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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빈스님 Jul 14. 2023

5. 숙면을 넘어 수행으로

  게으른 사람이라면


  선천적으로 게으른 사람이 있습니다. 나른하고 힘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할까요?


  우리는 모두 밤잠을 잡니다. 수면을 통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만약 용량이 작은 사람이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능동적으로 숙면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고의 기회가 버젓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량이 적다는 것에 한탄하면서 시체처럼 쓰러져 자면 안 됩니다. 숙면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고, 나아가 공부와 수행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인류라는 종이 위대함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언어로 인한 ‘축적’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도서관은 보물 창고입니다. 정신활동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고민과 해결책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는 <티베트 잠과 꿈의 명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는 바로 ‘게으른 사람을 위한’입니다. 낮 동안 쉽게 지쳤던 분들에게는 귀한 보물이 될 것입니다.




  휴식을 넘어 공부로


  인간의 수면은 크게 잠과 꿈, 렘수면과 논렘수면으로 나누어집니다. 논렘수면은 자아의식의 활동이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깊은 잠을 자는 순간 숙면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반면 렘수면은 자아의식의 활동이 일상과 거의 유사한 상태입니다. 이때는 다양한 꿈을 통해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과 생각이 소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렘수면의 특성을 활용할 때 밤잠을 공부와 수행의 시간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면을 응용하는 연습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는 수면 직전과 기상 직후를 활용하는 것이고, 2단계는 꿈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며, 3단계는 잠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먼저 1단계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본분사에 어울리는 화두를 들고 살아갑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공부를,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을, 연애를 하는 사람은 연애를. 화두를 중심으로 생각과 감정이 얽힙니다. 두뇌는 꿈을 통해 이러한 것을 풀어내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특징을 응용한다면 낮 시간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난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몰입>의 저자이자 몰입 전문가인 황농문 교수는 자는 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고, 깨어날 때 샘솟는 해결책을 메모해서 화두를 해결한 다양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잠들기 직전 두뇌에게 문제를 입력하고 일어나서 결과물을 받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다양한 화두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기를 하고 싶다면 잠들기 직전 그 내용을 1차로 암기한 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바로 암기 여부를 검토합니다.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거나 풀리지 않는 감정을 소화해야 할 때, 이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이 원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잠과 꿈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두뇌는 휴식을 취하고 자체적으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입력된 내용을 이해하고, 명령어에 맞는 결과물을 도출합니다. 원리가 이해되시나요? 이것이 1단계 밤잠 공부법입니다. 기억해 두세요.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하는 것입니다.




  꿈과 인생을 모두 바꾸는 힘, 자각몽 수행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얼빠져 있지 않고 주의력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띠가 있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호랑이 굴에서 살아나오는 것뿐 아니라 삶 전체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열쇠는 바로 사띠입니다.


  사띠가 있는 상태를 ‘자각’이라고 합니다. 자각이 없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고, 모르면 영영 못 고치게 됩니다. 반대로 자각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물론 원인을 올바로 분석하고,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더해져야겠지만 말입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 했던 수행자들은 모두 사띠의 힘을 키우는 명상을 했습니다. 사띠의 질은 그 사람의 격입니다. 티베트 불교의 수행자들이 꿈을 꾸는 시간을 수행으로 바꾸기 위해 개발했던 명상법의 핵심은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자각몽’ 훈련입니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의 저자는 임사체험과 유체이탈, 수행자의 깨달음 등등 각종 영적 체험의 사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영적 체험은 렘수면 즉, 꿈꾸는 의식상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만일 렘 의식이 임사체험을 유발한다면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이 임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특별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뇌의 각성 시스템이 특별해서 렘 의식과 깨어 있는 의식의 혼합이 쉽게 일어나는 성향을 지닌 것일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뇌의 작동 방식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 때뿐 아니라 다른 때에도 렘 의식과 깨어 있는 의식의 혼합을 겪기 쉬운 것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적 체험은 일상에서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경험을 합니다. 이런 일상적 지각을 벗어난 상태는 렘 의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깨어 있는 자각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선불교에서는 수행하기 딱 좋은 의식 상태를 성성적적惺惺寂寂하다고 표현합니다. 거의 졸음에 빠진 듯 적적하게 이완되지만 자각은 성성하게 유지되는 렘의식에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다양한 수행 경험과 영적 체험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자각몽이 이어지는 것과도 연결성이 있습니다. 저자는 뇌과학 연구를 통해 자각몽이 이어지는 동안 ‘뒤 바깥쪽 앞이마엽 피질’ 부위가 활동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자각몽은 학습 가능하므로, 뒤 바깥쪽 앞이마엽 피질의 활동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우리의 통제하에 있는 듯하다.”


  자각몽은 분명 연습할 수 있습니다. 잠과 꿈의 명상에 몰두했던 수행자들이 이를 경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자각몽을 훈련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뒤 바깥쪽 앞이마엽 피질 활동의 지속성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 훈련은 자각몽을 넘어 일상 속에서도 자각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영적 체험이 발현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자각몽을 연습하려면 단순한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첫째,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이 실제가 아닌 꿈이라는 것을 인식할 것. 둘째, 잠들기 직전에는 꿈을 기억할 것을 두뇌에 명령하고 기상 직후에는 꿈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 것. 셋째, 일상에서 얼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듯이 꿈속에서도 자각하기 위해 노력할 것. 넷째, 자각몽을 유지하는 시간을 늘려갈 것. <잠과 꿈의 명상>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광대한 연습법이 소개되어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자각몽의 힘이 충분해지면 꿈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꿈을 꾸는 동안 생각과 감정을 비롯해서 다양한 업을 바꾸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는 등장인물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권한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꿈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창조주의 권한이기도 합니다.


  자각하는 힘이 커지면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얼빠진 상태에서는 단 하나의 경험도 바꾸지 못하지만, 일상에서 자각하는 힘이 커지면 자신의 주관적인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띠의 질이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향상되면 그만큼 주변과 객관적인 세상 또한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삶의 노예에서 주인이 되는 자각몽 수행 원리입니다.




  완전한 깨침으로 가는 잠의 명상


  “산은 산 물은 물”


  근현대를 대표하는 불교계의 고승, 성철스님을 상징하는 문장입니다. 성철스님은 깨침의 길을 단순화시켜서 제자들에게 지도하셨는데, 그 핵심은 자각입니다. 성철스님이 수행하셨던 간화선은 ‘화두에 대한 의심’에 주의력을 두는 수행법입니다. 이것을 ‘화두를 든다’고 표현합니다. 자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이것이 얼마나 지속되는가를 기준으로 수행 과정을 정리하셨습니다.


  첫째, 좌선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화두에 대한 자각이 이어지는 동정일여動靜一如 상태입니다. 둘째, 꿈속에서도 화두에 대한 자각이 유지되는 몽중일여夢中一如 상태입니다. 셋째, 잠에 빠진 상태에서도 화두에 대한 자각이 유지되는 숙면일여熟眠一如 상태입니다. 스님께서는 24시간 동안 화두에 대한 자각이 이어진다면 곧 깨칠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2,600여 년 전 부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항상 사띠의 확립을 강조하셨습니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사띠가 하루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깨어나는 것이며, 자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자각의 지속이 확립되면 이를 바탕으로 나와 세상의 진실을 꿰뚫어 아는 지혜가 생깁니다.


  밤잠을 수행으로 승화시키는 3단계 수행법은 바로 잠의 명상입니다. 자세한 방법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꿈의 명상이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잠의 명상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구구단을 모르는데 미적분을 풀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명상의 핵심인 자각의 지속은 충분히 설명했으니, 지적 호기심을 더 채우고 싶다면 <잠과 꿈의 명상>을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직립의 시작과 끝


  아직도 수면 시간이 아까운가요? 병자, 건강한 사람, 수행자, 그리고 깨달은 이까지도 모두 평등하게 수면을 취해야 하기에 이 주제는 중요합니다. 더불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인간완성의 길로 나아가는 시작과 끝을 관통하기에 어른수업의 첫 번째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제 수면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이를 위해 불면에서 숙면으로, 나아가 공부를 통해 밤잠의 실력을 발전시켰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에너지가 재충전되어 건강과 활력이 보장됩니다.

  둘째, 복잡한 생각과 감정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소화됩니다.

  셋째, 일상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넷째, 자각몽 연습을 통해 사띠의 질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자각하는 힘이 커지면 삶의 경험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여섯째, 성스러운 존재들과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곱째, 잠의 명상으로 자각을 확립하는 수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이익을 주는 숙면 디자인을 통해 어른이 될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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