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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우 May 14. 2024

아트부산 2024 아트페어 리뷰

두손갤러리 & 갤러리 신라

국내 상반기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4'가 9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습니다. 13회를 맞은 올해 아트부산 2024는 20개국 130여 갤러리가 참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다른 아트페어와 차이점이 있다면 특별전이 갤러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선이 꼬이지 않게끔 관람을 할 수 있어서 편했어요.


사람들마다 아트페어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부지런히 모든 부스를 다니기보다는 내가 끌리고 관심, 내 취향 그리고 꼭 봐야 할 것만 보고 끝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관람을 해보았습니다.


단순히 작품들을 팔기 위해 이 그림 저 그림 무작정 거는 갤러리들 말고, 그 갤러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추구하는 작품의 결이 있는 갤러리들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아트페어를 즐겼어요. 목표는 적어도 갤러리 3곳을 찾는 거였지만, 아쉽게도 둘러보지 못하고 갤러리 2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트부산 2024, F-1 부스에서 열린 Jean Boghossian 특뱔전, CONNECT 8, 출처. 아트부산2024



1. 두손 갤러리(B-23)


두손 갤러리는 이번 아트페어에서 파도의 움직임을 화폭에 그려 생성과 소멸의 시간성과 순환성의 의미를 작업에 담아낸 심문섭 작가, 진경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터민 이혁 작가 그리고 한국적 소재를 활용하여 독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한 전광영 작가 이외에도 김춘환, 이정아, 김정아, 정영한 작가까지 총 12명의 작가의 작품들도 소개했습니다.


아트부산 두손 갤러리 부스 전경. 출처 두손 갤러리


먼저, 김춘환 작가는 페인팅이 아닌 인쇄물을 통해 색을 구현하는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평면부터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작품들을 만들지만, 아트페어에서는 평면작업만 볼 수 있었죠. 작가는 물감이 아닌 광고지 같은 인쇄물에서 색을 쓰고, 낱장이 인쇄지들이 모양을 갖추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킵니다. 이러한 고유의 종이작업을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30년 넘게 이어오고 있죠.


사실 종이라는 게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것 중에 하나이고 이미 인쇄가 된 종이들은 어쩌면 보잘것없는 것, 하찮은 것들이죠. 작가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도입하여 버려지고 간과되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종이들이 응집하여 뿜어내는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점이 저에게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김춘환 작가는 사실 한국보다는 유럽에서 많이 알려진 작가입니다. 앞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 미술과 친환경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로서 한국에서도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Undercurrent, 130cm x 194cm,  Paper on canvas, 2018. 출처 두손 갤러리


김춘환 작가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인쇄물의 글씨가 보인다. 출처. 두손 갤러리


다음으로 심문섭 작가는 반복된 붓질로 나타나는 작품들은 바다의 이미지를 상기시킵니다. 물결들은 마티에르 기법으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숨 쉬는 생명과 순환과 변환을 주제로 자연의 내재적인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향한 수행적인 작업 방식은 끝없는 자연의 순환을 함축된 시간의 단면으로써 캔버스에 담아냅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았을 때, 한 가지 색상으로 그러데이션을 줘서 생동감이 느껴졌고, 선을 직선으로 단조롭게 표현을 해서 물살이 약하고 평온한 파도로 보였습니다. 정말 평범한 파도죠. 하지만 반복된 붓질로 인해 묵직한 느낌이 심플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대부분 단색화처럼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지만, 유성물감을 칠한 바탕 위에 수성물감으로 붓질을 하는 것을 보면 고정된 틀을 벗어나려는 자유로움 마치 밀리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연속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색화의 새로운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he presentation, 출처. 두손 갤러리


새터민 이혁 작가는 북한에서 습득해 온 사실주의적 이미지의 재현 기법을 지우고 물감을 긁고, 뭉개고, 닦아내며 그리는 반복 행위를 통해 작가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이질감, 상실감, 그리움과 정체성을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새롭게 형성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기 표현력이 강한 작가로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표현적인 그림을 시도하였습니다. 겁에 질린 듯 두려움에 싸인 들개의 모습과 붉은색 그림자를 통해 북한 탈주민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투영했어요.


이후 직접적 표현 방식에서 점차 추상표현적으로 처리하며 표현의 영역과 방법을 확장시켜 [반상], [관월도]와 같은 작품을 통해 살아오며 겪었던 상처와 감정들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작품 속에 서로 화해시키고자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예술적 행위를 통해 혼란한 내면과 현실을 극복해 내며 절대적 진리가 무엇인지를 작품을 통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진경산수화를 재해석 하신 이혁 작가 작품들.


이혁 작가가 표현한 들개의 모습. 출처 두손갤러리


이 밖에도 두손 갤러리 부스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단순히 그림 작품들을 내걸었다기보다는 지속가능성, 자연의 내재적인 생명력 그리고 새, 들개, 사슴 등등 동물들의 들리지 않는 속사임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면서 휴머니즘의 실천으로 확장된 차원에서 두손 갤러리만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어서 가슴 한 편에 따뜻한 마음을 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 갤러리 신라(E-29)


갤러리 신라는 지난 4월에 열렸던 아트오앤오 때처럼 부스가 닫혀 있었고 5월 31일에 열린 로버트 베리의 시그니처만 액자로 걸려있었죠. 로버트 배리는 1960년대에 개념미술을 시작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목표는 '비시각에 기초한 시각예술' 예를 들면, 텔레파시, 전파 및 단어와 같은 미디어 같은 것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예술이 모순적이고 말이 되지 않지만, 도전을 해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전시회에서 '왜 관람을 하는가?'에 대해 분석을 해보면, 시각적 자극을 위해서 작품을 관람하기보다는 어떤 감동이나 놀라움, 경외감을 느끼기 위해서 그러니깐 비시각적인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 작품들을 본다고 보았습니다. 갤러리 신라는 2020년 키아프 때부터 '아트페어기간 중 갤러리 신라 부스는 닫혀있습니다'를 시작했습니다.


아트부산2024의 갤러시 신라의 부스모습. 출처. 갤러리 신라


올해는 아트오앤오부터 아트부산 2024에서 까지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실패한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나를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비상업성'입니다. 팔리지 않는 작품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아트오앤오 때 이 부스가 팔렸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사겠다고 연락이 왔죠. 이 부스를 누가 사겠냐고 했는데 팔려버린 거죠. 그래서 유럽에서는 "시스템에 저항하였으나 시스템에 삽입되면서 작품이 팔려버렸다" 그래서 '비상업성'은 실패했다고 평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갤러리 신라와 로버트 배리 작가는 팔릴 수 없는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고 합니다.


갤러리 신라는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부분을 작가와 상의하여 성공하기 위해 실험적인 미술을 추구하는 게 갤러리 신라의 목표라고 합니다. 오는 31일에 로버트 배리 개인전을 연다고 합니다. 예전에 열렸던 루이스 캄이 쳐의 개인전 개념미술을 재밌게 관람했던 저로서는 매우 기대가 되네요.


갤러리 신라의 미래지향적이며 진보적인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모습이 그 갤러리만의 색깔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갤러리 신라 부스에 있는 로버트 배리의 시그니처. 출처. 갤럴리 신라


A Courtesy of Duson Gallery.

 A Courtesy of Gallery S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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