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머스 맬서스

by 임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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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맬서스는 1766년 영국 서리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인구론’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인간 사회의 번영과 몰락을 인구와 식량이라는 두 변수로 설명하려 했던 맬서스의 이론은 당대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도 환경 문제, 기후 위기, 자원 고갈을 논할 때마다 그가 소환된다.


맬서스의 문제의식은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했다. 그는 번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결코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으로 봤다. 이 욕망이 허락하는 한 인류는 가능한 한 많은 자녀를 낳으려 할 것이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2→4→8→16) 증가한다. 반면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의 사정은 다르다. 농업 생산력은 비료나 농기구의 개량이 있더라도 토지 자체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식량은 고작 산술급수적으로(1→2→3→4) 증가할 뿐이라는 것이 맬서스의 주장이다. 결국 폭발하는 인구를 빈약한 식량이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 거대한 간극이 빈곤, 기근, 전쟁, 역병이라는 재앙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맬서스는 1798년 인구론에서 암울한 통찰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인류의 역사가 이 비극적 수학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그는 단순한 예언가가 아니었다.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예방적 억제와 적극적 억제로 구분했다. 예방적 억제란 결혼을 늦추거나 출산을 줄이는 자발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다. 반면 적극적 억제는 재앙을 통해 인구가 강제로 줄어드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맬서스는 인간이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 한 자연은 반드시 재앙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혁명으로 전례 없는 생산력 향상이 이뤄졌지만 도시 빈민 문제도 극심했다. 맬서스는 구빈법 등 복지 제도가 가난을 해결하기는커녕 가난한 이들의 출산을 부추겨 인구 압력만 키운다고 비판했다.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으며, 어설픈 자선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맬서스의 생각은 인간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많은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찰스 다윈은 생존을 위한 자원의 제약 속에서 개체가 선택된다는 ‘자연 선택’ 아이디어의 결정적 영감을 인구론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이 아무리 이뤄져도 인구 증가가 모든 것을 잠식해버린다는 ‘맬서스 함정’ 개념은 리카도의 ‘임금 철칙’ 사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맬서스의 예언은 20세기에 들어 완벽히 빗나갔다. 화학 비료, 기계화, 품종 개량 등 농업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기근으로 사라지지 않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지탱할 만큼의 식량을 확보했다. 그렇다고 그의 사상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며,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인류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경고는 현재 기후위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1970년대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맬서스의 유령을 현대에 되살렸다. 자원 고갈, 인구 폭발, 환경 파괴가 맞물려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한 세기 전에는 ‘빈민을 돕지 말라’는 냉혹함 때문에 비판받았다면 이제는 ‘성장의 한계’를 경고한 선구안 때문에 재평가받는 셈이다.


맬서스 사상의 힘은 단순함에 있다. 인구와 식량이라는 두 변수를 통해 사회의 장기적 운명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는 기술 발전, 제도, 국제무역 등 변수들이 맬서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인류가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과 자원과 인구의 균형이 언제나 사회적 긴장의 원천이 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막연한 비관주의자는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을 직시하고,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한 현실주의자였다. 인류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그 욕망을 제어하지 않으면 결국 자연이 대신 개입한다는 경고는 시대를 넘어선 울림을 준다. 맬서스는 애덤 스미스가 열어젖힌 성장의 시대에 처음으로 한계라는 제동장치를 떠올린 사상가로서 의미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풍요 속의 불안을 사는 21세기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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