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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RONY Feb 17. 2024

이게 실화라는 게 찐눈물포인트ㅠ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관람 후기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는 2001년 9.11 테러 발발 당시 미국으로 향하던 민항기들이 캐나다 뉴펀랜드섬에 임시 착륙해야만 했던 '노란 리본 작전'을 배경으로 당시의 승객들과 갠더 마을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한국 초연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023년 11월 28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상연 예정이며, 본인은 12월 13일 밤 공연을 관람했다.


※ 본 후기는 극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에 대한 가감 없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또한 본 후기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 감상이며, 다른 관객들의 모든 주관적 감상을 존중합니다.

관람 전 소원을 적고 들어가세요!

멀리서 오신 분들(Come From Away), 어서 오시게(Welcome to the Rock)!


<컴 프롬 어웨이>의 주제는 ‘베풂’이다. 사상 초유의 테러에 뜻밖의 불청객이 와르르 쏟아졌지만, 갠더 마을 주민들은 그냥 도와달라길래 뭐든 도와주었다. 이들의 대가 없는 베풂은 모든 일상이 멈추고 불시착한 스트레스와 낯선 공간의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를 모두 허물고, 뒤틀린 채 그저 흘러가던 승객들의 삶에 작은 도피처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소박하고 소중한 인연들이 여기서 맺어진다. 이 작지만 아름다운 행복이 911 테러라는 끔찍한 재앙 속에 나타난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고, 거대한 절망 속에서도 꽃은 핀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컴 프롬 어웨이>의 큰 특징이자 강점은 ‘극한의 짜임새’였다. 12명의 배우와 의자 위주의 단순한 무대 소품이지만 30명 이상의 인물과 다양한 공간을 무대 위에 만들어낸다. 자칫 정신없어 보일 수 있는 구성이지만 <컴 프롬 어웨이>는 영리하게 풀어냈다. 상당수의 뮤지컬이 러닝타임에 비해 할 말이 많아 어물쩍 넘기는 과정에서 서사에 구멍이 생기는데, 본작은 전개의 밀도가 높을 뿐 그 속의 이야기는 느슨하기에 관객들은 큰 피로감 없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극 초반에 누가 어떻게 1인 다역인지 헷갈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1인 다역은 극의 짜임새를 위함도 있지만, 주제의 연장선이 되는 연출의 방식이기도 하다. 모든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불시착한 비행기 승객과 이들을 맞이하는 갠더 마을 주민의 역할을 겸임한다. 즉 한 배우가 수혜자와 시혜자를 함께 연기한다. 거기에 본작은 소수의 주연이 없고 12명의 배우 모두가 비슷한 작중 비중을 차지한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인물 연출은 ‘누구든 누구에게든 도움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다’는 인류애적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가져가는 영리한 방법이었다. 차별화와 메시지 강화를 동시에 이루었다. 기립박수 짝짝짝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원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터미션의 존재이다. 상술했듯 애초에 쫀쫀한 짜임새로 짧고 굵게 즐기도록 제작된 작품인데, 인터미션이 들어가니 한창 드라마 잘 보다가 누군가 실수로 TV를 꺼버린 듯한 위화감이 강했다. 극의 규모에 비해 다소 비싸게 책정된 티켓 가격의 명분을 위한 명목상의 러닝타임 늘리기였을까. 영 아쉬웠다.

2023.12.13. <컴 프롬 어웨이> 밤공 캐스팅보드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리저리 휩쓸리다 멈춰야만 깨닫지 이 순간 살아있다는 걸


승객들에게 갠더 마을이 그랬듯 관객들에게 <컴 프롬 어웨이>는 바쁘게 살아가다 잠시 멈춰 살아있다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세상의 묵은 때가 묻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피어난 따뜻한 인류애로 한겨울 추위를 따스히 녹여주는 수작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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