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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Nov 16. 2023

첫눈이 왔습니다


미네소타로 이민 온 지 햇수로 7년째.


지난 7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10월에 첫눈이 다. 신랑의 말에 따르면 12월까지 눈이 안 온 적이 딱 한 번, 그것도 약 20년 전에 있었다는데 솔직히 못 믿겠다. 작년엔 10월 14일에 첫눈이 왔고, 올해는 조금 늦은 바로 오늘 밤, 1029일에 첫눈이 온 것이다.


10월 중순이나 말부터 시작되는 눈은 4월 말까지 이어지는데 5월이 되어도 녹지 않은 눈이 길가에 제법 남아있기도 한다.

특히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작년 겨울은 그야말로 눈과의 전쟁이었다. 키를 훌쩍 넘는 눈에 신랑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제설기로 집의 차고와 연결된 드라이브웨이를 치워야 했고, 폭설과 눈 폭풍으로 길이 막혀 출근을 못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지붕 위에 가슴 높이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 뒷마당의 덱과 앞마당의 현관 입구를 가로막은 눈을 삽으로 퍼내고, 퍼내고, 또 퍼냈다.


4 ft(대략 122cm) 펜스가 눈으로 뒤덮여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이번 가을에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과 비교를 해보면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알 수 있다.


혹시 군대를 강원도로 다녀온 남자분들은 알지도 모르겠다. 눈 치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눈은 쌓여있고, 혹시나 습기가 많은 눈이 내린다 치면, 이놈의 눈은... 돌덩이보다 더 무겁다.

미네소타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겨울은 힘들다. 일 년 중 6개월이 겨울인 데다 겨우내 쉼 없이 눈이 오며,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날도 많아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욕을 뱉어내는 날이 수두룩하다.

이번 겨울은 엘니뇨 윈터(El Nino Winter)가 될 예정이라 작년처럼 춥지도 않을 것이고, 눈도 많이 안 올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내리는 눈을 보니 마음이 오락가락한다.(현재 기온은 낮에는 영상 5도에서 영하 1~2도, 밤엔 영상 1도에서 영하 7도 정도 된다)

한숨을 내쉬는 신랑과 나와는 달리 만두와 하나는 신이 났다. 특히나 겨울을 좋아하는 웰시코기의 특성 때문인지 만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뒷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하나도 신이 나는지 만두 뒤를 열심히 쫓아다닌다.

여하튼 겨울은 시작되었으니, 잘 견뎌내는 수밖에.

올겨울도 잘 부탁한다, 미네소타.


작년에 찍은 사진



10월 29일 저녁 7시 30분(한국, 10월 30일 오전 9시 30분) 실시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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