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이제는 국내에서의 파급력이 예전과 같지 않지만 트와이스가 데뷔 10년 차를 앞두고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에 기인한다.
국내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던 4년 전, 빌보드로 대표되는 영어권 지향을 선언하며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고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가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나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짙어진 영어권 공략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거와의 연계이다. 전작인 미니 12집 <READY TO BE>에서 누군가의 레퍼런스를 넘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한 후 약 11개월 만에 발매하는 새 앨범은 먼저 마련한 음악 스펙트럼에 이전의 색채를 더하며 색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층층이 포개지는 보컬의 변화가 돋보이는 선공개곡 <I GOT YOU>는 과거 80년대의 향취가 느껴지는 도입부의 신스 드랍과 심플한 드럼으로 앨범의 막을 안정적으로 열었다. 단번에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을만한 파격적인 포인트는 없지만 대신 곡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걷어내고 온전히 앨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공개곡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이틀 <ONE SPARK>부터는 앞서 언급한 연륜이 좀 더 도드라진다. 이전 트랙의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가벼운 분위기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과거 트와이스의 음악에 있어 호불호의 영역이었던 랩의 비중도 크게 줄여 이전과 달라진 아티스트의 새로운 면모를 어필한다.
여기에 트와이스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드럼 앤 베이스로 타이틀의 신선함을 더하는데, 장르만 놓고 봤을 때에는 낯선 느낌이지만 여기에 과거 9년간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해 누적된 '트와이스스러움'을 더해 거부감을 낮추었다. 트와이스 방식의 온고지신인 셈이다.
앨범의 이어지는 트랙인 <Rush>나 <New New>, <Bloom>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트와이스로서는 마찬가지로 처음 시도하는 저지 클럽이나 투 스텝 개러지 같은 작년의 트렌드를 트와이스만의 느낌을 살려 앨범 안에 그대로 녹여냈다.
각자 다른 장르지만 대체로 균일한 속도감과 분위기로 앨범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한편 이전보다 성숙해진 보컬 화음으로 트와이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발산하였다. 여기에 첫 트랙 <I GOT YOU>와 수미상관을 이루어 '나'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YOU GET ME>의 마무리도 제법 깔끔하다.
결국 개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이 앨범은 트와이스의 연륜과 도전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결과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잘 만들어진 앨범임은 분명하지만 이 앨범 역시 약간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우선, 활동의 방향을 영어권으로 옮긴 지 4년이 지나긴 했지만 유독 이번 앨범부터 크게 늘어난 영어 가사는 국내에 있는 청자들에게 있어 반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트와이스와 함께한 팬들과의 유대가 담긴 앨범인 만큼 작사에 있어 국내 청자들에게 좀 더 친절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다양한 장르와 화려한 사운드로 앨범을 가득 채웠지만 이것이 오히려 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만한 포인트를 찾기 어렵게 하는 것 역시 아쉽다. 어느 한곳으로 쏠리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균일한 강도로 힘을 내어 화려함에서 오는 피로는 줄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청취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것은 아쉽다. 좀 더 단순하게 구성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쉬운 점이 느껴지지만 앞서 이들에 대한 평가 그대로 과도기를 지나 새롭게 거듭난 트와이스의 길은 한 해가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단해지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좋은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트와이스의 행진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들이 걸어간 길을 뒤에 따르는 이들도 함께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