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훈 작가님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거나 힐링이 되는 풍경화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풍경화 작품들이 많습니다. 풍경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죠.
자연이나 도회풍경을 작업의 소재로 주로 삼았는데, 대상을 재구성하고 색조와 채도 등의 시각적 요소를 한층 강조하여 사실주의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드러냈어요. 작가에게 풍경은 관조의 대상인 아닌, 사건의 연출자가 됩니다.
파도, 70cm x 55cm, oil on canvas, 2019. 출처 선광미술관.
<파도>2019는 말년에 속하는 작품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화면 가득 극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두 작품 모두 인간이 부재하지만, 거대한 힘을 드러내는 무한한 자연 앞에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파도> 작품은 과거에 저의 내적갈등을 표현해 주는 거 같았어요. 기자가 되기 전에는 인상 깊었던 전시회만 인스타그램에 남기거나 다른 SNS에 글을 남겼었는데, 기자가 된 후에는 글을 쓰기 위해 전시회는 가는 건지 아니면 정말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회를 가는지.....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되어가고 있는 게 싫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과거의 저의 모습을 파도로 표현해 주는 거 같아 인상 깊었어요.
공성훈 개인전을 연 선광미술관의 전경. 출처 선광미술관
낚시 , 115cm x 219cm, oil on canvas, 2012. 출처 선광미술관
작품들은 주로 자연의 숭고함을 보여주면서 세속적인 느낌도 있어서 대비되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낚시>(2012)라는 작품은 넓은 바다 가운데 사람이 아주 작은 존재로서 쓸쓸함을 대조적으로 잘 보여주죠. 공성훈 작가님의 작품들은 '극사실주의'에 가까워요.
극사실주의의 작품들은 미술을 감상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그림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진입장벽이 낮아 이해하기 쉽죠.
공성훈 개인전을 연 선광미술관의 전경. 출처 선광미술관
작가님의 <낚시> 작품을 보면서 내 상황을 빗대어 보았어요. 예를 들면, 작품의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는현대사회라고 볼 수 있고,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은 험난한 이 사회에 내가 글 쓰고 있는 모습, 작품 속 성난 파도는 당연히 온갖 방해요소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하늘에서 비추는 한줄기의 빛은.... 아마... 내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잘 될 거다'라는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스토리텔링 한번 해보았습니다.
공성훈 개인전에 전시된 웅덩이 연작들
작품들을 보면 재미난 게 작가님의 시선이 점점 바다로 향합니다. 시선이 후기로 갈수록 점점 더 바다와 가까워진다는 거죠. 처음에는 바다를 일정한 거리를 두며 바라만 보다가, 이내 풍경 안에 인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작가에게는 바다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시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웅덩이>(2019> 연작에서도 '시선'에 대해 흥미롭게 나타납니다. 거리 두는 것이 사라지고 숲과 보는 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숲이 점점 보는 이의 앞에 다가오고 점점 들어가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바닷가의 남자, 116.8cm x 80.3cm, oil on canvas, 2018. 출처 선광미술관
작가님의 풍경은 독일 낭만주의 화풍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독일 낭만주의 미술가들이 주로 자연 풍경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상과 정신성을 탐구하고 종교적인 숭고함을 드러내고자 했다면, 공성훈 작가님은 풍경이면에 깔린 현대 사회의 어둠과 고립감을 강조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모닥불 , 227.3cm x 181.8cm, oil on canvas, 2010. 출처 대구미술관
<모닥불>(2010) 작품을 보면 현대사회의 어둠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 질 녘의 하늘 풍경과 길게 뻗은 나뭇가지가 먼저 보여요. 작은 불씨는 어둠이 깔리는 순간과 대비를 이루며, 서늘한 대기에 온기를 더하고 있지요.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외로움을 좀 더 더해주는 소재로 보입니다.
공성훈 개인전을 연 선광미술관의 전경. 출처 선광미술관
최근에 제가 다녔던 풍경화 전시들을 보면, 도잉아트에서 열렸던 이지은 작가의 개인전, 갤러리애프터눈에서 열렸던 박지영 작가의 개인전등등 풍경화는 저에게 주로 힐링을 되었던 기억들만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공성훈 작가님의 개인전은 힐링보다는 자연 앞에서의 우리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평소에 제가 다녀왔던 풍경화의 전시와는 바이브가 달라서 인상 깊었습니다.
공성훈 작가님은 2013년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회화의 혁신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에 도전하여 일군 성취도가 뛰어나다."라는 극찬을 받으셨죠. 현재는 미술계에서 떠난 지도 3년이 되었습니다.
요즘 보면 추상회화와 미니멀리즘 전시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사이에 이렇게 극사실주의적인 작품들도 같이 나온다면, 한국미술계가 다양성도 추구하고 균형 있게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공성훈 작가님 같은 분이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암초 , 227.3cm x 162.1cm, oil on canvas, 2014. 출처 선광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