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대작전과 연결된 이야기)
남편의 직업은 경찰이다. 군대도 안 가고 학비도 공짜니 경찰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신은 경찰이 맞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입학 첫날 알았다고 했다. 경찰대 입학은 군대에 들어간 것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체질에 맞았든 아니든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공직생활을 시작하였고 그 기간이 20년이 넘어간다. 아직도 자신은 경찰과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한국의 공무원인 사람이다.
만나고 한 달째 결혼날짜를 잡고 신혼집을 구하는데 아버님과 통화하는 내용이 이상했다.
“아버지, 여기 OO역 앞 OO아파트인데요, OO동인데, 바로 앞에 벽이 있는데 그리 높지는 않지만 대로변이라 도둑이 들 위험은 적은 것 같습니다. 3층이고 바로 앞에 경비실이 있어요. 동 간 거리는 넓어서 앞동에서 뭐하는지 잘 안보이고요...”
‘집을 구할 때는 저렇게 도둑을 염두해 둬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집을 구하는 것이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현실적인 것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구하고도 나에게 설명하는 것이 일단 보안이나 도둑이야기다. 남편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뒤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안나 씨, 혹시 전과나 빚이 있으세요?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거나, 부모님의 빚이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요.”
참으로 어색한 질문이었다. 평생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범죄 경력에 대한 질문을 남자친구에게 듣다니. 사실 인턴 때 조사받으러 경찰서에 한번 간 적이 있었다. 나는 긴장하며 대답했다.
“사실은, 제가 인턴 때 한번 조사받은 적이 있는데....” 하며 내용을 이야기했다.
의사고시를 치고 한 출판사에서 총대에게 국시 풀이를 부탁했고 그 부탁은 학습부장이었던 나에게 넘어와 다섯 명쯤을 모아 같이 국시 답 풀이를 해줬다. 그다음 해에 국가고시 문제은행에서 기출문제 유출을 문제 삼았던 적이 있었다. 결국 기소유예인가 받아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큰 일이었기에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남편이 말했다. “그건 뭐 크게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니 괜찮아요.”
남편의 설명으로는 결혼 후에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뭐 다행히 빚이 없어 질문 의도에 대한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냥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당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직업상 필요한 부분이었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요즘 들어 생각해 보니 남편의 직업상 당연한 질문이기도 했겠다 싶다.
다양한 사회 경험이 부족한 내 삶에는 남편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도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주 현실적인 답안을 제시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짚어낸다. 전형적인 문과 인간이면서 경찰인 남편의 시선은 이과적 인간인 나와는 달리 현실적이다. 과학과 수학이 세상의 진리라 여기는 이과생들은 솔직히 세상 돌아가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 특히 나같이 세상살이에 무지한 사람은 더 그렇다. 이과라서라기보다 원래 내 성향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비슷한 듯 너무 다른 우리 부부다. 같이 산지가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가니 결혼기념일에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딱히 설레거나 특별한 것 없이 애들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그런 부부가 되었다. 지금은 남편이 나인 듯 내가 남편인 듯 편안해져 버렸지만 큰 아이를 낳은 이후로 지금까지 박이 터지게 싸워왔다. 그러다 우리는 부부 사이의 목표를 평생 제일 친한 친구 되는 것으로 정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친구처럼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서로가 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울 때면 서로 이야기한다. “당신! 내 제일 친한 친구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