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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May 19. 2024

제주도 여행 기록

17개월 아기와 함께한 5박 6일 제주도여행

이번주 공휴일이 있는 겸, 육아휴직 중인 남편의 추진력에 의해 5박 6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길게 제주도를 간 적은 없었는데 운이 좋게도 남편의 친구가 숙소와 차를 제공해 주어서 생각보다 길고 편하게 여행을 다녀왔다. 아기와 길게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라 조금 걱정도 되었는데 아기가 생각보다 좋아한 장소가 많았고 나도 복직 후 휴식이 필요했던 터라 정말 행복한 기억들을 많이 쌓고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이 지나면 행복한 기억이 잊힐 것 같아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조금 막연히 나열해 보자면, 아기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양하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관찰하고 들은 뒤 그 소리를 같이 따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 부우우 우는 부엉이 소리, 그리고 꼬끼오~ 우는 닭소리까지 여러 소리들을 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다가 들리는 새소리에 갑자기 까악거리던 우리 아기의 모습. 그리고 애호박파스타(남편이 만든)를 먹으며 잘게 채썰린 애호박하나를 집더니 움틀움틀(꿈틀꿈틀) 애벌레를 발견했다며 보여주던 모습. 블루베리 따기 체험을 하면서 아기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파랗게 익은 블루베리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신중하게 고르며 집중하던 모습. 체험하고 와서 직접 블루베리를 한알씩 나눠주고 다 같이 깡!(짠) 하자며 웃던 모습(마지막 4알이 남았을 때엔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나눠주지 않고 혼자 다 먹던 모습도~).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고 뿌듯해하던 얼굴. 그리고 움직이는 소라게를 보며 흥미롭게 관찰하다가 조심스럽게 집어 들던 모습. 지친 하루 끝에 함께 누워 새로 익힌 다양한 새소리들을 같이 따라 하다 짐 든 날. 이 기억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준비해 준 남편에게도 많은 감사함을 느꼈다. 더운 날씨 지칠 수 있는 일정임에도 항상 아기에게 따뜻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아기가 집중하는 시간을 같이 기다려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소들을 아기에게 보여주려고 열심히 찾던 남편의 모습들도 같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기억력은 안 좋은 일을 3배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행복했던 기억들을 더 많이 기억에 새기면 된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좋은 기억들이 많이 많이 쌓이고 있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 아기에게 또 한 번 사랑을 느끼며 다음 주 출근도 힘내야겠다. 


(+) 오늘 나뭇가지로 나비모양을 만들어 주었는데, 바로 팔랑팔랑~ 손짓을 하며 웃으며 나비라고 해주는 우리 아가. 내가 실제로 하는 것은 별거 아닌데, 항상 더 좋게 받아들여주는 아기가 있어서 또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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