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인 우리 아기는 현재 자기주도이유식을 하고 있다. 6개월부터 8개월까지 토핑이유식을 했고 9개월부터는 숟가락질을 스스로 하고 싶어 해서 자기주도이유식을 하게 되었다. 자기주도이유식이라 해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주식으로는 진밥이나 밥볼을 주고 반찬들을 제공한다. 자기주도이유식을 하게 되니 아기와 같이 식사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자유롭고, 아기가 신나게 음식들을 탐색하고 입에 넣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보람차다.
최근 한 이유식 업체가 재료함량을 속인 것 때문에 떠들썩했다. 초기 쌀미음 함량조차 속인 것을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기가 7개월쯤 외출할 일이 있어 시판 이유식 테스트분을 시켜본 적이 있는데 입자도 너무 잘고 대강 보기에도 쌀이 채소, 고기보다 너무 많아 보여서 집에 있던 고기큐브를 추가해 먹였던 기억이 난다. 아기에게는 하루하루 적정량의 고기제공을 통한 철분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아기에게 먹는 걸로 장난쳤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 눈에 대강 보이는 재료함량도 장난을 치는데, 재료의 질이나 만드는 공정, 배송과정 등도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6개월부터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한 이유는 그저 직접 재료를 고르고, 고기를 넉넉히 주고 싶어서였다. 아무리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쓴다고 해도 영리를 추구하는 업체가 정말 좋은 재료, 좋은 부위의 고기를 쓸지 의심되었다. 처음에는 질감도 잘 못 맞추고 물조절도 잘 못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뚝딱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요리를 잘하지 않았던 나는 이유식을 만들며 신선한 재료 고르는 법도 알게 되었고 각종 야채와 고기를 손질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바쁠 때에는 가끔 다음날 메뉴고민에 쫓기는 느낌도 들지만, 주말에 남편과 같이 대량생산해서 냉동보관 한 뒤 주중에 소진하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끼니를 차릴 수 있다.
새로운 재료나 요리를 제공할 때 아기의 반응도 신선해서 만들면서 기대하게 된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우물우물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맛있게 잘 먹었을 때, 우리 아기는 웃으며 기립박수를 친다(물론 맛없을 때는 그냥 묵묵히 만지작거린다. 그래도 2번 3번 제공하면 잘 먹게 된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미슐랭 레스토랑 요리사 못지않은 보람찬 기분이 든다.
아기를 키우며 나도 전에 몰랐던 것들, 못했던 것들을 새로 배워나간다. 그 과정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일에는 비할 수 없는 '아이의 웃음과 행복, 건강'이라는 큰 보상이 따른다. 앞으로 할 수 있는 데 까지 직접 만들여서 먹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