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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이아빠 May 08. 2023

가족의 빈자리

계절의 여왕...네가 없는...

4개월이 지나 어느덧 5개월이 다 되어 가는구나.

잊혀지는 듯 잊혀지지 않는 듯,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네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그런 나날들이 이어져 가고 있다.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런지, 물어봐도 답을 해줄런지 질문만 쌓여간다.


내 아들 수영이가 하늘나라에 갔다. 하늘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처음엔 아들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게 어떻게 하는건지 몰랐다. 혹자는 잘 있을것이다. 좋은데 갔으니 마음 추스려라...나를 위로하는 말들을 많이들 하였다. 위로의 말보다는 잘 있다면 어디에 잘 있는 것일까? 갔다는 좋은데는 어디인 것일까? 하늘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아직 그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니 내 삶 동안에는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다시 그 곳이 궁금해지지 않아졌다. 왜냐면 내가 숨쉬는 동안은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인 것 같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햇살이 내려쬐고 공기는 신선하며 푸른 나뭇잎들이 우거져 싱그러움을 이룬다. 하늘을 보면 날씨는 더울지라도 바람이 시원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라 생각된다. "야~! 날씨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나 또한 아무 생각없이 실외로 나와 하늘을 보면 그런 말이 내 입으로부터 나온다.


날씨가 좋으면 저절로 기분 또한 좋아질테고, 앉아서 일하기 싫은 날씨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서 햇볕을 쬐고 싶고, 싱그러운 날씨 속에서 바깥 생활을 하고 싶어지기도 할진데, 내 아들 수영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 내 아들이 없다는 생각, 수영이라는 개인이 없다는 생각이 내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한다. 어쩔때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눈물이 수돗물처럼 나오기도 한다.


가끔씩 이 슬픔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15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아버지가 없다는 상실감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와 추억이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고, 아버지가 1년여를 병상에서 보내셨기에 어느정도 마음에 준비를 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 상실감이 보름을 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수영이의 상실감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래가고 가슴이 아린다. 아들과의 추억에서 오는 것일까? 아들과 보내왔던 시간의 길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비교해 보고 있으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4월말 5월초 작년 이맘때 아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6학년이라는 유년의 마지막 시기에서 오는 미완성된 성숙미와 신체의 성장이 내가 허락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관심의 최대치에 다다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집에서 한강까지 자전거타기, 동네 중학교 가서 농구하기, 아는 선배 체육관가서 야구 하기 등등. 작년에 했었던 모든 것들이 생각이 나고 그 때에 별 감흥없이 눌렀던 카메라 셔터가 남긴 기록들이 지금 육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내 아들의 부재로 인해 너무 가슴시린 추억이 되어버렸다.


최근에 길을 오가며 날씨가 너무 좋구나. 도대체 너는 어디에 있느냐? 너와 함께 했던 작년 이맘때는 너무 좋았는데...너와 함께 이 좋은 날을 만끽하고 싶은데...라는 원초적인 생각들을 어디에 남겨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길을 걷다가 수영이와 함께 했던 추억이 생각날 때면 지금 이 감정을 어디에라도 기록하고 싶다. 막연히 셀카를 위해 구도를 잡으면 내 몰골이 추억을 찢어버릴 것 같아서 내려 놓기 일쑤다.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생각을 쥐어 짜내야 내 아들의 부재로 인한 내면 깊은 슬픔에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모든 날이 좋았다는 어느 드라마의 멘트처럼 수영이와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던 것 같다. 수영이와의 추억을 생각했을 때 막연히 장면만 떠올리면 날씨는 아웃포커싱 되어 버려서 날씨가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수영이와 함께 했던 모든 날이 날씨와 관계없이 좋았던 것 같다.


수영이가 없는 지금도 날이 너무 좋다. 그러나 날이 좋지 않아도 날이 적당해도 그냥 추억을 생각하면 너무 좋았다. 모든 날이 좋았다. 모든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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