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파괴' 도전기 - 2. 반도체 개발
#나의기록 #에세이
- 반도체 개발
그렇게 저는 입원 중에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창업하고 계속 공부를 하던 중에 어느 날 나이가 저보다 많으신 새로운 환자분이 제 옆 침대로 오셨는데 제게 무슨 원서(비트코인 논문)를 그렇게 보냐고 묻더군요. 저는 어르신은 이거 봐도 모른다고 말했으나 갑자기 그분이 엄청 흥분하면서(원래 뇌 손상 환자들이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됨) 본인이 미국 박사 출신이라며 자신을 무시한다고 제게 매우 화를 내시더군요.
저는 그래서 그분에게 사과를 하고 비트코인 논문을 보여줬더니 그분도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로 서로가 친해져서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마침 삼성 출신 전자공학박사님이었고, 그분은 제게 전자공학(반도체) 분야를 저는 그분에게 경제 분야를 서로에게 얘기하며 매일 같이 브레인스토밍하는 시간을 약 6개월간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매일 봉은사 뒷산을 재활 삼아 열심히 걸으며 서로 브레인스토밍을 했던 시간이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는 제게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에 결국, 이 분야의 끝판왕은 미국 골드러시 시대에 최후의 승자로 리바이스 청바지가 남게 됐듯 블록체인 분야 최후의 승자는 결국 코인이 아닌 반도체(알고리즘 고속 연산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가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반도체 기술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인데 왜 블록체인 관련 반도체는 중국 회사들이 압도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었고 그러한 의문을 박사님과의 브레인스토밍 중에 얘기했더니 박사님은 좋은 질문이라며 생각을 좀 해보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며칠 후, 박사님은 저와 함께 하면 반도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하셨고 저는 고민 끝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원래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죠. 그때부터 저와 박사님은 주말마다 병원에서 외출증을 끊고 나와 삼성, LG, SK, KAIST, ETRI 기타 등등의 곳을 방문하며 반도체 전문가들과의 미팅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두 명의 덤앤더머 환자들이 개뿔도 없이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사방팔방 미친 사람처럼 알아보러 다닌 걸 보면 아마도 그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상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아마 시도조차 하지 않았겠죠.
그렇게 반도체 개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계속 알아보던 저는 만 2년간의 재활 치료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고 박사님 또한 약 한 달 후에 퇴원을 하면서 저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의기투합한 박사님 및 제 친구, 선후배들은 반도체 개발을 위한 팀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우리는 비 메모리 주문형 반도체(ASIC)를 만들기 위한 전 단계인 FPGA라는 프로토타입까지 구현하게 되었고 반도체 전공을 하지 않은 제가 결국 블록체인 알고리즘(SHA-256)을 고속으로 연산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고 평소 제가 꿈꾸던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