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사일기

2025.9.17. 감사일기

다시 쓰는 감사일기

by 장하늘

오늘의 감사일기


아침, 석이를 운정중앙역까지 데려다주며 하루를 열었다.

사람이 오가는 플랫폼 위에서,

각자의 무게를 지닌 발걸음들이 흘러가듯

나의 하루도 흘러가기 시작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한 시간을 넘게 앉아 있었다.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시대,

그 속에서 나 또한 치료를 받고 있는 두 달째의 시간.

그러나 약을 타들고 나올 때마다

나는 살아있다는 안도와 함께,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희망을 안는다.


엄마를 깨워 아침을 함께하자고 했다.

그 작은 권유 하나에 엄마는 움직였고

우리는 밥상 앞에서 밥과 국으로

속을 채웠다.

서둘러 세입자가 이사나간 곳으로 향하며, 자꾸 못알아듣는 엄마에게 화를 냈다. 감정이 지쳐 나오는 화는 다시 미안함으로 공허해진다.

빈집을 함께 둘러보며 손봐야 할 곳들을

생각했다.

집으로 왔는데 머리가 아파서 잠시 잠을 청해야 했다.

쉬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마저

살아있음의 증거 같아 고맙다.


일어났는데 아들이 OTP를 찾는다.

맞다. 가져오기로 했었다.

잊고 온 OTP를 가지러 갔다가,

엄마네로 돌아와 짐을 챙겨 다시 메가커피로 향했다.

아들도 일을 마치고 메가로왔다.

세 명이 오셨고, 배움을 나누는 교육의 시간을 가졌다.

알려주고 공유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우리회사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저녁은 따뜻하게 대접받았고

다시 금촌역으로 향해 석이를 맞이했다.

함께 빈집을 둘러보고, 집에 돌아와 저녁상을 차렸다.

이 평범한 일과 속에 숨어 있는 은혜를

하나씩 발견한다.


아주 큰일이 있었고,

그 흔적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지만

시간은 흐르고, 다시 일상이 돌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굳이 깊게 고민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 하루만 살고 싶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일이

이토록 고마운 것임을,

오늘 나는 다시 배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9.16 장하늘 감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