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따지자면 학참룩(학부모 참관수업 룩)이다. 참관수업에 초대한다며 열흘 전 즈음 학교 공지가 날아왔다. 아이는 2학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는 집에서 화상으로 수업을 참관했다. 그날은 얼굴을 보여야 할까 봐 화장은 했지만, 옷은 상의만 신경 써서 입고 하의는 대충 입었더랬지. 이번엔 실전이다.
중부일보 '광명서초, 학년 초 수업공개로 학교 ·학부모의 눈높이 맞추다'
학총룩에 대해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먼저 아이를 낳아서 친구에게 물어볼 수는 없고, 주변 아는 엄마들도 아이 또래의 엄마들이라 코로나로 참관수업은 대다수 처음 참여하는 터라 뭘 입어야 할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현장감이 부족하니 연애를 글로 공부하는 느낌이다. 뭘 입을지 고민과 걱정을 하던 차에, 참관수업을 필자보다 며칠 먼저 참석해 본 아이 친구 엄마가 있어 후기를 들어보니 옷은 각양각색으로 입고 왔다고 한다. 청바지 입은 사람도 있고, 정장 스타일로 입은 사람도 있단다. 청바지를 입어도 되는구나. 그래도 첫 참관인데 대충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원피스들을 꺼내어 5개 정도 입어봤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그것들은 아이 낳기 전에 샀기에 길이가 무릎보다 7-8센티는 족히 위로 올라온다. 아무래도 짧다. 다리에 자신은 있지만 짧은 치마 길이로 자칫 사람이 가벼워 보이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살이 불어서 몸에 붙는 옷은 배 나와 보인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옷을 살 수 있으랴. 이때가 기회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여성정장 쇼핑몰에서 고르고 골라서 무릎을 덮을 정도 길이의 단정한 소라색 원피스에 화이트 재킷을 주문했다. 물건이 도착해서 입어보니 뱃살도 어느 정도 가려졌다. 너무 아나운서처럼 보이는 원피스인가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새로운 옷을 주문해서 도착할 여유는 없었다. 옷을 다시 고르기도 귀찮아서 그냥 입기로 했다.
참관수업 당일 날, 9시 30분 학교 앞은 꽤 차려입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마치 결혼식장 주차장에서 식장으로 들어가는 행렬 같았다. 소라색 원피스 따위 가뿐하게 평범한 옷차림이 되었다.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이건 무슨 심보일까. 그래도 대부분 열에 일고여덟은 블랙 앤 화이트이다. 엄마들은 대부분 검정슬랙스에 블라우스, 재킷 차림이었고, 간혹 트위드 재킷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아빠들도 상당수 학교에 왔는데, 정장을 많이 입었다. 와이셔츠에 풀정장 차림도 많고, 그냥 PK티셔츠, 아니면 흰 무지티도 눈에 띄었다. 아이의 학교에는 청바지 입은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운동화는 많이 신었다. 슬랙스에 웬 운동화냐고 싶겠지만, 참관수업에서 학부모는 한 시간 정도 말없이 서있어야 하는데 이때 신발이 중요하다. 그런 사실을 알리가 없었던 지라 '한 시간인데 괜찮겠지'하며 안일한 생각을 했다. 아나운서가 입을 법한 셔링 원피스이니 이 옷에는 구두를 신어야 했다. 사실 또각또각 소리 내면서 걷고도 싶어서 6센티 구두 신는 걸 감행했는데, 다시는 참관수업 때 굽 있는 구두를 신지 않기로 다짐했다. 수업 때 서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팠지 뭐람. 안 아픈 척 태연하게 서있느라 혼쭐이 났다. 나중에 엄마들 후일담을 들어보니, 다들 다리가 아파서 뒤에 사물함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액세서리, 가방은 생각보다 브랜드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코치, 마이클코어스 같은 보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브랜드와 디올, 루이비통처럼 명품 브랜드도 있었지만 명품백은 열에 한두 명 정도로 그렇게 눈에 띄게 많지는 않았다. 옷 다음으로 가방이 많이 신경 쓰였다. 명품백이 없단 말이다. 참관수업을 위해서 지인한테 빌려야 하나 우스운 생각도 잠시 했지만, 부끄럽지 않고 신경만 쓰일 뿐이어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한국브랜드인 칼린백을 메고 갔다. 북새통에서는 어떤 가방을 메도, 어떤 구두를 신어도 아주 특별하지 않는 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학총룩' ≒'참관수업룩' ≒ '하객룩' 정도 생각하면 될 듯하다. 정장을 입어도 무난하고, 청바지를 입어도 무난하다. 형광색이나 눈에 띄는 색을 걸쳐야 그나마 특색 있을 듯하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단정하게 하고 참석하면 되겠다.
그보다 참관수업에서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주변 친구들과는 서로 잘 교감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선생님과도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느끼는 데에도 집중하는 방향으로 권하고 싶다. 이번에 우리집 꼬맹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연차 쓰고 가서 회사에는 눈치가 좀 보였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크는 것도 많이 못 보는데 적어도 이런 중요포인트만큼은 엄마로서 함께하며 이 찰나를 마음에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