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블루 빛을 뿜어내는 연잎으로 작품을 그리는 남상운 작가님의 개인전을 다녀왔어요. 남상운 작가님은 갤러리 몬도베르에서 예전에도 개인전을 열었던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널 위한 문화예술'의 사적인 컬렉션과 갤러리 몬도베르와 함께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함께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개인전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Blue Mo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과 <Pink Moon>, <Purple Moon> 작품들과 더불어 총 22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작품들을 실제로 보면 '연잎이 원래 파란색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하이퍼 리얼리즘처럼 작품들이 그려졌지만, 푸른 색상으로만 칠해진 색면추상입니다.
디지털 아트 혹은 LED 같은 기계로 만들어진 미디어 작품 같지만, 모든 작품들은 완전히 유화로만 작업을 했고, 작품이 완성되는데 까지 4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수십 번 수백 번의 붓질이 더해져 쌓아 그려졌어요.
남상운 개인전을 갤러리 몬도베르의 전경. 출처 갤러리 몬도베르
커다란 접시와 비슷하게 보이는 연잎은 주로 어두운 여백을 이용했습니다. 남상운 작가님의 작품들의어두운 톤의 여백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졌어요. 일단 많이 묘한 감정이 들면서도 나라면 좀 다른 색을 썼을 텐데....
예를 들면, 빛의 삼원색 중 하나인 빨간색을 써보았던가, 아님 보색관계인 노란색을 써보았을 텐데..라는 혼자만의 생각들 말이죠. 어쨌든 어두운 배경 덕분에 연잎이 좀 더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블루로 표현이 되었습니다.
색면추상이지만 재현회화처럼 보이는 작가님그림의 기법은 캔버스 위에 물감이 올려지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캔버스에 물감이 스며들 듯 표현되어 보다 환상적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기법은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과 유사하며 동양화에 주로 쓰이는 선염기법과 비교될 때가 있습니다.
불교에서 연꽃은 '청정', '부처의 탄생'을 상징하지만, 유교에서는 '청렴'과 '군자'를 상징해서 세속적인 삶을 떠나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연꽃에 대해 조사하다가 알게 된 의미 중에 민간에서는 '다산', '행복', '풍요', '평화', '생명창조'등의 좋은 의미를 가지는 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남상운 작가님이 어떠한 의미로 연잎을 소재로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연꽃의 의미를 안다면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보입니다. 물론 연잎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면, 관람하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가 없겠죠.
연잎이라는 소재는 우리 사회에 실재하지만, 파란색으로 표현된 연잎은 허구적인 이미지이므로 현실과 가상, 실재와 허구를 작품 속에서 파란 연잎으로 아이러니하게 표현한 거 같았어요. 거기에다가 작품 속에 있는 아주 작게 그려진 스파이더맨, 다이아몬드, 어린 왕자와 같은 오브제 덕분에 작품에서 위트함이 보였고 가상의 세계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특히, 어린 왕자가 오브제로 나왔던 작품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 이유는 작품 속의 연잎이 연잎이 아닌 우주에 있는 행성처럼도 보였었고, 어린 왕자 책에 나오는 소혹성 B612가 '파란 연잎 모양의 푸른 덩어리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파란 연잎이 어떤 작품에서는 우주에 떠 있는 행성이 되었고, 다른 작품에서는 푸른 호수처럼도 보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쩌면 남상운 작가님의 작품들은 연잎이 아닌 사실 파란색 코발트블루 그 자체가 그림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입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래서 연잎 같은 파란 덩이리로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하게끔 도와주는 매개체라고도 보입니다.
청아한 색조의 파랑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 중에 하나입니다. 파랑은 하늘과 바다에도 쓸 수 있어서 옛날에는 신성한 색, 영원한 색으로 인식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남상운 작가님의 작품은 다채로운 블루컬러로 표현한 작품으로, 깊은 바닷속을 떠다니거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특히 연잎 속에 표현된 잎맥은 인생의 경로를 뜻하며, 각각의 연잎은 하나의 고귀한 생명을 의미합니다.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푸른 연잎과 잎맥을 통해서 세상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뛰어넘는 조화와 윤회를 느끼는 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