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활동하는 사이키델릭 팝 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의 개인전 <Stay Mello>을 다녀왔어요. 현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고 오는 7월 14일까지 열립니다.
우선, 사이키델릭 팝 아트에 대해 정의하자면, 사이키델릭(Psychedelic)은 환각을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스티븐 해링턴의 그림을 보면 경쾌하고 약간의 흥분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그저 일반적인 팝 아트라고 생각하기에는 작가님의 작품들은 굉장히 임팩트가 있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유머스러운 캐릭터를 그리며 여러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 작업도 했으며, 2028년 LA올림픽을 위한 로고와 벽화를 제작했어요. 독특한 기법과 색감으로 앞으로도 많은 활동이 기대되는 팝 아트 작가입니다.
사실 저는 전시회를 가기 전에는 '그냥 귀여운 캐릭터 작품들을 감상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갔었어요. 하지만 작품들을 보면 대담한 색채와 검은 윤곽선이 도드라지는 평면적인 그림에 '멜로'와 '룰루'라는 캐릭터를 그려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과 여러 환경문제의 위험성에 대한 매우 직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의 특징에서 영감을 받아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지요.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는 정말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가볍지 않은 글로벌 이슈를 캐릭터를 이용함으로써 보다 친근하게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요즘에는 정말로 캐릭터를 기반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트렌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진영 작가의 앵무새 머리 인간, 김선우 작가의 도도새 그리고 러버덕의 아버지 플로렌타인 호프만 등등. 캐릭터를 잘 활용해서 사람들의 공감을 잘 얻어내는 것을 보면 현대미술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려고 노력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기억에 남았던 것은 스티븐 해링턴의 초기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어떤 전시든 작가의 초창기 작품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초기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누구한테 영향을 받았는지,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혹은 작품의 작업방식의 변천사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생애 첫 개인전은 <우리의 산>이라는 타이틀로 전시에는 '연결성'이라는 주제로 판화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었다고 해요. 초기 작품들의 주제가 '연결성'이라는 점을 보면 왜 작가님이 이번 전시에서 자연보호에 대한 주제의 작품을 대거 출품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에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에는 작가님이 이번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직접 그리신 벽화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관계 맺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과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은 멜로가 야자수 룰루를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두 캐릭터가 어떤 사이인지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해링턴의 초기작품들
스티븐 해링턴이 이번 전시회를 위해 그린 벽화 <For Dear Life>
스티븐 해링턴 전시회를 보면서 작년에 다녀온 스페이스 K 서울에서 열린 유이치 히라코 개인전 <여행>이 생각났어요. 유이치 히라코 또한 스티븐 해링턴처럼 캐릭터를 기반으로 지구온난화와 인류문명의 발전으로 파괴된 자연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스티븐 해링턴은 이러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유이치 히라코는 동화 같은 여행으로 스티브 해링턴과는 달리 간접적으로 전달하여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느낄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유이치 히라코 개인전의 프리뷰는 제가 브런치 스토리에 따로 올려두었으니 관심 있다면 읽어봐 주세요:)
Lost In Thought 65, 194cm x 259cm, Acrylic on Canvas, 2021. 출처 스페이스k 서울
이번 전시를 통해 예전에 재밌게 봤던 전시도 생각이 났고, 현대미술에서도 예전에는 많이 다루지 않았던 지구환경 보호와 같은 주제의 작품들을 봐서 되게 신선했어요. 스티븐 해링턴의 전시를 통해서 일상에 지친 여러분께 작품의 밝고 선명한 색감처럼 부드럽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의 여유와 활기를 얻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