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방송대 국어국문과 MT

by 장하늘

2000년 방송대 국어국문과 MT


피소스테기아 ( 꽃말 : 추억, 젊은 날의 회상, 청춘)




방송대 임원이 되면서 학교행사에 일꾼이 되었다. 방송대학교 자체 행사나 부천 학습관 행사 때 학생회 임원이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특별하게 각 과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원들끼리 조를 나눠서 각 과 행사에 참여했다. 2000년 봄이 됐다. 입학식 등 학기 초 관련 행사를 끝냈고 중간고사도 끝났다. 과별 행사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행사인 MT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방송대학교에서 MT에 참여한다는 건 의미가 있다. 입학은 쉬우나 졸업이 어려운 학교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려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커뮤니티를 통해 학교 소식도 알게 되고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시험 일정이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대학교 졸업을 목표로 한 학생이라면 커뮤니티에 참석하라고 강력하게 권유한다.

방송대는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을 잘 챙겨야 한다. 특별한 학교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신입생들은 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터라 MT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과별로 최대한 홍보를 해서 참여인원을 늘리는 게 관건이었다. 특히 1학년 생 참여가 중요하다. 어색하고 민망해하는 늦깎이 대학생이 MT에 오기 때문에 주최 측도 만발의 준비가 필요하다. 과대표와 학년 대표들은 과 행사에 봉사자가 된다. 일반 학우들은 MT를 그저 즐기거나 친목을 위해 참여한다. 방송대학교는 일반 대학교처럼 선후배 사이의 예의가 중요하지 않다. 방송대 학생분들 중에는 연배가 7,80대이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학년이 높은 선배라고 해서 군기를 잡으려고 하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학생회 임원은 과별 행사를 원활하게 돕기 위해 각 과별 MT에 지원을 나가곤 했다. 나의 직속 임원 선배 K는 국어국문과였다. K 선배는 74년생으로 나보다 세 살이 많았다. 그는 외양만 보면 64년생이나 54년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노안이었다. 외모 비하는 아니고 지극히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K 선배는 두꺼비와 퍽 닮았다. 키도 작고 얼굴뿐 아니라 몸도 투박해서 옛날 소주병에 그려진 두꺼비 형님 같았다. 외모가 거친 것에 비해 성격은 친절하고 순한 선배였다. 그러나 강하게 보이려고 말을 삐딱하게 하곤 했다. 그래도 직속 후배인 나는 잘 챙겨주셨다. 평소에도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K 선배가 자신의 과로 자원봉사를 요청했다. 선배의 요청에 따라 학생회임원으로 봉사 조에 편입되어 국어국문학과 MT에 참여했다.


MT 장소는 을왕리였다. 학습관에 모여서 선배 K의 차를 타고 을왕리로 출발했다. MT 시작 시간은 점심때였다. 봉사 조 들은 아침 일찍 을왕리에 도착했다. 6,70명이 넘는 사람들의 점심 식사를 봉사 조가 준비해야 했다.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MT를 즐길 수 있도록 봉사 조는 바쁘게 움직였다. 식사 준비, 게임 준비, 캠프파이어 준비 등 봉사 조끼리 할 일을 나눠서 해나갔다. 나는 아침 일찍 도착하자마자 점심 만드는 것을 도왔다. 대용량의 밥이 올려졌다. 큰 솥단지에 된장찌개가 끓여졌다. 당시만 해도 나는 요리는 못했기 때문에 허드렛일을 도왔다. 감자, 파, 양파 마늘 등을 다듬는 일이 내 몫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국문과 학우들이 속속 숙소로 도착했다. 다행히 식사시간에 맞춰 음식 장만이 끝이 났다. 모두들 맛있다며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봉사 조들은 만족했다. 봉사 조는 식사시간에도 움직여야 했다. 오후에는 과대표가 준비한 대로 MT 행사가 진행됐다. 게임도 하고 자기소개도 하며 시간이 지나갔다. 봉사 조들은 학우들이 점심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설거지며 뒷정리에 분주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설거지 거리가 많이 쌓여 있었다. 뒷정리를 끝내고 나니 과 행사와 게임은 끝나가고 있었다. 사회자가 흥겨운 분위기를 살리면서 음악을 틀고 노래가 시작됐다. 노래방기기 볼륨이 높여지고 사람들이 흥을 내며 노랫소리가 들렸다.


봉사 조는 캠프파이어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방법을 잘 모르니 알려주는 대로 심부름을 했다. 캠프파이어 준비가 끝나고 학우들이 밖으로 나왔다. 캠프파이어가 한동안 진행됐다. 밤이 깊어지자 방마다 술판이 벌어졌다. 각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나는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술판이 끝나갈 무렵부터 청소를 했다. 맥주 두어 잔을 마셨을 뿐인데 잠이 쏟아졌다. 술자리가 늦어지는 곳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정리를 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돌아다닌 탓인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구석자리로 혼자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K 선배가 나를 보며 놀렸다. 내가 어젯밤 자면서 외간 남자를 안고 잤다는 것이다. '엥?'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놀리는 줄만 알았다. 아침부터 할 일이 많았다. 그날은 행사 마무리 봉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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