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K 서울에서 열렸던 유이치 히라코의 개인전 <여행 'Journey'>에서는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30여 점이 소개되었다. 유이치 히라코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동식물이 함께하는 풍경들을 소개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며 나아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Green Master 84, 259 x 194cm, Acrylic on canvas, 2023. 출처 스페이스 K 서울
유이치 히라코 작가의 작품에는 매번 특정한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이 캐릭터는 일본 민속 설화의 나무 정령을 참고해 탄생시킨 것으로 사람의 몸에 나무 머리가 특징이라서 사람들은 '트리맨'이라 부릅니다. 이 캐릭터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자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의 초상이라고 말합니다.
The journey(Traveling Plants),333.3 x 994cm overall, total 4 parts, Acrylic on canvas, 2023.출처 스페이스
유이치 히라코 개인전 대표작 중 하나인 <The journey(Traveling Plants), 2023> 은 길이가 10m에 이르고 높이 3m가 넘는 대작 회화입니다. 4개의 다른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트리맨들은 형형색색의 씨앗처럼 보이는 대상들 사이에 자리하기도 하고 다른 화면에서는 꽃과 식물과 함께 별빛 아래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편, 새들은 나무 위에 가지런히 앉아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서로 다른 형식의 회화가 4개 화폭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각각 구성을 달리하지만 서로의 색채를 공유하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실제로 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의 보색대비를 이용하여 국경을 만드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잘 나타냈었고, 그 안에 인간들과는 달리 식물과 나무들은 새나 바람의 도움으로 경계를 넘어 종을 번식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이 자연을 단순히 보호해야 합니다 혹은 돌봐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자연을 통해 배워야 할 점과 인간과 자연을 동등하다는 위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이치 히라코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공존 등 가볍지 않은 이슈들을 비유와 상징이 있는 화풍으로 표현했습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연파괴나 적나라한 고발로 이루어진 것들이라면 유이치 히라코 작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심미안적 가치를 넘어서 자신의 신념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유이치 히라코 작가의 개인전은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