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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te Music Jun 05. 2024

[앨범 리뷰] 알엠(RM) 정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

재작년 연말 군 입대를 1년 앞두고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매하였던 방탄소년단의 리더 알엠(RM)이 약 1년 6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을 공개하며 군 공백기를 최소화한다.

선공개 곡 <Come back to me> 리뷰 당시 언급했던 그대로 이 앨범은 전작 <Indigo>와 마찬가지로 외부 아티스트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데, 팀 알엠(Team RM)으로 명명된 이 아티스트 연합이 꽤 흥미롭다.

먼저 알엠이 피쳐링한 <섹시느낌>을 시작으로 알엠과 좋은 시너지를 보였던 바밍타이거의 산얀, bj원진을 비롯하여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와 밴드 까데호의 이태훈, 김아일, 제이클레프, 모쿄, 밴드 혁오의 오혁 등 인디씬의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 마지막으로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멤버 궈궈와 영국의 여성 래퍼 리틀 심즈, 그리고 재즈 듀오 도미&제이디 벡,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모제스 섬니까지 다양한 국적,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 팀 알엠이 그저 화려하기만 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앨범 아티스트 본인의 스타일만을 강조하다 보니 단순히 이름만 화려하거나 또는 참여 아티스트들의 개성이 너무 강하여 정작 앨범의 주인공이 존재감을 잃는 케이스에서 벗어나 앨범 아티스트와 외부 아티스트 간의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다. 말하자면 전작에서 드러내던 알엠 자신의 강점이 이번 앨범 들어서 더욱 선명해진 셈이다.

바밍타이거의 bj원진과 영국의 동갑내기 래퍼 리틀 심즈가 참여한 <Domodachi>, 앨범 타이틀인 <Lost!>와 이어지는 <Around the world in a day>, 선공개 곡이었던 마지막 트랙 <Come back to me>가 좋은 예시이다. <Domodachi>에서는 바밍타이거의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일본어 훅과 리틀 심즈의 랩이 알엠을 접점으로 교묘하게 얽혀있어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명곡 <Earfquake>에서 영감을 얻은듯한 타이틀 <Lost!> 또한 도입부를 맡은 제이클레프와 실리카겔, 바밍타이거 등의 시너지가 꽤 두드러진다.

앨범에서 곡과 곡 사이를 잇는 인터루드 곡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발산하는 도미&제이디 벡 협업 <?>와 싱어송라이터 모제스 섬니와 함께 한 <Around the world in a day>, 그리고 이 글에 앞서 리뷰 한 <Come back to me>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외부 아티스트와 협업한 곡 이외에도 알엠 자신의 능력이 돋보이는 곡들 역시 눈에 띈다. 까데호의 이태훈이 곡에 참여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알엠에게 있는 <Nuts>, '맘 안 드는 놈한테 난 무조건 빵상 빵상, 빵상, 무조건 빵상 내가 뭘 하던 이제는 못 말려 방상' 같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가사 선택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랩 실력 향상이 더욱 돋보이는 <Groin>, 몽환적인 슈게이징 트랙 <Heaven> 같은 노래들은 정규 1집 이후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한 알엠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모두 알엠과 외부 아티스트의 조화를 이끌어낸 프로덕션, 그리고 이처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포용할 수 있는 알엠의 음악적 이해도가 빛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산업화의 끝을 달리는 아이돌, 그리고 그와는 거리가 먼 인디음악의 공존이 만들어낸 케이팝 이후의 케이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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