




어려운 부탁을 받았을 때 단번에 '아..듣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면 이제는 거절하는 방법을 익힐 때가 온 듯하다.

나도 거절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가슴이 빨리 뛰면서, 이 죄스러운 기분을 느낄 바에는 까짓거하고 말자, 내가 조금 고생하지 뭐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가장 빠르게 피하는 방법이고 그에 따른 후유증이 남는다. (잠을 쪼개야 할 수도 돈을 더 들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동생에게 알려준 방어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먼저 그 부탁을 수락한 뒤 몹시 곤란해질 나의 상황을 떠올려본다.(생각만해도 시간아까움::) 시간이 부족하고, 나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며, 내 일에 쏟을 힘을 나누어 쓰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잖아?

거절하지 않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례한 것이다.


「일을 못하는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런 마인드를 장착하고 나면 무리한 부탁을 받을 때마다 나를 잘 지키면서 소통하고 싶어진다.


두번째, 그 부탁을 거절해서 상대가 화를 내거나 토라질 것 같다? 멀어질 것 같다? 오히려 잘 됐다.

부탁한 사람은 딱 나를 그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잘 거절해봄으로서 불필요한 관계는 약간 멀어질수도, 어떤 사람과는 더 돈독해질 수도 있다. 거절을 했을 때 왠지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거같아 걱정된다면 오히려 잘됐다, 딱 그정도였던 사람과는 멀어지고 난 곤란한 부탁을 받지 않게 되는 후련함이 주어진다.


세번째, 거절하지 않았을 때 계속해서 겪게 될 후회, 곤란함, 당혹스러움 그거 다 느끼는거보다 거절하는 순간 잠깐의 감정을 느끼는 편이 더 가볍다. 지금은 딱 잘라 거절하기 너무 어렵겠지..만 이후의 나에게 무례한 것 보다는 지금 거절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보다 부탁한 사람이 상처받지 않고, 괜찮을 수 있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거절을 표현한 내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기도 하다.


네번째, 누구에게나 어렵다. 어려운 게 당연하다. 거절 잘하는건 하나의 강점으로 뽑아도 될 역량 아닐까? 그만큼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거절하기를 어려워할 거다. 그게 직장 내 직위 때문일수도,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관계이기 때문일수도, 특히 너무 공감되는 상황이라 크게 이입이 되는 경우일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어려워한다.


근데 너한테 부탁하는거? 만만해서가 아니고, 맡기면 잘하니까 그래. 잘난 걸 뭐 어쩌겠어^^



그러니 동생아,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면 또 떨리고 미안하겠지, 그래도 순간의 감정만 느끼고 나를 지켜내보자. 분명, '아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너무 힘들었을거야' 하고 거절했던 나를 칭찬하고 싶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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