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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우 Nov 13. 2024

진영 작가, '쉼의 공간인 공원으로의 초대'

아르떼케이 <사이>

인간의 내면을 앵무새를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진영 작가님의 개인전은 아르떼 케이에서 11월 6일까지 진행했었습니다. 진영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작년 10월 화이트 스톤 갤러리에서 열린 개관 단체전이었죠. 여백이 없이 빼곡히 채운 진영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색감이 너무 예뻐서 제 시선을 사로잡았죠. 아름다운 숲 속에서 앵무새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저한테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시작해서 진영 작가님의 개인전을 꾸준히 방문했었어요.


Find  something, 60.6cm x 50.6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아르떼케이


제가 진영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보통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그림들은 캐릭터가 구도상 메인으로 나오거나 아님 배경이 메인을 받쳐주는 작품들이 많아요. 하지만 진영 작가님의 그림은 배경과 캐릭터가 조화가 잘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무새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다는 것도 너무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 특유의 톤 다운된 블루 계열의 색감을 배경으로 사용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작품을 가만히 보면 블루 계열의 색이 지금 우리의 어두운 사회를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그 속에서 웃으면서 재밌게 지내는 앵무새들을 보면 우리에게 '힘든 세상 속에서도 즐거움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고 전달하는 일반적인 캐릭터 작품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진영 개인전 <사이> 전시회를 연 아르떼케이 전경, 출처 아르떼 케이.




이번 개인전의 타이틀은 <사이>입니다. 이번에는 총 36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아르떼 케이에 따르면, '우리는 두 개의 지점 사이에서 벌어진 거리, 혹은 그 가운데 비어 있는 공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작가님은 모든 사이를 포착하고 캔버스 위로 옮기고 그것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은 오늘처럼 정의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창과 창 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사소하고,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대화와 온기처럼 다정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님의 개인전에서 '사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개념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그런 역할로서 기능한다.'라고 전달합니다.


2024년도 신작 <사이 03> 작품 속 다리에 있는 앵무새들. 출처. 아르떼케이.


진영 작가님의 다른 개인전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200호 사이즈의 작품 3점입니다. 모두 2024년작으로 일상을 모티브로 한 '공원 시리즈'를 대형으로 그렸어요. 이번 개인전의 타이틀이 <사이>와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타이틀 때문인지 유독 연못 위의 다리가 눈에 띕니다. 아치형 다리는 섬과 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서로 다른 세계관을 연결하고 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죠. 그리고 다리 밑에 짙은 깊은 색의 연못은 어둡고 시니컬하게 보여 타인의 세계관으로 넘어가는 장애물처럼 보였고요.


대형 작품 3점을 보면서 여태까지 내가 맺었던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를 사귈 때나 사회생활 하면서 맺은 관계 혹은 과거의 연애생활 등등..'나는 과연 작품 속의 앵무새들이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다가갔었는가?' 아님 누군가 다가오기를 바랐었는지 저의 관계에 대한 과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 맺는 게 어려움을 느껴는 지는 저로서는 작품 속의 연못이 정말 깊게 느껴졌습니다.


사이 01, 02, 03 , 193.9cm x 259.1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아르떼케이.


Moonlit night2 , 50cm x 60.6cm, Acrylic on canvas, 2024. 출처 아르떼케이




진영 개인전 <사이> 전시회를 연 아르떼케이 전경, 출처 아르떼 케이.


1층에서 대형작품과 '공원 시리즈'를 보고 2층으로 가면 한지에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숲 시리즈'보다 이전의 작품들입니다. 한지에 그린 작품들은 사실 저도 처음 봤습니다. 여백도 있고 동양적인 느낌을 받아 신선했어요. 진영 작가님은 학부와 대학원 모두 한국화를 전공하셨습니다. 작품활동 초반에는 한지를 이용한 작업들을 하셨다고 그래요. 하지만 어떠한 장르에 한정되어 있는 작가보다는 다양한 방면으로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캔버스에도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한지 작품들에서도 앵무새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초기에는 더 크게 그려져 있는 앵무새들이고 앵무새가 의인화되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앵무새의 탈을 쓰고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평소에 보던 앵무새보다는 덜 귀여웠어요. 초기작들은 생동감보다는 토네이도와 파도 때문에 역동적이라는 게 더 알맞은 거 같아 보였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작품 속의 자연 현상들은 재난상황으로 보였지만, 그 안에 앵무새의 모습은 웃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들을 넣으신 거지만, 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으면서 흐름에 라 일을 헤쳐 나가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The Wave 04 , 91cm x 116cm, 한지에 석채, Acrylic, 2013. 출처 아르떼케이


Tornado Effect 03 , 140cm x 140cm,  한지에 석채, Acrylic, 2011, 출처 아르떼케이


한국화 작품 중에 '호박 시리즈'를 선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진영 작가님은 2014년에 아기를 순산하셨어요. 아이가 탄생했을 때의 작가님의 기쁨을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는 뜻을 지닌 '넝쿨째 굴러온 호박'에서 영감을 받아 '호박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호박이 참 귀한 열매인 만큼 작가님한테 정말 소중한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죠. '호박 시리즈'를 착안한 이유를 알고 작품들을 감상하니 다산과 풍요를 중시 여기는 한국의 정서가 느껴진 전통민화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의 시리즈는 본인의 경험과 일상으로 만들어집니다. 작품이 탄생한 년도로 봤을 때, 아이를 가지게 된 행복을 '호박 시리즈' 작품들로 표현했습니다. 그다음 순서로 '공원 시리즈'는 공원에서 유모차를 가지고 산책하면서 힐링을 받은 느낌을 작품들에 투영했습니다.


전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작품들을 작업하셨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작품들의 감상하는 데 있어서 작가님의 의도가 큰 어려움 없이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Floating Sweet Pumpkins 01~02 , 25cm x 80cm, Acrylic on hanji, 2016. 출처 아르떼케이


So Sweet , 60cm x 60cm, Acrylic on hanji, 2015. 출처 아르떼케이




작품 하나하나의 스토리 텔링도 재밌지만, 진영 작가님의 작품은 요약하면 '생동감'입니다. 작품들은 아주 동적이고 앵무새들은 사람들의 감정들을 대변하듯 작품 속에서 재밌게 뛰어노는 모습이 너무 귀엽죠. 작가님은 대중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다른 현대 미술 작품들에 비해 감상하기도 쉬운 편입니다.


특히 작품 속에서 연못 위에 가로지르는 다리는 개인전 타이틀인 <사이>에 어울리게 매우 직관적으로 표현됩니다. 앵무새들이 즐겁게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인간관계든 새롭게 마주칠 미래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 Courtesy of Arte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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