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현 Jul 28. 2024

정의

이름

 


  그들이 형언하지 않는 비난을 따지려 들려면 나는, 내가 욕을 먹는다는 그들이 형언하지 못하는 그 행위에 이름을 붙여 정의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고 내뱉으면 그들은 말한다. 자기는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고. 자기들은 그런 적 없었단다.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말을 덧붙여가며 나를 갉아먹더니, 이름을 붙이고 나서야 그들은 자기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나보고 생사람 잡는단다.


 그런 인간이 있었다. 그런 인간들만 득실거리던 그 사회 속에서 나는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런 그들 조차도 서로를 열심히 비난하며 욕을 담배처럼 입에 물고 다녔다. 담배와 몸이 맞지 않던 나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사무실에도 차오르는 담배 연기들에 그들은 잘못이 없다며 그렇게 뻔뻔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자기는 그런 "단어"는 쓰지 않았다는 그 사람은. 내가 울면 감정적이라 했고, 내가 사사건건 따지면 옳은 말만 한다며 자길 힘들게 한다고 했다. 지금도 자기 모습 그대로 잘 지내고 있는 그 사람은 자기 뒤에 큰 빽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한 뜻이 그 빽에게 있다고까지 설명했다.


 나도 아는 그 큰 빽은 나에겐 다른 의미였다. 이 지옥 같은 현 세상에 나로 하여금 어느 생명 하나라도 기뻐하고 행복해지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는데 이 사람을 만나고 더 굳혀졌다. 형언하지 못하는 큰 힘은 형언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 사람에게는 더더욱 천국이란 없을 것이다. 아니 천국이 있다면 그 천국에서 영원히 발목이 위태로운 발레를 하시기를.


 언젠가는 또 쓸 수 있길 바란다. 형언하지 않는 비난과 정의를 내림으로 외면하는 그 행위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