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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r 28. 2023

우연히 만난 대만친구 키키의 초대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1-2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2

[피데(Pide) 이야기 1-2]

우연히 만난 대만친구 키키의 초대


신비주의 수피(Sufi) 창시자 루미를 기념하는 메블라나 박물관


콘야에서 여장을 푼 게스트하우스의 마당에 앉아있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제이’랑 한두 마디로 촉발된 노닥거림이 시작된다. 나의 여행은 느긋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순간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순간의 공기를 느끼고, 주변의 소음을 수집하고, 누군가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조차 말이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여 내가 한국인임을 아는 순간 모든 것을 개방해버린다. 일종의 무장해제 느낌이다. 내가 동양인이니 처음에는 중국인이냐고 물어보고, 그 다음엔 일본인이라고 물어본다. ‘no’라고 답할 때마다 표정이 점점 풀리고, ‘Korea’라고 하는 순간 무표정한 얼굴은 미소로 변하면서 모든 것이 오픈된다.


콘야(Konya) 시내의 트램


튀르키예 직원 제이는 일단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긴 배낭여행 중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콘야에 왔고, 내일은 어디 어디를 갈 예정이라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자기가 저녁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대만에서 온 여자 사람 친구의 집인데 게스트하우스 바로 근처라고 한다. 경계심 없이 제안을 받아 들인다. 튀르키예 여행 중에 느낀 것은, 튀르키예 사람들이 매우 좋은 사람들이 많으며 동행해도 괜찮은 상황이 많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기 때문에.


콘야 모스크(자미)의 이슬람식 스테인드 글리스


약속한 시각에 맞춰 나갔더니 제이가 웬 동양인 여성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10m도 안 되는 거리의 이층집으로 들어선다.


‘키키’라고 자신을 소개한 대만 여자는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만에서의 본래 직업은 에디터라고 한다. 잡지사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글도 쓰는 작가였는데, 어느 날 튀르키예의 금속 예술을 취재하러 콘야에 왔다가 홀딱 반해 아예 재정비하고 다시 콘야로 돌아와 여러 달 정도 체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집도 몇 달 계약으로 빌려서 현재는 머무른 지 몇 일째라고 한다. 원래는 내가 묵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 손님이었다가 재입국 후 제이의 소개로 여기에 방을 얻었고, 이 골목에 반해서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놀고 있는 중이라는 멋진 말들을 쏟아낸다.


콘야 수공예 골목에 튀르키예 카펫과 킬림


실제로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골목은 수공예로 만드는 금속 그릇이나 액세서리 가게와 장인들이 즐비해 있는 골목이다. 금속판을 정교하게 두드리고 펴서 올록볼록하고 화려한 쟁반이나 식기들을 만들거나, 금이나 은으로 아름다운 장신구 등을 세공하는 가게들로 유명한 골목이다.


키키와 제이가 배고프다는 이야기를 나누더니 제이가 피데를 사오겠다고 한다. 현지인이 사오는 콘야의 피데라니... 또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아까 식당에서 내가 한 말을 또 물으니 콘야 피데에 대한 일장연설이 쏟아진다. 밀가루가 좋고, 재료가 신선하고, 굽는 기술이 예술이야…. 제이가 나가더니 조금 후에 종이에 싼 피데 뭉치를 사가지고 들어온다. 내가 돈을 보태겠다고 하니 오늘은 손님이니 그냥 즐기라고 하고 또 빙그레 웃는다. 거절하면 무례이니 즐겁게 받기로 한다. 내게 콘야 피데를 정말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잘 알기에.


튀르키예 친구 제이와 타이완 친구 키키가 사온 콘야 피데


환상적으로 맛있는 콘야 피데를 다같이 우물우물 씹으면서 키키와 제이와 밤늦도록 깔깔대며 웃고 떠들고 논다. 여행하는 순간에 선물처럼 찾아오는 뜻밖의 장면이 하나 더 쌓인다.


[피데 이야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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