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에서 벗어나기
인생은 의존성에서 시작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죠. 인생의 마지막 또한 의존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갓난아기는 의존하는 부끄러움을 모르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노년에게는 자존감이 깎이는 일입니다. 마지막까지 존엄을 유지하고 싶다면 육체와 정신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자기관리가 선행된다면 멋진 마무리도 가능합니다.
육체의 직립을 위해서는 먹고 놀고 쉬는 삼박자가 선순환해야 합니다. 이중 먼저 숙면을 통해 휴식하는 육체의 직립을 살펴봤습니다. 이제 숙면을 위해 먹고 노는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숙면을 부르는 식습관
부처님께서 지니셨던 식습관은 소식, 일종식, 그리고 마음챙김입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식사를 공양으로 승화시키는 핵심 원리입니다. 이를 기준 삼아 숙면을 부르는 식습관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식은 숙면을 돕습니다,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폭식을 하면 잠을 자야 할 때 여전히 위에 음식물이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소화를 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속은 더부룩해집니다. 몸과 마음이 긴장돼서 잠이 오지 않거나 기절하듯 잠에 들어도 수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식은 숙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첫째, 일종식을 하면 그 자체로 소식이 실천됩니다. 한 끼만 먹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과식을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세 끼를 먹는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소식이 실천됩니다. 둘째,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정오 전후로 한 끼만 먹으면 다음 날까지 공복 상태가 유지돼서 위가 쉴 수 있기에 속이 편안합니다. 셋째, 자연스럽게 야식을 피하게 되면서 편안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 식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숙면을 돕습니다. 첫째, 식사에 대해 마음챙김 하면 식습관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얼빠진 상태에서는 소식과 일종식을 실천하기 어렵지만, 마음챙김 상태에서는 가능합니다. 둘째, 마음챙김을 반복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율신경의 균형이 맞춰져서 자야 할 시간에 몸이 자연스럽게 이완됩니다. 셋째, 불면의 원인이 되는 망상을 조절하는 데 마음챙김은 큰 도움이 됩니다.
소식과 일종식 그리고 마음챙김까지 원만히 갖추어지면 식사는 공양으로 변합니다.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닌 자신을 절제하면서 깨어있는 태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숙면에 도움이 되고, 컨디션이 좋아지며, 건강과 활력이 증장되고, 수행의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공양법을 익혀두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숙면을 위해 노는 법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 중 하나이다” vs “배부른 사람만 겪는 증상이다”
불면증을 평가할 때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등장합니다. 불면증을 겪으면 미칠 것처럼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지만, 살만한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의견 중에서 무엇이 진실일까요? 둘 다 진실입니다.
만성 불면증을 겪고 있다면 이미 수면 리듬이 깨지고 생체시계가 교란된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교정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급성 불면증일 경우에는 식습관 교정과 함께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개선이 가능합니다. 활동량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첫째, 육체의 에너지 소모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둘째, 망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얼빠진 채 살아가게 됩니다. 셋째,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지 못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집니다.
너무 피곤해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잠든 경험이 있으신가요? 육체를 충분히 사용했다면 불면증을 걱정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생체시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졸음이 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 졸린 것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배부른 소리라는 의견은 이러한 활동 부족이라는 특징을 근거로 등장합니다.
육체의 에너지가 충분히 소진되지 않으면 망상으로 에너지가 쏠립니다. 불면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마음을 다루는 힘이 없다면 대부분의 걱정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더라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신활동이 활발해지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자더라도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불면증에 시달린 날은 뇌진탕 상태에 빠진 것처럼 안 좋은 컨디션이 됩니다. 이것이 만성으로 이어지면 몸과 마음이 시든 꽃처럼 힘이 없어지고, 수많은 망상에 시달리는 등 다양한 정신질환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측면을 보면 불면증은 삶의 질을 훼손하는 무서운 질병이 분명합니다.
불면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반드시 적절한 육체 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노동이나 운동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반작용으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운동이 끝나고 식사를 한 뒤 따뜻한 물로 씻으면 몸이 노곤하게 이완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잉여 에너지가 없으면 망상 또한 적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수면이 유도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육체의 직립을 이룹니다. 하지만 직립의 활력 정도는 개인마다 모두 다릅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람, 얼굴이 빛나고 여유가 있는 사람, 만나기만 해도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되려면 육체를 직립하는 것을 넘어서서 건강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 시작은 누구나 인생의 삼분의 일을 투자하는 숙면 디자인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