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경우 Mar 28. 2024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화가 백윤조

Every Little Step


갤러리 조은은 오는 3월 30일까지 백윤조의 개인전 <Every Little Step>을 진행 중에요. 이번 전시는 '걷기'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긍정성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작가만의 유쾌하고 율동적 조형 언어로 풀어내었습니다. 갤러리에 있는 작품들은 백윤조 작가의 시리즈 중에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힘이 있는 걷는 형상'의 의미를 담은 Walk 시리즈의 작품 중에 총 26여 점의 최신작들이 선보였죠.


백윤조 작가는 지난 8년 동안 말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가에게 소소한 '걷기'는 살아있음을 체감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였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백윤조 작가의 그림에 대한 포부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백윤조 개인전을 연 갤러리 조은의 전경. 출처 갤러리 조은


백윤조(b. 1980) 작가는 이번에 전시하는 Walk 시리즈뿐만 아니라, 걷기의 리듬의 기억을 살려 자유롭게 반복적으로 표현한 Doodle 시리즈, 움직이면서 스스로 흔들거나 바람에 날리는 얼굴을 표현한 Face 시리즈 이렇게 총 3가지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들을 보면 최소한의 선과 밝은 컬러로 심플하게 표현된 인물들이 단색 화면의 배경 위에 홀로 혹은 여럿이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갑니다. 곧고 시원하게 뻗은 선들로 표현된 인물들의 역동성과 건강한 유쾌함이 부드럽지만, 정교한 필치로 드러납니다. 담백하게 표현된 인물들 곁에는 조그맣게 표현된 일상의 사물들도 함께 존재하죠.




작품 속에는 인물들이 강아지, 고양이, 새 혹은 인형들을 들고 어디론가 걷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들을 보면 작가의 작품에는 사물에서 인간의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져요.


사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다루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넘어선 예술적 경험을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래서 작품에는 인간과 사물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려는 노력과 세계를 인간 중심이 아닌 더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드러나죠.


Departure (Walk series), 138 x 190.2 cm, oil on canvas, 2024. 출처 갤러리 조은


작가는 딱히 모델을 정해서 보면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를 떠올려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드로잉을 남겨서 이러한 이미지들을 다시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죠.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요소들은 과감하게 축약됩니다. 작가만의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다시 구성되기도 하죠. 걷는 이들의 목적과 동기는 전적으로 보는 관람객들의 상상력에 맡겨지기 때문에 자기만의 스토리텔링도 할 수 있습니다.


Thief (Walk series), 162.2cm x 130.3cm,  oil on canvas, 2024. 출처 갤러리 조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Thief>는 그림 속 인형은 과연 누구에게서 훔친 인형인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제목 뜻을 직역하면 도둑, 절도범을 말하지만, 작품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힌, 본질적 순수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죠.


도둑이 들고 있는 인형은 성인이 됨에 따라 잊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대상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작가의 '도둑'은 부정적 의미가 아닌, 잊혔던 기억과 추억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긍정적인 존재로 표현됩니다.


작품의 밝은 색의 배경은 제목과는 대조됩니다. 다소 부정적인 제목에 밝은 그림은 스토리에 반전을 주어 블랙코미디를 부여했습니다. 작가만의 유머러스가 들어가 있죠. <Thief>는 작가의 익살스러움이 작품 안에서 역설적으로 바뀌어 일상과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Guide (Walk series), 130.3cm x 162.2cm,  oil on canvas, 2024. 출처 갤러리 조은


<Guide> 작품은 노인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동행인은 과연 무엇인지 관람객들의 상상에 맡기게 됩니다. 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머리는 지푸라기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놀이동산에서 지푸라기 가면을 쓰고 일하는 직원이 노인을 부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작품 속에서 백윤조 작가만의 유머러스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사람들이 가족, 우정, 추억의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전달합니다.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단순한 관점을 재구성하여 관객의 편안함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작가의 작품들은 즉시 식별할 수 있고 즉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이 주는 친숙함과 긍정성은 대중들이 작가의 작품을 호의적이고 친근하게 탐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백윤조 작가의 작품에는 마띠에르 기법이 살짝 들어가 있다. 이는 작가의 유머러스함을 표현하고 있고 작가의 시그니처 처럼도 쓰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을 사랑하는 유이치 히라코의 'Journe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