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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우 Jul 11. 2024

인디언 이라고 불린 북미 원주민들에게 우리가 배울 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거장을 시선, 사람을 향하다>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해외특별기획전이 또 열렸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대표하는 박물관답게 해외에 있는 기관과 같이 특별전을 개최하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이번에는 미국에 있는 덴버박물관과 같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올해 10월 9일까지 특별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특별전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미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풍습을 보여주는 151여 점의 전시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특별전 구성은 1부 '하늘과 땅에 감사한 사람들', 2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로 되어 있는데 이는 북미 원주민들이 서양인들을 만나기 전과 후를 나누어 구성을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먼저, 1부는 북미 원주민들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합니다. 사실 전시회를 들어서기 전에는 인디언 부족만 나오겠지 생각했었지만, 알래스카 이누이트족의 문화도 함께 소개해주어서 왜 이번 특별전에서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북미 원주민으로 소개를 했는지 이해했습니다.


사실 인디언이라는 이름도 유럽 사람들이 인도로 착각을 해서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당연히 북미 원주민으로 보는 게 그들을 존중하는 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를 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전경.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아기요람과 북미 원주민들이 신던 모카신(Moccasin)입니다. 원주민들에게는 아기가 자연의 의미를 갖는다고 해요. 요람에서 아기들이 자연의 기운을 느낄 있게 하기 때문에 아기요람은 북미 원주민에게 '시작'을 상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민족과는 달리 말의 안장에도 아기요람이 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카시트라고 수도 있죠.


사실 저는 아기요람보다 그 위에 조그마하게 있는 모카신(Moccasin)에 눈이 더 갔습니다. 그 이유는 신발이 상징하는 게 인간과 자연의 매개체라고도 보기 때문이죠.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자연이라면 땅과 인간사이에는 늘 신발이 존재합니다. 원주민 언어 중에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노랫말이 있어요. 그 의미는 땅과 바람과 불, 그리고 우리 몸이 따로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주민의 깨달음이죠.


이러한 점에서 모카신(Moccasin)이 가장 먼저 있다는 것은 이번 특별전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라는 메시지를 제일 먼저 전달하고 싶은 기획자의 의도가 매우 돋보였습니다.


<아기를 위한 요람>, 카이오와족 원주민 추정, 1915-1920년, 높이 120.65cm, 덴버박물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말과 말의 안장. 말에 달린 아기요람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보여주는 집, 옷과 그릇 등등 30여 개 부족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른 나라의 민족과 차이점이 있다면, 북미 원주민들에게는 일상과 예술 그리고 종교에 경계가 없습니다. 일상용품이 예술품이 될 수 있고 그저 식도구들이 종교의식에 쓰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에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물건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릇의 표면에 사슴이나 새와 같은 동물이나 자연을 나타내는 그림들은 북미 원주민들이 얼마나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 온 그릇>, 11~13세기 추정,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북미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이 두드러지는 토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조금 더 들어가면, 북미 원주민들의 직조공예품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직선만 사용한 작품들이 있다면 나중에는 기하학 패턴이 들어있는 작품들도 보이죠. 직조공예품들을 보면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전시 중인 <한국 근현대 자수>에서 봤던 작품들이 떠올라서 동양과 북미의 서로 다른 매력을 생각하면서 작품들을 감상했습니다.


직선만으로 단조로움을 표현한 직조공예품,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기하학 패턴이 들어간 직조공예품.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개인적으로 1부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작품인 1860년대에서 1890년대 사이에 네즈퍼스족 원주민에 의해 만들어진 '존경의 상징 독수리 깃털 머리장식'이 홀 중앙에 있습니다. 길이가 2미터가 넘는 만큼 대단한 포스가 느껴졌어요.


이 장식은 원주민 공동체에서 넓은 관대함을 지니거나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고 전투나 사냥에서 가장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부족의 추장들이 쓰거나 존경받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보면 영화나 드라마 등등 대중매체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게 보여서 기억에 남았어요.


<존경이 상징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 네즈퍼스족 원주민, 1860-1890년대, 길이 207.01cm, 덴버박물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호피족의 신성한 존재 이자 소녀들의 수호신, 광대모양 카치나 코샤레, 나무에 칠, 가죽, 펠트,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1부를 다 보고 요약해 보자면, 부족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같았습니다. 세상 속 모든 존재들의 '관계'와 '연결'을 중요시합니다. 너와 나의 관계, 미래 세대와의 관계, 조상과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 어느 한쪽 치우침 없이 매우 조화롭고 균형 있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부는 유럽 사람들이 북미로 넘어와 정착하면서 달라진 북미 원주민의 삶을 제가 좋아하는 회화 위주로 작품들을 다루었습니다. 북미 원주민들이 왜 인디언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알 수가 있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북미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보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하는 원주민들과는 달리 유럽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골드러시'라는 개척 역사로 인해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동물, 식물들을 하등동물로 취급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살상하면서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골드러쉬 II, Oil on canvas, 1926,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겪었던 갈등과 위기의 순간 그리고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원주민들의 삶은 많이 달라졌고, 그 사이에서 스스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제일 처음에 들어온 작품은 '젊은 평원의 인디언'입니다. 그림 속 남자는 새 깃털장식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는 나바호족입니다. 북미 원주민 종족 중 하나인 나바호족은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모티브가 된 종족입니다.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당시 나바호족의 용맹함과 기상이 느껴집니다.


북미 원주민은 척박한 서부지역으로 모두 강제이주가 되었고, 영화 <아바타>에서도 나비족 역시 다른 지역으로 강제이주 됩니다. 갑자기 나타난 강자에 의해 두 종족은 평화롭게 살던 나날이 끝장나고 마는 공통점이 있어서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젊은 평원의 인디언, Oil on canvas, 1980,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 작품과는 달리 북미 원주민의 모습을 대체로 낭만적이고 평화롭게 그린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미국 서부로 땅을 넓히려는 사람들에게 원주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계속 퍼지게 하는 데 사용되었고 서부로의 확장을 장려할 목적으로 그려졌습니다. 평화로운 그림과는 달리 그 안에 있는 숨은 뜻 때문에 작품들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아서 작품을 감상할 때 슬픈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 문화의 일몰, Oil on canvas, 2006,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 외에도 북미 원주민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갈등과 위기를 겪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운디니드 사건'과 여러 전투들 등등 지금의 미국이 되기까지 북미 원주민들이 겪었던 위기들을 회화 작품들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를 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전경.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2부에서는 서양인들이 북미로 오면서 원주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거 같았어요. 힘든 과정 속에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북미 원주민들은 자기들 만의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환경에 맞게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힘[프리츠 숄더(루이세뇨족)], 173.1cm x 203.6cm, Oil on Canvas, 1972. 덴버미술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특별전은 자연환경을 다루는 점에서 2024년도 트렌드에 맞는 전시라고 보이고 현대사회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북미 원주민들은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말처럼 자연, 관계 그리고 조화를 기반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라는 생활방식이 배어있죠.


현대사회의 우리는 서로 급을 나눠서 무시하고 배제되고 그러기 바쁘죠. 그리고 자연과 어울리기보다는 산업혁명 이후 자연을 이용해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열심히 훼손하고 있는 점을 보면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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