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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l 15. 2023

아직도 비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가

사진 = 뉴스1
'372.8mm'
군산 지역엔 1968년 1월 1일 관측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최근 며칠간 비가 어마어마하게 내렸습니다. 심하게 내릴 때는 집 바로 앞 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우산을 써도 몇 분 만에 옷이 완전히 젖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이런 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거센 비에 많은 분들이 당황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15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사망 7명, 실종 3명, 부상 7명의 피해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계속해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왜 사람이 죽지?'
'집 밖으로 안 나가면 되잖아?'
'내 주변엔 비가 많이 와도 잠기거나 위험해지지는 않던데.'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재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적은 지역, 취약 계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 아파트에 사는 분들일수록 적은 피해를, 농촌, 지방, 반지하 방과 같이 취약한 지역에 있는 분들일수록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연합 뉴스의 원형님 기자님이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 상황을 지도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관련 기사)

이번 폭우는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위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경기 지역은 비교적 인명 피해 수가 적고, 충청, 강원 지역에 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댐이 넘치기도 하고, 산사태로 매몰되기도 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인간이 수 천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비'때문에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너무나 미약한 존재가 되는 듯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수무책으로 폭우가 오지 않기 만을 바라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이 모든 지역에 재정을 쏟아 안전시설을 갖추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는 이 상황에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에 의한 피해가 자연에 의해서 지켜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것을 우리는 NbS(Nature-Based Solution), 자연 기반 해법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개념 자체는 간단합니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취약한 지역에 식물을 심거나, 복구하는 작업을 통하여 피해 영향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주로 발생한 산사태(Landslide), 홍수(Flood) 두 가지를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산사태(Landslide)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경사면에 심어진 나무는 뿌리를 내려, 지반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효과적으로 산사태를 막아주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퍼져나간 뿌리는 땅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수분을 빨아들이고, 잎에서 증발하는 과정을 통해서 토양의 수분 함량을 줄여줍니다.

인간의 구조물과 자연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산지에 인공 구조물로 계단 형태의 모양을 만들고, 식물을 심어 농사를 짓거나, 그냥 풀숲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아무 구조물도 없을 때, 인공 구조물만 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산사태에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b, c의 케이스가 자주 보이는 듯한데, c케이스로 점차 발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출처 : Nature-based Solutions (NbS) for Landslide Risk Management, Asian Disaster Preparedness Center, Sep 2020)




홍수(Flood)

홍수에 대한 콘셉트도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산사태와 비슷하게 자연 기반 해법과 인공 구조물을 합쳤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습지 혹은 범람원)을 복원 및 관리, 완충지대 구축, 장애물 제거 만으로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의 힘을 통해 댐, 제방을 건설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등을 한다면 사람들의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자료 출처 : Nature-Based Solutions for Flood Risk Management, Asian Development Bank, Sep 2020)




사실 이러한 대표적인 것만 간단하게 설명드렸지만 나무를 심거나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효과를 늦추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이상 기후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완화(Mitigation) 작용을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이상 기후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해결책이 너무 간단하지 않나요? 어찌 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나무 심기나, 자연환경 복구가 결국 사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과연 인간에 대한 피해를 늘려 가면서 까지 개발하고, 발전하는 것이 맞는 것 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듭니다. 물론 개발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개발해 나가는 것을 지향해야 '지속 가능 하면서 안전한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ps. 계속해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피해가 복구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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