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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영 May 05. 2023

살기 위하여!

미련 두지 않기


1. 불안한 기다림의 연속 (압둘라자크 구르나 『낙원』)



가난한 집안의 12살 소년 유수프. 그는 가끔 집에 오시는 아지즈 아저씨를 잘 따른다. 아저씨가 집에 오시는 날엔 엄마가 맛있는 음식도 하고, 아저씨에게 용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는 유수프를 아저씨네 집으로 데려간다. 아저씨에게 빚이 있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빚 대신 보낸 것이다. 그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언제 다시 부모님을 만나게 될지 집으로 돌아가게 될지 유수프는 알 수가 없다.   


아저씨네 가게에서 일을 돕던 유수프는 상인인 아저씨를 따라 물건을 팔러 가는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여행 중 들른 산동네에는 아저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아저씨는 유수프를 그곳에 머물게 한다. 어느덧 17살이 된 유수프. 긴 여행에서 돌아온 아저씨는 다음 여행에 유수프를 데려간다. 여행 중 온갖 낯설고 힘든 경험을 하는 유수프.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어디로 가게 될지 유수프는 알 수가 없다.


힘든 여행을 끝내고 아저씨네 집으로 돌아온 유수프. 아저씨네 집 정원에서 아미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아저씨의 첩이다.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한편 유수프를 마음에 두고 있던 아저씨의 아내, 즐레카. 그녀에게 옷이 찢기는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유수프는 아지즈 아저씨가 오해할까 봐 겁이 난다. 다행히도 자초지종을 들은 아지즈 아저씨는 유수프에 대한 오해를 푼다. 유수프네 집도 여행길도 아저씨네 집도 유수프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그 후 어느 날, 유럽인 장교가 군인들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오고, 가게 창고에 몸을 숨긴 유수프는 구멍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두려워한다. 유수프의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기다림의 연속이다.           




2. 가뿐해지길 바라며



12살 소년 유수프에게 아지즈 아저씨의 방문은 예측 가능한 즐거운 기다림이었다. 맛난 음식도 먹고, 용돈도 받고. 그래서 아저씨가 또 오셨으면 싶고, 언제 또 오실까 기대하게 되고, 아저씨를 생각만 해도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운 기다림은 예측 불가능한 불안한 기다림으로 바뀌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아저씨네 집에 가게 되는 것부터 위험한 여행길과 서구 열강의 침략에 놓이는 상황까지 유수프의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그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계속해서 떠나야만 한다. 세상에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가장 안전하고 따뜻하고 편안해야 할 집과 부모님 마저 그에겐 불안한 기다림이었다.


놀라운 것은 불안한 기다림이 일상인 듯 유수프는 덤덤해 보인다. 모든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 자세인가 아님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인가. 그것이 무엇이 됐든 분명한 것은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살기 위해 미련도 두지 않고, 살기 위해 수용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게 처음인 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미련이고 수용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헤쳐나가기 바빴을 것이다. 어쩌면 그 모습이 덤덤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미련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함'이라고 나와 있다. 즉 '아쉬움'이다. 미련을 둔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아쉬움이 남으면 자꾸 뒤를 돌어보게 된다. 그것은 더 많은 아쉬움을 불러와 삶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유수프가 덤덤해 보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살기 위해, 살기 위해 미련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수많은 상황 속에 수많은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야 한다. 그만큼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고민과 걱정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련을 두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가뿐해지길 바라며.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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