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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Sep 06. 2023

소액(3천만 원 이하) 떼인 돈 받아내기

이 글은 소액(3천만 원 이하)의 금전 거래로 인하여 받아야 할 돈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작년 봄 아파트에서 주관하는 입주 박람회가 있었다. 새 아파트 입주 전에 흔히 하는 행사이며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구경삼아 행사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유리 자외선 차단필름, 방범 방충망, 중문을 보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홍보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의 디자인을 본 후 경기도에서 온 인테리어 업체의 디자인을 보니 마음이 솔깃해졌다. 하지만 아직 새 아파트 사전점검도 안 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고 실제 입주를 할지 세를 놓을지도 사전점검 후 결정 할 예정이었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경기도 인테리어 실장이 사전점검 후 언제든지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하며, 일단 계약을 해야 본인이 부산까지 올 명분이 생기니 계약하자고 했다. 사전점검까지 아직 수개월이나 남았는데 그전에 실장이 퇴사라도 하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내심 이렇게 강력하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업체 아들 정도 되나(?) 혼자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언제든지 취소 가능하다고 하니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용카드로 계약금 2백만 원을 결재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태양이 가장 뜨거운 광복절을 전후로 아파트 사전점검이 이루어졌다. 이미 생활에 익숙한 동네를 떠나 먼 곳까지 옮기는 것도 망설여졌고, 실제 아파트를 보니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인테리어 실장에게 전화해서 계약 취소할 테니 환불해 달라고 했으나, 대표에게 보고하고 연락을 준다고 한 후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계약서를 보니 내가 환불받을 명분은 없고 실장과의 구두약속이 전부였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며칠에 한 번씩 실장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다.

시간 텀을 좀 두고 한참 후 다시 실장에게 전화했더니 드디어 전화를 받는다. 대표가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의 통화를 하던 중, 녹취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서상으로 환불규정을 확보해 놓지 못은 상태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무엇이든 증거가 필요했다.


이후 실장은 잠수를 탔고 대표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당연히 받아야 되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라 내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후 부동산 격변의 시대를 맞아 전세가 나가지도 않고 전세가격도 급락했다.

궁여지책으로 입주를 결정하고 이사를 하고, 해가 바뀌자마자 뽀가 시한부 판정을 받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뽀가 건강을 회복해 가자 떼인 돈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올해 5월 즈음 대표에게 전화를 했더니 얼떨결에 내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첫 통화가 이루어졌고 난 어김없이 녹취를 했다. 대표는 실장을 보고 계약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보고 계약한 것이니 환불해 주겠다고 말은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역시 잠수를 탄다. 돈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차라리 포기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바보같이 느껴져서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대표에게 돈 갚으라고 연락을 하며 증거를 수집하는 와중에도 너무 자주 연락을 하면 업무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업무를 마칠 시간에 며칠에 한 번씩 전화를 했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세 번의 전화를 하고는 증거 수집을 마무리하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떼인 돈 받는 방법을 검색했다. 돈 2백만 원 받으려고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검색하면 모든 정보가 다 나오는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소액(3천만 원 이하)의 금전거래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으면 된단다.



요즘은 법원에 직접 갈 필요도 없이 전자소송을 이용하면 된다. 처음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도 잘되어 있어서 홈페이지에서 약간의 공부를 하니 어렵지 않았다.


전자소송을 함에 있어서 지급명령 결정이 안 나오면 비용만 낭비하고 떼인 돈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소송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 소송은 증거주의이므로 그동안 녹취했던 녹음파일을 속기사에게 보내 녹취록을 만들고, 그간 보냈던 문자, 카카오톡을 출력하여 PDF파일로 변환했다. 어김없이 숱하게 보냈으나 연결이 안 된 통화기록도 모조리 캡처해서 PDF파일로 변환해서 제출서류에 첨부했다.

전자소송 비용 63,300원을 납부하고 지급명령 신청을 하니 법원에서 채무자에게 2주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지급명령을 송달해 주었다.


채무자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고도 연락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남의 돈을 부당하게 취득하고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강심장인지 독한 건지 이해도 가지 않았고 속이 상한 것은 역시나 '나'였다. 채무자는 나에게는 넘사벽이었다.  

분하기도 하고 납득도 안 가는 상황이라 섣불리 다음 행동을 할 수가 없는 나는 숨 고르기가 필요했다.

 

한 달이 지나도 채무자는 연락이 없었다. 다시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지급명령 이후 채무자에게 돈 받는 법을 검색하니 전자소송으로 채무자의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를 할 수 있으나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빨리 해결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에 법률사무소(수임료 440,000원)에서 신용조회(176,000원)와 통장 압류(107,500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법원의 지급명령을 사진 찍어 법률사무소에 보내니 신용조회가 이루어졌다. 주민센터에서 지급명령을 보여주며 채무자 초본을 발급받아 법률사무소로 보냈더니 며칠 후 법원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 손에 도달해 있었고 채무자의 통장이 압류되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때부터 채무자는 자발적으로 전화와 문자를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전화와 문자는 예의상 받지 않았다. 내가 1년간 애 태웠던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었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채무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더불어 공손도 보태었다.

처음 지급명령을 받았을 때 연락 했었으면 2백만 원으로 끝났겠지만 지금은 그 돈으로 안된다는 설명과 함께 소송비용, 수임료를 다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법원에서 결정이 나서 2백5십만 원가량이라고 하니 역시나 놀라는 눈치였다.

지금이라도 이 돈을 입금해 주면 깔끔하게 끝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채권 추심까지 할 것과 채무액 완제일까지 연 5%(12%까지 받을 수 있는데 당시는 몰랐음)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해야 하니 시간이 갈수록 채무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 해 주었다.


다음날 바로 입금이 되었고 이 소식을 법률사무소에 전하니 나보다 더 기뻐해 준다. 압류 해제비용(154,000원)은 내가 부담하기로 하고 해제 서류를 법률사무소로 넘겼다.


결과적으로 나도 약간의 비용이 들었으나 받아야 할 돈을 받아서 속이 시원하다.

줄 돈은 제때 주고, 받을 돈도 제때 받아야 한다. 남의 돈 떼먹어서 얼마나 살림에 보탬이 되겠는가?

기부도 하는 마당에 남의 돈을 떼먹어서 될 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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