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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주 Feb 02. 2024

닭이 먼저게요 계란이 먼저게요?

동물복지와 유정란 사이의 딜레마

나는 플렉시테리언이라 집에서는 고기뿐 아니라 계란 우유 치즈도 거의 안 먹는다. 손님 대접이나 베이킹용으로 사고 남은 것들 소진할 때나 가끔 먹고, 정 땡기면 본가 갔을 때 엄마가 먹다 남긴 거 주워 먹는다.

그래 1년에 계란 몇 번 살까말까니까 그 돈 모았다 치고 한 알에 천원 넘는 동물복지 1번란(자연방사)을 큰맘먹고 샀단 말이다. 2번란도 작은 케이지에서 큰 케이지 차이밖에 없어서 눈속임이라 안 사는데. 그래서 별생각 없이 1번만 확인하고 그냥 주문했는데 온 걸 보니까 유정란이네.

유.정.란!

병아리 될 수도 있는 걸 인간의 미각과 건강을 위한다며 깨트리다니.

근데 동물복지 계란은 죄다 유정란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염병천병.

입으로는 자연방사 건강한 닭이 낳은 계란 이러면서 남의 병아리를 뺏어 오면서 상자에 유기농이라고 떡하니 써놓는 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누구한테 유기농인데. 사람에게 좋으면?

그래 내가 가끔 치킨은 먹어요. 하지만 병아리를 먹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알탕도 안 먹는데ㅠㅠ


지금 내 냉장고에 유정란 있다. 오늘 베이킹 해야 되는데.

이제부턴 그냥 다시 케이지에 갇힌 애들이 낳은 무정란 사야하나. 닭을 생각하자니 병아리를 먹어야 하고, 병아리를 위하자니 닭을 외면해야 하는 이 거대한 딜레마.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중요한 건 인간이 먼저도 아니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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