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부부 가족 이야기, 그들의 행복이 늘 찬란하기를.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급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농아 부부였다. 그들은 두 분 다 듣지 못했고, 말하지 못했다. 우리는 구청에 소속된 수화통역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의사소통을 했다. 그들은 아이들이 둘이었다. 만 3세 여아, 6개월 여아. 둘 다 들을 줄 알았고 소리 낼 줄 알았다. 그들에게 보물 같은 아이들이었다. 비록 그들이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그 누구보다도 빨리 반응했다. 그들이 아이들을 귀히 여기는 마음은 굳이 소리 내지 않더라도 나 말고도 모두에게도 전해져 그 아이들은 우리 소아과의 사랑둥이가 되었다.
농아 부부는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이상이 느껴지면 소아과를 수시로 오곤 했는데, 단순 감기에도 매일 병원을 찾았고, 어제 들었던 내용을 또 듣더라도, 처방이 바뀌지 않더라도 나에게 괜찮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소아과를 자주 방문했다. 하루에 3번 오는 날도 있었다. 아침에 콧물이 나서 약을 받아갔다가 점심에 기침을 한다고 다시 왔고, 저녁에 열이 난다고 다시 왔다.
아무래도 집에서 부모님의 말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언어 발달 지연이 있었고, 언어치료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기관을 다니고 있었으나 첫째는 만족할 만큼의 치료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번 영유아검진을 통해 중간평가를 하고, 언어치료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물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두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그들이 생각났다. 내가 미처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갑자기 병원으로 호출하고 구청의 수화통역사를 연결해 달라고 했다. 사정상 그만둔다는 것을 전달하고, 언어치료 진행상황을 물었다. 첫째는 언어치료를 받고 있고, 둘째도 돌 영유아검진 이후 결과에 따라 치료를 연결해서 진행할 것이며, 농아 부부를 담당하고 있는 복지사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절대 기관을 결석하지 않고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해 달라는 나에게, 그들은 오히려 내 걱정이 과하다는 듯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떠나는 날, 나의 후임으로 온 원장님의 얼굴을 보는데 초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아부부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자기 환자 중에서도 그런 부부가 있었다면서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부모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씀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부가 환자에게 의사에 대한 고소를 부추기고, 의사에 대한 혐오를 국민들에게 조장하는 현시점에서, 그래도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혐오의 기세가 맹렬해도, 혐오를 이길 수 있는 상호이해, 공감, 친밀감, 존중, 신뢰 등 우리에게 진실된 가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할 것이라 믿는다.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의 손길이 아직은 세상에 닿는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