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모유수유와 이유식, 그리고 수면
이제 곧 9개월을 며칠 앞둔 상태에서 성장점검을 해보려 한다. 항상 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힘들었던 것은 '내가 맞게 하고 있는가'였다. 아기마다 성격도 다르고, 뱃구레도 다르고, 발달속도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주변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교육가치관 확립 측면에서 정이비 교수님의 ami 오리엔테이션 과정(0-3세)을 이수하였고, 성장 및 발달에 있어서는 삐뽀삐뽀 119 책 및 유튜브(하정훈 선생님, 정유미 선생님)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문가들의 강의를 집에서 편하게 듣고 육아에 적용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이다.
1. 환경
어른에게는 환경에 대한 기준이 있다. 자기가 처한 환경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또는 조용한지 시끄러운지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아기는 그렇지 않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이 기준점이 된다. 만일 집에 항상 먼지가 굴러다니는 환경에 아기를 둔다면 아기는 그 환경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아기에게 깨끗하고 조용하되,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 집은 베이비룸이 없다. 아기가 가지 못하도록 막은 곳도 없다. 아기는 자유롭게 기어 다니고 탐색하고 가구를 잡고 일어선다. 다만 아기에게 위험할 수 있는 물건들은 치우고 가구들도 재배치하였다. 또한 큰 소리가 나거나 화려한 불빛이 나는 장난감은 없다. 평소에 동요를 틀어놓지도 않는다. 아기에게 벌써부터 큰 자극을 주고 싶지 않고,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의외로 아기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심심해 보여도 막상 심심해하지 않는다. 온 세상이 다 처음이기에 신기해하며 탐색한다. 우리 아기는 주로 원목으로 된 장난감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탐색하거나 또는 책을 보며 하루를 보낸다. 보행기, 쏘서 등의 아기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장난감도 두지 않았다. 아기가 원할 때 스스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2. 식사
모유수유와 이유식을 병행하고 있다. 모유수유는 정말 하기 잘한 것 중 하나이다. 8개월이 되어 자유롭게 기어 다닐 수 있게 되자, 아기는 수유할 때가 되면 웃으면서 나에게 기어 온다. 매우 행복해하며 까르르 웃으면서 기어 온다. 여태까지 표현을 못했을 뿐이지 항상 이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수유시간을 기다렸구나 싶다. 품에 폭 안겨서 내 몸에 착 붙어서 수유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이유식은 얼마 전부터 자기 주도이유식과 죽이유식을 같이 하고 있다. 자기 주도이유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부터 아기가 스푼을 스스로 쥐고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자기가 스푼을 쥐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그 경향이 매우 강해져서 양육자의 손을 뿌리치고 자기가 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주도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아기가 잘 먹어주고 금방 적응하고 있다. 작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음식을 집어 입에 넣고 탐색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처음엔 많이 흘리고 먹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손 움직임이 정교해져서 거의 흘리지도 않고 깔끔하게 먹는다. 스스로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아기는 하루하루 다르게 배워나간다.
3. 수면
6개월부터 분리수면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기와 양육자의 수면의 질 상승 때문이다. 주양육자로서 아기가 조금만 소리를 내도 쉽게 깨곤 하였다. 아기 또한 어른들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면 자기도 뒤척이곤 했다. 그래서 6개월이 되자마자 분리수면을 하였고 새벽수유도 중단하였다(단칼에 중단한 것은 아니다.). 아기는 보통 저녁 7-8시에 잠들어 11-12시간 정도 통잠을 잔다. 양육자로서도 육퇴가 빨라서 좋고, 아기도 푹 자고 일어나서 좋다. 아기와 분리수면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가 6-7살이 되도록 같이 자야 하는 경우를 보았다. 양육자도 고되어 보이고 아기도 스스로 혼자 잠들 수 없어 힘들어 보였다. 따라서 큰 문제가 없다면 분리수면 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워서 잠만 자던 작은 아기가 어느덧 식사시간에 같이 자리하고 스스로 밥을 먹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나에게는 비슷한 하루일지라도 아기의 삶에서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하루하루다. 아기의 소중한 하루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