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우선순위
가장 큰 조각: 나 자신
예전에 딱 한번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다. 평소에 사주나 신점 등은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 그날은 웬일인지 친구 손에 못 이기는 척 점집에 이끌렸다. 그곳에서 만난 무섭게 생긴 아기동자는 나를 꿰뚫어 보는 듯 수많은 말을 내뱉었다. 그중에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다.
"언니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가 1순위인 사람이야"
‘그럼 내가 중요하지, 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 하고 넘겼지만, 이제는 그 말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나는 결혼을 해도 남편의 승진보다 내가 만들어 낸 아주 작은 성과가 더 짜릿했고, 남편의 실직보다 발전 없는 내 모습이 더 불안했다. 아이를 갖기도 전부터 남편에게 항상 했던 말은 "나는 애엄마로 안 끝날 거야, 돌 지나자마자 바로 내 일 시작할 거야."였다. 누가 애엄마로 끝나라고 사주를 하고, 일을 하지 말라고 뜯어말린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자주 하고 다녔다. 애틋한 내 인생이 누군가의 엄마로 끝나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때 만난 아기동자가 나를 정말로 잘 알아봤기를 소망한다.
두 번째 조각: 남편의 아내>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그가 내가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하고, 죽는 순간까지 함께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나 다음으로는 우선순위로 둬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 스물여덟이라는 예쁜 나이에 결혼을 감행했고, 나 다음으로 가장 아끼는 존재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세 번째 조각: 나의 꿈
가만 생각해 보면 내 기억 속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한 곳에서부터 나는 줄곧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변덕이 심하고 무언갈 진득하게 하는 걸 어려워했던 내가 신기하게도 꿈만큼은 늘 한결같았다. 찬란했던 20대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 길 위에서 매일 밤 숨죽여 울었고, 또 이따금씩 그 꿈을 이루기도 했다. 여전히 마이크 앞이 가장 설레고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낀다. 매일같이 생방송을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오래 하고 싶다.
나의 꿈이 나보다 더 소중했던 적이 있었다. 아니, 꽤 오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불행했다. 대단한 아나운서가 되어 유명한 방송을 진행하면 내 인생이 성공할 거라 착각한 적도 많았다. 막상 그토록 원했던 합격을 하고 방송을 해도 삶은 선명하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불안했고, 불완전했으며, 미완성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애썼던 시간은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았다. 오래된 꿈은 다른 새로운 꿈을 가져와주기도 했으며,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매일 저녁 라디오 부스 안에서 ON AIR의 불빛을 기다릴 때 나는 깨어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