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임팩트 2
같은 물건을 팔아도, 왜 저기는 잘만 팔고 왜 나는 팔지 못하는 것일까요? 사업 임팩트 시리즈는 제가 여러 매장을 다니면서 감동을 받았던 곳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전해드리고 합니다.
짧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인사이트를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임장을 위해 길을 나섰다. 같은 장소를 나오기를 3일째, 슬슬 몸도 지치고 추위 속에서도 나와 아내는 매물을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부동산 한 군데, 두 군데, 세 군데를 넘어 어느새 10곳이 넘었고 본 매물만 50여 개가 넘어갔다. 이만하면 다 본 건가? 싶을 때,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말했던 그 부동산도 한 번 더 가보자."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다시 또 새로운 부동산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간 곳엔 젊은 중개사 분이 우리를 맞이했다. 정확히 어떤 사업을 이쪽 지역에 하고 싶은 것인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몇 평대의 물건을 보고 있는지 간단한 '희망사항 조사'가 끝난 후 그는 해당 지역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 지역의 상권 형성에 대한 역사와 상권 중에서도 각각 나뉜 입지에 대한 특성에 대해 하나씩 조목조목 설명을 더했다.
그렇게 그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한층 그 지역에 대해 더 알아가는 느낌을 느끼고 밖에 나가서 실제로 바라볼 때 더욱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현황 설명 이후 함께 임장을 다니며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너무 과장되지도 허황되지도 않은 그의 말속에서 하나씩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 한 때가 평일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주말에 지금 이 황량하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길에 대체 어떻게 사람들이 다닌다는 것인지 말이다.
혼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즘, 중개인께서 이렇게 말했다.
"원하신다면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주말에 제가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맨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는 "에이~ 괜찮아요" 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하는 부동산 중개사를 본 적도 없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로컬부동산에 워크인으로 들어와서 상가 매물 보러 온 사람에게 주말 유동인구를 찍어서 내게 보내주겠다고?? 에이, 그냥 해 본 말이겠지..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여러 가지 매물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그가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겠다는 진심어린 말이 계속 귓가게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그래 내가 직접 주말에 임장을 나가볼 시간도 없는데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개인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나 : 안녕하세요. 혹시 저번에 말씀하셨던 주말 유동인구 동영상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중개인 : 네, 그럼요. 말씀해 주신 물건 앞에서 제가 타임랩스로 찍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난 이때 살짝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일을 해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서 매우 놀랍고 충격이었다.
나는 사실 일을 일답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많은 중개인들은 그저 계약에만 급급하거나 자기의 에너지를 들여 물건을 보러 온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경우가 많진 않았다.
그리고 그 중개인분께서 오후에 나에게 카톡이 왔다. 원래 주말 유동을 보여주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가 찍어서 나에게 타임랩스를 보내준 것이다.
놀라움을 넘어 감동스럽다는 생각이 차차 밀려왔다.
'세상에 이런 중개인이 있단 말인가?'
나도 사실 처음 만나봤다. 너무 감동스러웠고 고마운 마음을 유선을 통해 전했다. 내가 해당지역에서 임차를 진행한다면 나는 단연코 이 사람에게 할 계획이다.
물론 지금이 아니더라도 추후에 하더라도 말이다. 그만큼 그가 우리에게 줬던 임팩트는 정말 강렬했다.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닌 미래의 씨앗을 심는 그의 행동이 아무리 전략적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또한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귀신 같이 곧장 느낀다.
공실인 매물인데 임대인이 너무 완강하여 월세 조정, 렌트프리에 대한 말도 못하고 현재 임차인에게 권리금이 터무니 없으니 금액 조정을 이야기해도 자기가 말하기 어려우니 안된다고만 하는 부동산 중개사들도 사실 지천에 널렸다..
부동산이 넘쳐나도 당신만의 무기를 만든다면, 그것이 진심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찾아올 것이다.
이번 임장에서 얻은 수확은 매물이 아닌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런 사람과 인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