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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Dec 04. 2023

바른 세금의 4가지 기둥

모릴(Justin Morrill)은 남북전쟁 당시 소득세를 아담과 이브가 ‘세금 없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야 하는 것으로 비교하였다. 이후,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에덴동산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세상에서 살아가는 위험에 대처하고 현대 복지국가의 필요를 위해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상낙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조세 시스템은 거대한 건축물과 같다. 국가라는 건축물은 4개의 기둥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첫 번째 기둥은 정부가 만드는 공정한 시스템, 두 번째 기둥은 정부의 건전한 지출, 세 번째 기둥은 시민의 납세의식 그리고 마지막은 시민들의 참여와 요구이다. 


첫째, 정부는 건전한 조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조세의 부과와 징수는 공정하고 모든 시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강조하였지만, 나는 모든 소득에 대해 예외 없이 동일한 세율로 과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자본소득은 근로소득보다 더 높이 과세하여야 한다. 


미국 워렌(Elizabeth Warren) 의원의 주장처럼 3%의 부유세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을 지지한다. 각종 단체에서 징수하는 세금 아닌 세금은 전면 재검토되어 상당 부분 폐지되어야 한다. 소리 소문 없는 인플레이션 세금은 전면 재조정되어야 한다. 세법과 세제는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특정 집단에 대해 정책적 배려의 필요가 있으면 면세가 아니고 재정을 통한 집행 하여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납세의식(Tax morale)’을 많이 이야기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해 사람들이 세금을 납부하고자 하는 의사를 말한다. 조세가 공평하다고 느끼면, 납세 의식은 높아진다. 이해하기 힘든 세법은 납세의식을 떨어뜨린다. 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지 않고 탈세를 시도하도록 한다. 자신이 부당하게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믿는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탈세는 정의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조세에 대한 불만은 때로는 탈세를 정당화한다. 러시아 속담에 ‘모든 사람이 도둑질하면, 도둑은 한 사람도 없다.’ 하였고, 프랑스 속담은 ‘어느 누구도 국가로부터는 도둑이 될 수 없다’ 하였다. JP 모건은 의회는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하였다. 의회가 징수하는 법을 모르면,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하였다. 


둘째, 재정 지출은 건전하여야 한다. 정부는 항상 과도하게 지출한다. 인기를 위해 영혼까지 파는 정치인이 돈 쓸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영국이 세계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일찌감치 확립된 의회의 국왕 견제였다. 영국은 영원한 지출자인 왕에게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세율을 올리는 권리를 주지 않았다. 영국 왕은 근검절약할 수밖에 없었고, 대신 국가와 국민은 번성하였다. 


스위스는 유권자가 재정에 관하여 최종 결정을 한다. 직접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나, 스위스 국회의원은 자신의 급료를 인상하는 법안에 표결할 수 없다. 급료 인상은 반드시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세율 인상이 필요한 경우 유권자가 승인하여야 한다. 정부도 보통 사람과 같이 있는 수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정부가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깨트리는 일이 된다.


정부가 불필요한 경비를 지출하고 재정을 엉뚱한 곳에 집행한다는 의심이 있으면, 사람들은 관련 법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세금은 강제력에 의존하여 징수하여야 한다. 신뢰는 국가가 조세 징수를 공정하게 한다는 믿음과 이를 건전하게 집행한다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조세 제도는 신뢰이다.


셋째,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정당한 몫은 모든 시민이 납부하여야 한다. 세금은 피할 수 없어 내는 공적 의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동체 비용이다. 사설 소방의 피해를 깨우친 로마 시민들이 공공 소방을 원하였듯이 학교, 소방, 국방, 복지 등의 공공 업무는 모든 사람들의 돈을 모아 공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공공서비스가 인기 있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납세 의식이 높아진다. 시민들은 기쁜 마음으로 납세하여야 하고 세금을 많이 납부하였다는 것이 명예와 부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을 받아야 하며, 사람들은 더 많은 기여를 통하여 사회에서 대우를 받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높은 납세 의식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공공 기여를 회피하는 미꾸라지 지도층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를 포함한다. 


넷째, 시민들의 참여와 요구이다. 정치와 조세제도는 스스로 개혁하기 어렵다. 정치적 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실세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낸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합법적 조세 면제는 실세들의 특권이고, 탈세는 나머지 사람들의 대안이다. 바람직한 조세 제도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세금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토론 주제가 되어야 하며, 선거의 핵심 이슈로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세금에 대한 논쟁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에 대한 논쟁이다. 공정한 과세는 바른 균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는 역류를 거슬러 가는 돛단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기득권의 로비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뒤로 나가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시민들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현재의 조세시스템에서 볼 수 있다. 


20세기 정부의 역할과 재정 수요는 3배 이상 늘어났지만 부자가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몫은 100년 전으로 후퇴하였다. 공정한 조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부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형사제도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오명을 쓰고 있듯이, 조세제도는 꾸준한 논쟁을 통하여 유전면세(有錢免稅), 무전과세(無錢課稅)로 타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위대한 국가들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세금으로 위대한 국가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국가는 타락하기 시작하여 불공정한 세금으로 무너졌다. 세금은 불을 다루는 것과 같다. 적절한 관리와 돌봄이 없으면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을 다 태울 수도 있고, 적절히 관리되는 세금은 좋은 나라를 만들고 행복을 가져다준다. 


조세는 좋은 사회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조세 시스템은 국가의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국가는 누가 세금을 내고, 무엇에 대하여 세금을 내고,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징수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장 잘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조세정책은 결국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탈세를 용인하는 것도 우리가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당장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공약보다는 정치가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권리행사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각하고 요구해야 정치가 바뀔 수 있다. 누가 세금을 어떻게 내는가를 두고 우리가 오늘 내린 결정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금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여야 한다. 과연 지금의 세금이 과연 공정한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세금은 무엇일까? 



이 글은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에 수록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참고 문헌

The Great Tax Wars (Steven R. Weisman, Simson & Schuster 2004), Chase has no money, page 34, Epilogue, page 367

A Fine Mess (T.R. Reid, Penguin Press 2017), Simplify, Simplify, page 218

The Great Tax Wars (Steven R. Weisman, Simson & Schuster 2004), Epilogue, page 366,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axes, page 3¸ The Artful Dodger: Evasion and Avoidance, page 395-404, 

Fight Flight Fraud (Charles Adams, Euro-Dutch Publishers,1982), Proposition 13: Format for reform, page 28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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