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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May 16. 2023

덜렁이로 회사생활 존버한 썰

털리며 많이 큰 내 자신.... 

나는 덜렁이다! 


되게 안 꼼꼼하고 뭘 세심히 못한다... 엄마 어렸을때부터 그러다가 한번 큰코 다쳐야 정신차린다고 했는데 아직 코가 안다쳤다.


학생때까진 어찌저찌 덜렁이로 살아도 남에게 피해가 안가서 나름대로 유유히 살아나갔으나 회사는 아니더라. 


내가 뭐하나 빠트리면 그날 나는 야근을 해야하고, 좀더 큰걸 빠트리면 내 매니저의 매니저까지 알게되고, 프로젝트가 딜레이되고, 더 큰걸 빠트리면 법무팀과 면담이 잡히고...

특히실수에 의연하게 넘어가는법을 깨닫지 못했던 신입 시절엔 아직 충분히 craft 되지 않은 나의 덜렁거림 + 사회생활 능력의 콤보로 거의 매주 매니저와 면담을 했었다.


짜잘하게는 메일 놓치고 못보기, calender invite 잘못보내기, 엑셀에 뭐 하나 빠트리기가 있었고, 좀 당황했던 케이스는 고객사 미팅갔을때 명함 두고 오기, 해외에서 온 VP 모시고 미팅장소가야되는데 잘못 찍어서 10분 걸어 미팅장소까지 가기 등이 있다. 


나의 이럴 몹쓸 trait 으로도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을 수 있던 방법은, 오랜기간의 걸친 mindset change, self-QC (quality control) 툴, 그리고 한층 연차가 쌓이며 업그레이된 사회생활 능력치 덕분이다. 


1. Mindset Change (생각 고쳐먹기) 


나의 이런 짜잘한 실수들의 발생 원인에 대한 root cause analysis 결과, 이유는 '빨리 끝내려고' 였다. 안그래도 급한 성격에 할일은 산더미라 빨리빨리가 더 빨라지며 그 과정에서의 짜잘한, 그러나 빠질시 이슈가 되는 부분들을 놓치게 됬던 것이다. 또한 주로 이런 실수들은 정말 급해 죽겠을때! 세상 정신 없고 너무나도 바쁘고 스트레스 받을때 생겼다. 

이걸 알고 나니, 그럼 이 생각을 뿌셔버리자! 가 되었고, 그렇게 수많은 면담들과 고찰을 통해 얻어낸 답은, sometimes fast is slow, slow is fast 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믄, 빨리 하려고 다다닥! 하다 보면 작은 부분들을 놓치고 결국 완성을 했을때 어딘가가 이슈가 생기면, 그 작은 부분을 찾고 고치기 위해 일을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면 시간은 당연히 배로 걸리고 인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대신 각 부분 좀더 신중하게 double check 하며 해냐가면 이슈 없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다시 go back 할 필요없이 한방에 끝내서, 결과적으론 더 빨리 끝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mindset 을 가지자고 마음먹자마자 가져지는건 아니다. 당장 눈앞에 일이 닥쳤을때 이성을 잃고 달리다가, '맞겠지 뭐' 라는 생각이 드는순간 키보드에 손을 떼며 스스로를 의식적으로 진정시키는 연습을 하였고, 2주가 지난 시점부터는 달려야할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우선 캄다운하고 시작했다.

4개월간의 노력 끝에 이전엔 전쟁터 처럼 다다다다 일했다면, 그 이후엔 안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다다다다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실수가 줄었다. 


내 모니터, 키보드, 책상엔 [진정해] 가 쓰여있는 sticky note 로 뒤덮였지만, 그래도 성과가 좋으니 되었다! 



2. 나만의 Self-QC (quality control) Tool 만들기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내 실수를 찾아야 함)


그래도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중요한건, 나의 실수를 내 매니저가 발견하기 전에 내가 미리 발견해서 고치는것이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인 QC 방법을 가지고 있는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1) 내가 주로 하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2) 그의 원인, 그리고 3) 방지 대안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입시절엔 산더미 같은 일에 사이사이 미팅이 하루에 5-6개 씩 있었는데, 업무 특성상 산더미 같은 일이 주로 매우 time sensetive 하고 1분 1초가 급박한 일들이 종종 있어 한번 하면 빠져서 하느라 미팅시간을 놓치는 일들이 있었다. 이를 위한 대안법으로 매 미팅 및 반드시 맞춰야 하는 시간들은 미팅 3분 이전으로 알람을 맞춰, 잊지 못하게 했다. 


1년차때의 실수로는 간혹 internal email 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공지 사항이나 업무 지시를 놓치는 경우가 생겼었다. 원인은 Hi, Heather 라고 온 고객사 메일에 신경을 더 쓰다보니 상대적으로 mass email을 놓친것, 그리고 빨리 unread email 을 0 으로 만들고싶다는 욕구에 필요 없어 보이는 메일은 그냥 read 로 한것... 등이 있다.

이의 대안으로 주요 고객사별, 그리고 internal email 로 오는 메일들을 메일상에서 label 을 하기 시작했고, 퇴근 이전에 각 label에 들어가 모두 회신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스탭을 가졌다. 


이런식으로의 나만의 QC 툴로 실수하는 빈도수를 현저이 줄일 수 있었다. 



3. 위처럼 찾은 걸 스무쓰 하게 넘어가는 요령


신입때는 나의 실수는 내가 먼저 발견한다고 해도 우선 해결법을 모를 뿐 아니라, 나에게 어느정도까지의 권한이 있나에 대해서도 모르기 때문에 무슨 일만 터지만 냅다 매니저한테 가서 어떡해!! 라고 하곤 했다. 

이제 내가 매니저가된 시점, 나의 권한과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명확해진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담당자들과 조율하여 넘어가며 굳이 내 매니저에게 알리지 않는다. 

물론 관련 담당자들에게도 'oh by the way, 내가 실수해서 그런데' 라고 설명 하지 않는다. 


솔직하지 않은것이라 질책할 수 있으나, 이 빡빡하고 쟁쟁한 경쟁사회에서 이정도는 귀여운 사회스킬이라 생각하는 때묻은 직장인이 되어 버렸다. 


내똥은 내가 치워야지! 스무쓰하게.



결과적으로 봤을때, 나는 아직도 본성이 덜렁이라 종종 실수가 있긴 하지만 내가 먼저 찾아 고치고, 홀로 해결할 수 없는 이슈들도 굳이 escalate 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는 경력자가 되었다!


이게 단순히 어떻게 하면 상사에게 덜 혼나냐가 아닌, 나의 professoinal branding 의 기초를 닦아주는 작업이였고, professoinal branding 을 확립하며 결국 빠른 승진까지 이룰 수 있었다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 자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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