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곡절이 많았다.
'나쁜 수의사에게 속았다.'라는 글을 올린 후 글은 '다음'에 노출되었고 순식간에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반려인의 경험을 공유하여 '다른 반려인의 반려동물'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즉, 가족 같은 자식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으로써 나와 같은 경험으로 인하여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었던 글이었다.
물론 속상한 마음을 글로 토해내고 나면 나의 마음속 '화'가 가라앉고 순화되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짧은 시간 동안 몇몇 수의사로 짐작되는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고, 그 댓글을 읽으며 답글을 다는 동안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수의사로서 수의사의 편을 들고 싶었을 테지만, 고통을 받은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너는 뭐 했냐'는 식의 물음에 나는 더 이상 대꾸 할 가치를 못 느꼈고 자진해서 '발행 취소' 버튼을 눌렀다.
상처가 더 커졌다.
결론은, 두 수의사의 상반된 의견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든 한 사람은 틀렸다는 것이다.
나와 싸울 일이 아니란 얘기다.
수술날 아침을 조금 먹이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수술할 때는 공복이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인가? 오늘 수술 못하는 것 아닌가?' 라는 걱정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오늘 수술인데 아침 먹여도 되는 건가요?"
"요렇게 쪼꼬만 한 아가들은 위가 작아서 아침 먹어도 금방 소화가 됩니다. 밥 안 먹으면 기운이 떨어져서 안 돼요."
"휴~ 다행이다."
어쨌든 오늘 수술이 가능하단 말이다.
토요일이라 여전히 대기실은 붐볐고, 뿌는 대기하는 동안 바닥에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친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자꾸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집으로 가자는 말을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달래기를 여러 번, 드디어 몇 가지 검사 후 링거줄을 꽂고 수술 전 안약 2개를 10분 간격으로 교대로 넣은 지 3시간이 지나자 뿌는 수술 전 마취를 위하여 의료진에게 안겼다.
수술 전 원장님과의 상담이 이뤄졌다.
"수술 중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희가 보호자님보다 몇십 배는 더 큽니다. 무사히 수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10개월 전에 뽀의 목숨을 건 수술을 경험 한 지라 나의 노파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백내장 수술이 목숨과 관련 있는 위험한 수술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유사시에는 아이 목숨이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수술실은 유리벽이 환하게 밝혀지면서 수술실 내부가 다 보였고, 원장님께서 수술복 갈아입는 순간부터 수술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각막을 절개하고 백내장을 걷어내고 렌즈를 삽입하는 모든 과정을 모니터로 확인 가능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한 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30여분이 지나자 수술이 끝났다.
한쪽 시력을 잃은 채 그동안 뿌는 얼마나 불편했을까?
백내장 수술 후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만 눈동자를 되찾았다.
뿌는 3시간 정도 회복실에서 회복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뿌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전복을 넣은 닭죽을 준비했다.
"나도 안 끓여주는 전복죽을 뿌한테 끓여주네~"
"예전에 끓여 줬었잖아요~"
"1년도 넘었다~"
강아지를 질투하는 우리 집 큰 아들을 위하여 양파를 넣은 남편죽과 양파를 넣지 않은 강아지 죽으로 두 솥으로 나눴다. ㅋㅋ
아직은 많이 조심하면서 잠깐씩이지만 산책도 가능하다.
수술한 지 한 달쯤 지난 지금, 뿌의 까만 눈동자가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