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루이스 캄니쳐의 개인전이 이번에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게 되었어요.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 신라 대구와 서울에서 설치작업, 판화 그리고 사진 30여 점 등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지구 정반대의 나라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그리고 "서구권과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할지 궁금하다."라고 전했어요.
갤러리 신라 서울의 전시회 전경. 출처. 갤러리 신라 서울.
루이스 캄니쳐의 개인전은 두 지역에서 전시를 열었지만, 대구는 오는 4월 27일까지 그리고 서울은 오는 5월 3일까지 전시를 진행합니다. 저는 제대로 감상을 하고 싶어 두 군데 모두 다녀왔어요.
갤러리 신라 서울(좌), 갤러리 신라 대구(우)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잔잔한 느낌을 받았어요. 주로 주제가 사회 정치적 문제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시는데, 제가 느낀 건 조용하고 하다못해 평화로워 보였어요. 사실 개념미술은 새로운 사고를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쉬운 재료와 텍스트로 작품을 만들다는 거에 신기해하면서 감상했습니다.
갤러리 신라 대구와 서울은 같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지만, 대구에는 관객참여형 작품이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 생각해요. 바닥에는 흙이 깔려있고, 밟고 지나갈 수 있죠. 하지만 반드시 벽에 있는 문자를 다 읽고 지나가야 하는 조건이 있죠.
출처. 갤러리 신라 대구.
다른 차이점은 갤러리 신라 서울에는 세장의 합성사진이 합친 하늘을 연상하게 만드는 작품이 바닥에 전시되어 있죠.갤러리 신라 대구에는 '흙' 그리고 서울에는 '하늘'을 지면에 전시를 해놓았는데, 왜 이렇게 전시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좀 더 정의하기보다는 개념미술인만큼 여러분들이 기회가 된다면 직접 다녀오시거나 아님 사진 한 번 보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출처. 갤러리 신라 대구
출처. 갤러리 신라 서울.
갤러리 신라 서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Untitled,1968>입니다. 이 작품은 판화 작업으로 만들어졌는데요. 'SUN'이라는 단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선에 닿을 때까지 기울어지면서 짧아지는 텍스트 이미지를 통해 일몰을 묘사하고 반대로 보면 일출을 묘사하게 됩니다. 단어 하나로 일몰과 일출을 묘사하는 게 정말 창의적이고 태양이 연상되는 게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대구에서는 작은 조약돌을 액자 속에 넣어서 만든 작품입니다. 처음에 보고 '왜 돌이 떠 있을 수 있지?'라는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작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재료를 가지고 여백을 이용하여 단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구시대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새롭게 작품으로 만들면 이렇게 모던할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두 작품다 공통적으로 여백이 들어가 있는데요.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작품의 기운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백은 작업을 하다가 남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작가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공간이라 정적이고 힘이 느껴졌습니다.
출처. 갤러리 신라 서울.
출처. 갤러리 신라 대구.
이번에 루이스 캄니쳐의 개인전을 감상하면서 갤러리 신라에 대해 많이 궁금해졌어요. 인스타그램과 갤러리 신라 홈페이지를 통해 예전에 열었던 전시회, 설치나 그림들을 찾아봤습니다.
갤러리 신라는 주로 동시대 미술을 표방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진보적인 현대 미술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국내외적으로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작품들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고 묵직하거나 담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갤러리의 소장품들을 보면 갤러리 만의 색깔과 추구하는 방향을 알 수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거는 아트페어에서 돈 되는 그림들을 막 걸어서 무작정 판매하는 어설픈 갤러리들과는 다르게 갤러리 신라는 그 갤러리 만의 색깔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운영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