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 불수용의 댓가 (이언 매큐언 『체실 비치에서』)
1962년 7월 중순 저녁. 체실 비치가 보이는 호텔에 22살 동갑내기 신혼부부 에드워드와 플로렌스가 있다. 신혼 첫날밤까지 순결을 지켜온 그들은 서로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플로렌스는 성관계를 원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고, 에드워드는 어떻게 하면 신혼 첫날밤을 성공적으로 잘 보낼까 걱정하고 있었다.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첫눈에 반했다. 그는 그녀의 당당한 모습이 좋았고, 그녀는 그의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이 좋았다. 서로에게 끌린 그들은 서로의 유년기와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플로렌스는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와 교수인 어머니를 둔 부유한 집안의 음악가였고, 자신만의 현악오중주단을 만들어 위그모어 홀에서 연주하는 꿈을 가진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역사를 전공한 에드워드는 뇌가 손상된 어머니를 둔 힘든 환경에서 자란 청년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었지만 둘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고 평생을 함께 하고자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에게 청혼했다.
드디어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치고 맞이한 신혼 첫날밤. 그들은 각자 다른 걱정을 하며 첫날밤을 보내는데 처음이라 솔직하지 못했고 서툴렀던 탓에 서로에게 큰 충격과 상처만 남기게 된다.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 플로렌스는 침대를 박차고 나와 체실 비치를 향해 내달렸고, 에드워드 또한 분노를 느끼며 잔뜩 화가 난 채 그녀가 있는 체실 비치로 향했다.
결국 둘의 결혼은 깨지고 만다. 본인의 성 불능을 고백하는 플로렌스.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플로렌스가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에드워드뿐이다. 플로렌스는 자신의 성 불능을 고백하며 에드워드에게 애원한다. 삶의 방식을 바꿔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플로렌스의 간청을 에드워드는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덧 60대 노인이 된 에드워드는 깨닫는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한 여인은 플로렌스였다는 것을.
2. 어차피 세상도 나도 변한다!
주인공 커플은 22살 동갑내기이다.
22살!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쁜 나이다. 그것의 결과가 실패이건 성공이건 이도저도 아니건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이란 '변화의 기회'를 의미한다. 무엇으로든 변화의 기회가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22살이 너무나 예쁘다고 했던 것이다.
이제와 돌아보니 22살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주인공 커플인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처럼 '처음이라 솔직하지 못했고 서툴렀던 탓에' 그러지 못했다. 처음이라 잘 몰랐고, 무슨 말이라도 들을까 소심해서 솔직하지 못했고, 어쩌다 해보면 서툴러서 내가 원한 결과가 안 나오니 더 못했다.
그러고 보니 참 묘하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무엇이든 더 못한다. 왜 그럴까? 그땐 몰랐다. 어차피 세상도 나도 변한다는 것을. 세상도 나도 그때 그대로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다. 만약 내가, 22살의 내가 이렇게 세상도 나도 변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그래도 나는 변화의 기회를 주저했을까?
22살의 에드워드는 그렇게도 사랑하는 플로렌스의 간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60대 가 된 에드워드는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플로렌스였다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과연 무엇이 변한 걸까? 에드워드가 변한 것일까 세상이 변한 것일까?
22살의 에드워드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세상도 그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러 에드워드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세상도 본인도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에드워드의 인생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변화만이 상수다'라는 것을. 이것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세상도 나도 변하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