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속세가 높아 징벌적이기 때문에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여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재정수입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이내이다. 이는 상속세의 본래 목적인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자의 탈세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쟁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세금이 역진적인 조세시스템에서 상속세는 조세부담의 균형을 맞추는 세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죽어서라도 조세부담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가난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하는 세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다른 세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을 통하여 다른 적을 통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같은 생각이다. 미국이 소득세를 도입한 기본적인 이유는 이것이었다. 소득세를 통하여 관세의 악, 즉 높은 역진성을 완화하여 조세부담을 공평하게 하자는 것이다.
부자가 재능과 노력으로 축적한 돈을 상속세로 강탈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높은 상속세율 하나만 보면 더욱 그러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이룬 부를 자손에게 물려줄 권리가 있다. 부자를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부자는 역진적인 세금으로 이익을 볼 권리 또한 없다. 부자가 많은 돈을 벌면서 절세 전략을 동원하여 자기 몫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어떨까? 이런 부자에게 상속 시점에서 전체적인 세금부담을 균등하게 하는 것은 재산 몰수와 아무 관련이 없다. 따라서 진정한 논쟁은 전체적인 조세시스템에 부자들이 공정하게 세금을 납부했는가? 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상속인이 평생 납부한 세금 총액을 상속세 계산에서 공제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피상속인이 100 억의 부를 축적하는 동안 평생 40억의 세금을 냈다면 이 금액의 2배를 공제하고 나머지 20억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도록 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 상속세는 형평세라 부를 수 있다. 형평세는 상속인이 평소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다면 사후에 상속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균형을 맞추는 세금이 된다.
통계로 검증해 봐야겠지만 상속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납부한 세금이라면 납부 세액의 3배 이상을 공제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평소 세금을 정당하게 낸 사람은 대접하고 탈세 전략에 성공한 사람을 중과하여 사후 세금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를 도입하면 상속세는 이중과세라는 문제도 해결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탈세 전략도 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싶게 만드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체계적인 상 속세 탈세 전략 또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납세 의식 장려와 행정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상속세를 형평세라고 부르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가 좋아할 것이다.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져온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참고문헌
American Taxation American Slavery (Robin L. Einhorn, The University of Chicago 2006) How to talk about taxes, Page 261-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