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장군’의 공포

아이야아아아! 아이야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by 가가넬

온 우주에 봄이 부채질을 하는 것 같다. 연초록 잎이 나무에 돋아난 것을 보기만 해도 내 몸이 나무처럼 싱그러워지는 봄봄봄이다.


교실을 벗어나서 야외에서 하는 ‘바깥활동’은 기대감과 상관없이 언제나 설렌다. 오늘은 우리 반 두 명의 원아들과 멋진 초등학생 형님들과 함께 하는 예술활동을 하러 가는 날이다. 이름표 챙기고, 비상약, 비닐봉투, 여벌의 옷도 함께 가방에 욱여넣고 룰루~ 신나게 출발했다.




너무 일찍 왔는지 공연장에 내가 인솔해 데려온 아이들뿐이다. 아니면 우리만 보는 건가? 아니다. 배치된 자리가 꽤 뒷자리인 것을 보아하니 앞 좌석들에는 예약자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상관없다.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 여섯 살, 일곱 살, 초등학생 들에게 멋진 표정을 요구하며 찰칵, 저렇게도 찰칵 사진을 찍고 인솔교사로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으며 공연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때까지는 나도, 우리 어린이들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우리 어린이들은 공연 끝나고 점심 메뉴가 무엇인지 소명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자신들을 보살펴야함을 일깨워 주었고, 나는 오전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어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점심 메뉴를 하나하나 소명하며 곧 있을 공연을 기다렸다.




드디어 앞열 예약자들이 등장했다. 계단 한 칸도 두세걸음에 나눠서 내려가야 하는 어린이집 아가들이다. 아마도 3세이하 인 것 같다. 인솔하는 선생님이 양쪽에 한 명씩 손을 잡고 내려가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이 아가들을 쳐다보자 선생님은 조금 민망하셨는지, 아니면 사회교육의 일환인 건지 계속 안녕, 안녕, 인사로 모범보이기를 하며 내려갔다.


나도 외부활동으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고 어린이집 아가들에게 안녕하며 손도 흔들어주고 두 명의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강요(?)했다. 앞열 예약자들은 이후로도 속속 등장했다. 주황색과 회색이 섞인 체육복을 입은 어린이집 아가들이 내려가고. 노란 안전조끼, 근엄한 남색 체육복, 귀여운 분홍색 체육복의 어린이집 아가들과 유치원생들이 줄을 맞추어 내려갔다.



우리 어린이들이 조금씩 지루해하기 시작할 때쯤이다.


아이야아아~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출입구쪽에서 아가들이 우는 소리가 우후죽순 퍼지기 시작하더니 단체로 울기시작했다. 선생님의 달래는 말이 울음 사이사이로 힘없이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아!”


그러나 선생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울음소리는 계속되었다. “우와아아아앙, 아이야아아 아니야아아(아니야 아니야)!” 아이들이 이 장소가 맘에 들지 않음을 호소한다. 울며 동동 구르는 아가들의 발이 보지 않아도 오버랩되었다.
‘아니라 잖아.’ 나는 속으로 말을 했다.


아가들은 이 무서운 곳에 데려와서 의자에 내려놓으려는 선생님에게 ‘아니라’며 자기 의사를 울음으로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아니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한 명 한 명 안아서 의자에 앉혔다.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달래지지 않고, 데리고 나가자니 우는 아이들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그냥 다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


울음 속에서 공연 시작시간이 되었고, 공연자분들은 프로다운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가들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울음의 공동체로 하나가 된 아이들의 확고한 주장은 공연 러닝타임인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선생님들은 앉지도 나가지도 못하며 주변에서 주는 눈치와 겁먹어 우는 아이들 사이에서 내내 난감했으리라.


‘토장군을 찾아라’ 는 다 큰 어른이 보기에도 상당히 수준있는 고학년용 뮤지컬이었다. 숙련된 공연자들의 칼군무, 조명과 바닷속 물방울이 현란하게 빛을 발하는 화려한 무대와 노래, 대사로 시종 바쁘게 돌아갔다. 어두컴컴하고 번쩍거리는 무대, 어른도 현혹되는 정신없는 전개 속에서 아가들은 계속해서 울음으로 여기서 나가야 함을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읍내에 아트홀이 생기고 문화공연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문화생활 체험의 기회가 드문 지역의 교육기관들은 아이들을 거의 필수적으로 관람시키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가들에게 뮤지컬 관람이라니.


나중에 와서 찾아보니 그 공연의 입장연령은 24개월부터였다. 성인인 나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분위기의 뮤지컬 공연을 토(끼)장군이라는 이름만으로 24개월부터 입장을 시킨 것이다.


교육기관이나 선생님들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따지지 않은 공연장과 아이들에게 묻지 않은 기관의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아이야아아 아이야아아’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남은 것은 커다란 음향과 화려한 군무, 그리고 한 시간 내내 잔향처럼 남은 울음소리밖에 없다. 우리 어린이들도 공연을 다 보고 무엇이 기억나냐고 물었더니 대장? 하며 확실한 대답을 하지못했다. 무서움에 운 아기들과 우리 어린이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전부 난처한 오전을 보냈다.


누구라도 반성을 해야 하는데 잘못한 사람이 없다. 24개월 아가들의 승인을 받지 않고 등장한 토() 장군은 반성하고 앞으로는 아가들의 허락을 받고 등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