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경상도사투리는 덤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어흥!,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어흥!, 오래 마주한 사람한테도 어흥! 아니, 호랑이도 아니면서 '어흥'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된 내 짝꿍 반쪽이의 '어흥'하는 이유
반쪽이의 '어흥'은 짝퉁 경상도사투리로 시작된다.
반쪽이가 쓰는 경상도사투리가 찐인 줄 알았더니, 묘하게 다른 짝퉁사투리더라. 알고 보니 청소년기, 인생의 나름 중요한 시절을 부산에서 보내게 되어 자신에겐 외국어 같은 사투리여서 그렇단다.
나고 자란 곳은 이태원.. 이럴 수가..
반쪽이가 나고 자란 곳 모두 부산인 줄 알았지, 그렇게 부산사나이인 줄 알았지
나의 반쪽이는 넘쳐흐르는 에너지만큼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어흥'할 때만 나오는 부산사투리가 반쪽이의 화를 더 극대화시켰다. 지나가던 사람이 내 어깨를 살짝 스쳐도 "어흥!", 오가는 대화 속에 살짝의 가시를 느낀다면 "어흥!", 오랜 친구에게마저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어흥!"
반쪽이의 '어흥'은 긴장한다던가, 피해를 받았다던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순간 반사적으로 나오는 '어흥', 하지만 모든 상황에 있어 항상 반쪽이가 옳았던 것은 아니다. 억지 부릴 때도 나오는 '어흥' 이거 뭔.. 호랑이도 아니고.. 반쪽이뿐 아니라 나와 우주에게도 적용되는 반쪽이의 반사작용은 인간관계에 있어 큰 불편함을 낳았다.
"보소, 보소, 왜 사람을 치고 갑니까, 사과 안 합니까?"
"아니... 반쪽아 스친 정도로 왜 그래"
"미안합니다."
"미안할 짓 하지마소, 사과 그래 늦게 하는 거 아입니다!"
격양된 목소리와 사투리, 잔뜩 찌푸린 표정에 압도당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몇은 불같이 맞붙다 반쪽이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펼쳐지는 기적의 논리로 마지못해 꼬리를 내려 사과했고, 반쪽이가 타인과 실랑이하는 시간 곁엔 기가 쭉쭉 빨려 영혼까지 탈탈 털린 내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주가 어린이집을 등원할 때도 집 앞 편의점 갈 때도 몇 달을 준비해 온 여행을 갈 때도 반복됐다.
아.. 피곤해라..
내 짝꿍 반쪽이의 '어흥'은요, 자신과 가족을지키고자하는 '어흥'입니다.
새끼들과 함께하는 보금자리 곁을 지나가는.. 나를 공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하이에나를 보며 어흥대는 상처받을까 두려우면서도 티내지않는 호랑이와 같죠.
어릴 적 맞벌이를 이유로 방치하던 부모, 하는 수 없이 가게 된 할머니댁, 그때의 할머니 모습과 행동은 여러 이유로 참 불편하고 무서웠데요. 반쪽이의 모든 상황을 본 적 없지만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거라 감히 예상해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5살부터 집을 나가기 시작했고, 무수히 반복되었다 해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했고 그중 몇몇의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낮게 만들었데요 그래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처음엔 자신만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더불어 가족이 생긴 거죠.
그러한 이유로 '어흥'한다고 해요.
반쪽이가 "어흥!" 할 때마다 놓인 상황을 되짚어 나는 괜찮다고, 그대도 괜찮고, 우주도 괜찮을 거라고 얘기했다. 매번 좋게 말하긴 힘들어 화를 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갖은 방법으로 괜찮다고 설명했다. 그러길 6년째, 지금도 '어흥'은 현재진행 중이지만 정말 "어흥!" 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반응하는 반쪽이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굳이 저렇게까지 피곤하게 사는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었지만, 지금은 정말 필요한 순간 '어흥' 해주는 반쪽이덕에 남편, 아빠라는 이름의 안전한 울타리에서 우리는 오늘도 보호받고 있다.
여전히 짝퉁 경상도사투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