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Netflix의 '돈룩업'이 생각나는 오늘.
I think we are all gonna die
영화 '돈룩업'에서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혜성을 발견합니다. 6달 이후면 지름이 10km에 육박하는 혜성이 지구에 부딪힐 것을 알고,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진지하게 듣지 않습니다. 정치인, 언론인 모두가 가볍게 들을 뿐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이른 발견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인데, 안일한 대처로 인해 점차 희망이 사라져만 갑니다.
(스포주의 : 결국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맙니다.)
오늘 비가 정말 많이 왔습니다.
버스를 내리는 데, 내리는 문 바로 앞에 강물이 흐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발을 내딛는 순간 신발이 젖어버릴 정도로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써도 비를 막을 수 없었고, 점점 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소리마저도 무서웠습니다. 주변의 소리가 묻힐 정도로 거센 빗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찌어찌 거센 비를 뚫고 집에 오니, 옷이 전부 젖어 있었습니다. 점점 가면 갈수록 비도 많이 오고, 더위도 심해질 텐데. 막막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환경을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자신감에 차있었고,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라는 생각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당연히 할 수 있을 걸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막을 수 없는 비를 꾸역꾸역 막으려 했으나 결국은 젖어버린 제 바지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내가 바꿀 수 있을까?
민디 박사와 케이트가 그러했듯 막을 수 없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과거처럼 내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진 것만 같았습니다.
영화에서는 Look up 파와 Don't look up파로 나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혜성을 고개 들어 직시하라는 'Look up'파와
모든 것은 허구라고 말하는 'Don't look up'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지금의 우리 지구에서도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떠한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진짜입니다. 실제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오늘과 같이 폭우가 쏟아지고, 더위는 심해지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민디와 케이트, 가족들이 덤덤하게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볼 때 오묘한 감정이 들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러한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하는 오묘한 감정이 듭니다. 종말이 코 앞까지 찾아온 것을 알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Don't look up파와 Look up파. 어느 쪽이신가요?
문제를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우리가 겪고 느끼는 모든 문제를 외면하고 살아갈 것인지.
당신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