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갑식 Oct 25. 2023

이유가있는 수다.01

아들 자랑 좀 해도 될까요?



10월 어느 날에...


오전엔 인천송도로 결혼식장

오후엔 대구로 장례식장

이렇게 바쁜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장원을 못 간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흰머리가 여기저기 올라와있는데

어째야 하나!

갑자기 사둔 염색약이 생각났습니다.

염색은 하면 되겠다.

안심했고!


그렇다면 지저분하게 뻗어있는

뒷머리는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발병했던 아들이 생각나서


"엄마 뒷머리 손 좀 봐줄 수 있니?"

했더니


예스맨 해피맨 아들은

흔쾌히 예쓰예쓰!


아들은 자기가 군대에서 발병할 때

꽤나 인기가 있었다면서

너스레까떨면서..


그렇게 급한 대로 목에 수건으로 감싸고

뒷머리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미용도구가 없어서

가위하나로 싹둑싹둑!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발병 아들을 믿고!

그때는 다른 선택지도 없었기에...


왼손잡이라 그것도 왼손으로

싹둑싹둑!


"다음엔 숱 치는 가위도 하나 사서

숱도 쳐드릴게요"

합니다.


그 말에

어찌나

몽글몽글 따뜻함이 올라오는지

그렇게 뒷머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잠시 뒤


"어머니 거울로 뒷모습 좀 보세요!"

엄마는 잘 안 보이네...

했더니


 "그럼 제가 사진 찍어 보여드릴게요."

그렇게

사진이 한 장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문제는

너무 맘에 든다는 겁니다,


아들아 미용실 하나 차릴까!!

이런 농담까지 주고받았습니다.ㅎㅎ


저  사진을 볼 때마다

귀찮을 법도 한데 뭐든지 예쓰 하는 아들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글을 적어봅니다.


아들 덕분에

결혼식도 

장례식도

깔끔한 모습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의 의상은 블랙원피스였습니다.


결혼식장에는

 리본으로 묶을 수 있고

두 줄로 감을 수 있는

진주 목걸이로

살짝 멋을 내었고요.


장례식장에는

목걸이만 빼고 단정하게

다녀왔습니다.



아들아 사랑해!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

또 머리가 자라났네요.


아들아 숱 치는 가위도 하나 사자!

엄마머리 부탁해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

2023년 10월 25일




작가의 이전글 [박갑식의 영화인문학0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