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에 만들어진 예술, 바로크 예술이 서울의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국내 최초로 카라바조와 바로크 예술을 주제로 한 전시이기 때문이죠. 아시아 최대규모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공간 중 하나인 예술의 전당에서 특별전을 개최하는 거 보면서 그 위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양국의 문화교류를 기념으로 기획된 특별전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내년 3월 27일까지 특별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바로크 미술의 선구자인 카라바조를 중심으로 바로크시대 때 내놓으라는 화가들의 작품 57여 점의 회화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의 탄생배경은 바로 종교개혁 때문에 많이 발전하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종교개혁파는 성서의 주제와 관련된 본질적인 부분만 잘 드러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배경은 불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이번 특별전을 관람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현대미술보다 고전미술이나 전통회화를 더 좋아합니다.작품들의 의도가 너무 명확하죠. 현대미술은 정말 다양한 의도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끔은 작가들의 선 넘는 철학(?) 때문에 현대미술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전통회화나 공예는 다산, 풍요, 집에 악귀를 쫓아내거나 복이 많이 들어오라는 의도로 작품들이 제작되기 때문에 감상이 쉽죠. 왜 제작되었는지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전미술과 종교회화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토리텔링의 비중보다 그저 그 시대의 테크닉과 스킬만 집중해서 보고 감탄하면 됩니다. 그 시대의 왕실, 귀족, 종교 그리고 신화는 뭔가 내가 범접하지 못하는 세상의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고 내가 가질 수 없는 삶이라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의 구성은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뉩니다.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3. 정물화의 변모
4. 온건한 고전주의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카라바조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입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다른 미켈란젤로 때문에 출신지에서 따온 카라바조로 불리게 되죠. 이 당시에는 작업실에서 수련 생활을 했고, 주로 밀라노 교회에서 의뢰받은 작품들을 모사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카라바조에게 큰 영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는 모레토에게서 현실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익혔고, 캄피 형제들로부터 빛을 다루는 표현기법들을 배웠습니다. 사실 초반에 그의 행적에는 크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1번 섹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루도비코 카라치의 걸작품인 <성 바오로의 회심>입니다. 이 작품에서 낙마하는 모습은현실적이고 섬세한 스타일로 표현되었습니다. 훌륭한 구성과 화려한 색상 사용을 결합해서 인상적인 작품이죠. 작품 캡션을 읽어보면 작품의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미술애호가에게는 매력적이고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봤을 때 화가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보여서 전시회를 온 보람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대상의 질감을 강조하는 게 현실적이고 세밀한 그림의 기술을 사용한 걸 보니 눈이 즐거웠어요. 작품의 구성은 공간을 훌륭하게 사용하고 깊이와 움직임 감을 만들기위해 색상을 잘 활용한 게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러한 색상은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따뜻하고 밝은 색조를 사용하여 인물과 그에게 떨어지는 신성한 빛의 광선을 강조하죠. 색상의 사용은 작품에서 신비주의와 영성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 보였어요.
성 바오로의 회심, 250cm x 173cm, Oil on Canvas, 1587 출처. 예술의 전당
프란체스코 바사노의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는 언뜻 보면 그 당시 일상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닭과 생선을 손질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의 풍경을 상세하게 그렸습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품고 있는 모습과 강아지가 손질된 닭을 바라보는 모습이 작품 속 디테일을 살려줘서 재밌었어요.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배치와 주요 색상 구성을 통해 균형과 깊이가 있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상징하는 동일한 흰색 숄을 입혔고 그리스도의 사제들은 같은 색인 갈색을 입혔습니다. 그리스도와 사제들이 들어오면서 먹구름이 있는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이 작품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구름사이에 빛이 나오는 것이 일상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서 엄숙한 분위기를 나타내줘서 인상 깊었어요.
그리스도와 자매들과의 만남은 솔직히 종교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리스도 하고 마르타, 마리아 자매와 대화하는 장면은 실제 부활보다는 만남을 가짐으로써 사람들의 믿음을 통해 그리스도가 가지는 권능을 보여주었어요. 믿음이 없으면 기적이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시점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려면 종교적인 것이든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든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믿어야 뭐든 일어난다고 작품에서 말해주는 게아닐까 싶었습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151cm X 323cm, Oil on Canvas, 1586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카라바조는 카를로 보로메오 추기경이 이끌었던 밀라노 화파 예술가들 작업실을 자주 찾았습니다. 흑사병의 유행으로 추기경의 업적, 정치적 역할이 중요했던 시기에 그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추기경에게 헌정된 수많은 초상화들을 남겼습니다. 인물의 뚜렷한 윤곽이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죠.
1595년경 카라바조는 로마에서 초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로마의 주요 작업실들이 밀집한 비아델라 스크로 파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대형 인물 초상화를 그리는 모사 화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카빌리에르 다르피노의 작업실에서 정물화 기법을 배우게 됩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여기에서는 밀라노 화파를 이끌었던 추기경의 초상화를 그린 조반니 암브로지오 피지노의 <성 카를로 보로메오의 초상>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 화가는 밀라노 출신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때부터 활동했습니다. 당시 반종교개혁 신학의 엄격함과 경건함이 지배하던 시절 16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화가였죠. 초안가로 가장 잘 알려진 조반니 암브로지오 피지노는 숙련된 초상화 화가였습니다. 종교적 감성에도 탁월했던 이 화가는 추기경 복장을 한 측면 반신상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16세기말 또는 17세기 초에 제작되었고, 보로메오를 그린 초상화 중 최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성 카를로 보로메오는 추기경이자 가톨릭 신앙의 저명한 교리교사였습니다. 1571년에 그가 일하던 지역은 극심한 기근을 겪었고, 그동안 그는 굶주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으며 3개월 동안 매일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자비로 부양했습니다. 동시에 찰스 자신도 미열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상당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자선 단체에 아낌없이 기부했으며, 많은 당국자들이 도주하던 시기에 흑사병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했습니다. 아마 이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훌륭한 인물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덥수룩한 수염과 매부리코가 매우 인상적이지만, 추기경의 눈빛은 그 당시 흑사병으로 고통받던 시민들을 향한 그의 깊은 헌신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성 카를로 보로메오의 초상, 64cm x 49cm, Oil on Canvas, 1600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이다음으로 만나 볼 초상화는 안티베두토 그라마티카의 <성 체칠리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배경은 어둡게 하고 인물은 밝은 색의 옷을 입히고 흰색 터번을 씌우면서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이로 인하여 체칠리아의 연주가 보다 생동감이 있고 강렬함이 전해집니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안티베두토 그라마티카는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다고 전해요. 그래서 음악의 수호성인인 체칠리아의 연주하는 모습을 작품에서 더 강조하기를 원했던 거 같습니다. 주로 비올라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을 많이 그렸습니다. 체칠리아라는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백합이었어요. 체칠리아의 뜻은 '하늘의 백합'입니다. 작품 속 그녀의 눈을 보면 정말 티 없이 하얀 절정을 연상하게 만들고 다정한 성품이 느껴졌어요.
사실 이 그림을 이렇게 적은 이유는 카라바조의 작품 중 가장 큰 특징인 빛과 어둠의 대비 효과를 극단적으로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안티베두토 그라마티카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학설이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적어보았습니다.
성 체칠리아, 90cm x 72cm, Oil on Canvas, 1620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3. 정물화의 변모
카라보조가 델 몬테 추기경의 의뢰로 제작하여 보로메오 추기경에게 기증한 <과일 바구니>를 시작으로 정물화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카라바조는 그의 작품에서 사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고, 극적인 빛을 활용해 미세한 디테일과 결점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정물화의 사실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그의 정물화는 관객에게 내적 성찰을 유도하며, 시간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상기시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3번 섹션에서는드디어 고대하던 카라바조의 작품 <도마뱀에 물린 소년>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죠. 작품 속 곱슬머리 소년의 모습은 카라바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전합니다. 귀 뒤에 꽂은 흰 장미는 사랑의 열정을 상징하는 암시이고, 앞에 있는 붉은색 체리는 욕망과 관능적인 즐거움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병 속에 섬세하게 묘사된 장미 줄기의 가시는 사랑의 고통이라고 해석됩니다.
사실 이 작품이 그 당시 각광받았던 이유는 초반에 카라바조의 작품은 실제 생활모습의 작품들 그리고 항상 정적인 모습과 고요함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도마뱀에 물린 소년>의 작품으로 움직임과 폭력성을 포함했습니다. 정체되었던 그의 작품에서 벗어나는 성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카라바조는 큰 두상 초상화를 그리는 모사 화가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나온 작품은 피렌체의 로베르토 롱기 미술사 연구재단에서 온 것이고 또 하나는 영국 런던내셔널갤러리에 있습니다.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죠. 이번 특별전에 나온 작품에서는 영국 버전과 달리 오른쪽 눈에 눈물이 선명하게 묘사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왜 두 가지 버전을 그렸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에는 그 당시 카라바조는 여러 비평가들로부터 그의 한계를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정체기를 벗어나고자 했던 의지가 강해서 실험적으로 작품을 하다 보니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이 나오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65.5cm x 50cm, Oil on Canvas, 1595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외에도 카라바조가 그렸다고 추정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이에요. 이 작품에는 한 소년이 앉아 과일을 깎고 있습니다. 소년의 모습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소년의 얼굴과 손에 비치는 빛 그리고 그림자의 섬세한 표현이 작품의 큰 특징입니다. 단순한 장르화로 구분될 수 있지만, 과일 상징주의를 생각하면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년이 특정 과일을 선택한 것은 유혹에 대한 저항을 나타낸다고도 하죠. 소년의 표정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보여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카라바조의 빛과 그림자 표현이 작품에 어떠한 분위기를 더해주는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과일 껍질을 벗기는 소년, 66cm x 51cm, Oil on Canvas, 1595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이번 섹션 주제가 '정물화의 변모'인 만큼 오르소라 마달레나 카차의 <과일, 꽃, 메추라기가 있는 정물화>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우선, 이 화가는 수녀입니다. 정물화 이외에도 많은 장르의 작품들을 그렸죠. 특히많은 종교 작품에 정물화적인 요소를 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정물의 이러한 요소는 화가가수녀원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작품으로 나타냈습니다. 화가의 정물화 중 상당수는 독창적이고 이 당시에는 주목할만한 것으로 간주되었어요. 화가의 정물화에서 각 요소의 구성은 꼼꼼하게 배치되고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에서 다양한 종류의 꽃과 기타 식물을 묘사했습니다.
<과일, 꽃, 메추라기가 있는 정물화>의 작품을 보면, 메추라기는 예수를 상징하고 무화과와 자두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희생의 의미를 담고 있죠. 작가님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영성으로 가득 차 있고 섬세함이 거의 실물과 흡사합니다. 오르소라 마달레나 카차는 종교화에서 여성 리더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화가가 없었다면 수녀들의 예술적 측면을 탐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일, 꽃, 메추라기가 있는 정물화, 42cm x 52cm, Oil on Canvas, 1630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4. 온건한 고전주의
17세기에는 자연을 연구하는 방식이 카라바조의 자연주의와 카리치의 고전주의로 나뉘었습니다. 동시대인들은 절대적인 천재 카라바조 못지않은 인물로 안니발레 카라치를 꼽으며, 그를 '신 라파엘로'라 칭송했죠. 안니발레의 고전주의 회화 개혁은 제자들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그는 코레지오의 환상적인 색채, 티치아노의 명암법, 라파엘로의 로마 시기 작품에서 나타난 웅장함, 그리고 고대 예술의 장엄함을 되살려 아름다움의 보편적 이념을 추구했어요.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신 라파엘로'라고 칭송받던 안니발레 카라치의 <성가족과 아기 성 세례자 요한> 작품을 먼저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작품은 1600 년경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고 젊은 세례자 성 요한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는 무릎에 앉은 아기 예수의 균형을 잡고 있고 동물 가죽을 입은 세례 요한은 그녀의 망토를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요셉 성인도 그 자리에 있어서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작품 속 장면은 폐허가 있는 고전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구성에 깊이와 맥락을 더하고 있죠. 풍부한 색상 균형, 형태의 조화, 빛의 유희로 찬사를 받으며 자연주의와 신의 존재감을 혼합하는 안니발레 카라치의 능숙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아닌 구리판 위에 그린 것입니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대비되는 효과를 잘 이용한다면, 이 작품을 보면서 카라치는 빛을 가지고 노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소 어둡거나 비극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만큼은 밝고 아름답고 성스러운 느낌을 받아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성가족과 아기 성 세례자 요한, 36.5cm X 27.5cm, Oil on Copper, 1600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바로크 회화에서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 일명. 구에르치노의 영향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드라마틱하게 사용하는 능력과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은 여러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구에르치노의 유산은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기념되고 있으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에르치노가 그린 <부상당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작품을 보면, 에르미니아는 연인 탄크레디가 중상을 입고 누워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에르미니아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땋아서 탄크레디의 피 묻은 상처를 치료합니다. 그리고 그의 종자 바프리노가 그 위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세 인물의 상호보완적인 포즈, 몸짓, 표정은 그들의 감정과 순간의 절절함을 반영합니다. 프레임의 한계를 뛰어넘어 터져 나오는 듯한 구도, 애니메이션적인 드라마 효과로 그 순간의 고통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죠. 명암의 강한 대비, 벨벳 같은 색상 그리고 고도로 독창적인 스타일, 아이보리 색조의 살색, 노란색의 영역, 황토색, 진청색 옷자락이 의심할 여지없는 걸작을 만들어줍니다. 작품에서 '자연주의 명암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상 당한 탄크레디를 발견한 에르미니아, 155.4cm X 178cm, Oil on Canvas, 1619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카라바조는 온화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그의 난폭하고 경명적인 갱단 두목 같은 모습으로 인해 자주 폭력사태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로마에서 그와 함께 범죄룰 저지른 동료 중에는 오리치오 젠틸레스키가 있었고, 그의 적으로는 토마소 살리니와 조반니 발리오네가 있습니다. 이 둘 모두 카라바조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섹션에서는 카라바조가 나폴리에서 만나 작업실을 공유했던 루이 핀송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1
루이 핀송은 화가, 사본가, 미술상이었습니다. 주로 초상화, 종교화 그리고 우화를 그렸죠. 이탈리아로 이주한 후, 나폴리에서 개인적으로 알게 된 카라바조의 추종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카라바조의 작품을 모방하여 여러 개의 사본을 제작하는 일도 했었죠. 루이 핀송은 미술상인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북부 카라바조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600년경에 제작된 <비너스와 큐피드>는 카라바조의 자연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기 전의 핀송의 초기 스타일을 보여줍니다.이 그림은 로마의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그녀의 아들 욕망과 애정의 신 큐피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누드의 비너스가 누워있는 침대의 커튼 뒤에는 중매쟁이가 젊고 매력적인 처녀를 한 노인에게 소개하는 장면입니다. 보통 비너스와 큐피드가 나오는 작품들은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다정한 순간을 포착하여 그들의 유대감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주제를 강조하지만, 이 작품은 루이 핀송만의 희극적이고 비극적 요소를 결합하여 풍자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약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초기스타일의 작품들은 어떤 화가든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아님 초기작에서 현재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고전 미술을 그리는 화가들의 초기작은 만나기가 힘듭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그나마 카라바조의 영향을 덜 받은 루이 핀송의 초기작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후의 작가님의 작품은 플랑드르 전통과 이탈리아 영향이 혼합되어 반영됩니다.
비너스와 큐피드, 106cm X 117.5cm, Oil on Canvas, 1615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다음으로 카라바조와 대립하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조반니 발리오네의 <삼손과 들릴라>인데요. 이 화가는 원래 후기 매너리즘 스타일의 화가로 훈련받았으며, 후기 매너리즘 시대와 초기 바로크 시대의 작품으로 유명했습니다. 16세기말에는 교황청의 주요 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발리오네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를 특징으로 합니다. 인물을 눈에 띄는 어두운 배경과 결합하면서 강렬한 명암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삼손과 들릴라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들릴라가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힘을 빼앗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바로크 미술의 강렬함과 구성 및 감정 표현에 대한 화가의 독특한 접근 방식은 전형적인 발리오네 스타일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화가의 명암대비 기법은 깊이감을 조성하고 배신감을 강조합니다. 어두운 배경 덕분인지 들릴라의 단호하면서도 슬픈 표정과 자고 있는 삼손의 취약한 상태가 매우 사실적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들릴라가 입은 드레스 직물의 복잡한 질감과 머리카락의 섬세한 처리는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줘서 몰입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남겼지만, 카라바조는 재판 중에 발리 오네를 비난합니다. "나는 조반니 발리 오네를 훌륭한 화가로 칭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림은 조잡하고 최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재판기록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법정에서는 문제는 모욕이고, 누가 더 위대한 예술가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결국은 카라바조가 투옥되면서 영원할 것 같은 명성과 영광은 끝이 나고 말았죠.
삼손과 들릴라, 109cm X 87cm, Oil on Canvas, 1625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
카라바조는 전 세대에 걸쳐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페데리코 추카리와 조반니 발리 오네 같은 주요 화파의 창시자들은 카라바조의 작품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작품이 현대 회화의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카라바조 예술의 혁신은 대담하고 생생하게 주제를 표현하여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작품에는 설득력이 있었으며, 공개적으로 적대시했던 대립자들 조차도 카라바조를 모방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를 연 예술의 전당 전시전경. 출처 예술의 전당.
<그리스도의 체포>는 1602년경에 그려진 카라바조의 가장 극적이고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유다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를 배신하고 예수를 체포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시그니처 기법인 명암대비를 사용하여 빛과 어둠의 뚜렷한 대비를 만들어 장면의 감정적 강렬함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비추는 밝은 빛과 유다의 배신적인 입맞춤은 주변의 어둠과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사실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매우 감동적이어서 이 작품을 다루었어요. 예수의 차분하고 체념한 표정은 유다의 다급함과 군인들의 공격성과 다소 비교가 되었죠. 특히 랜턴을 들고 있는 남자는 카라바조 자신의 자화상으로 여겨져 장면에 개인적인 손길을 더해줍니다. 구도는 촘촘하게 집중되어 있고, 인물들이 뭉쳐져 있어 긴장감과 속도감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인하여 작품의 스토리텔링과 깊이감을 더욱 향상합니다.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표정과 몸짓은 꼭 저를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서 이번 섹션과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스도의 체포, 140cm x 170cm, Oil on Canvas, 1602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마지막으로 테오도르 롬바우츠의 <루트를 연주하는 자화상>을 다루어 볼까 합니다. 이번 특별전에 출시된 작품들은 어둡고 비극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카라치의 <성가족과 아기 성 세례자 요한>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는 밝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자화상은 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테오도르 롬바우츠는 본인 스스로가 카라바조의 추종자라고 자랑스럽게 다녔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 테오도르 롬바우츠의 음악적 재능과 예술적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특별전에서 출시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자신감 있고 매력적인 태도로 루트를 연주하는 화가를 제대로 묘사했어요. 구성이 매우 친밀하여 관객을 음악 창작의 순간으로 끌어들입니다. 작품을 보면 빛은 화가 자신의 얼굴과 손을 비추고 악기인 루트의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카라바조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40세의 나이로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롬바우츠의는 작품은 역동적인 구성과 정서적 깊이로 계속해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6번 섹션은 다른 섹션들에 비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피날레를 담당하는 만큼 평소에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빛과 어둠의 대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루트를 연주하는 자화상, 111cm x 98cm, Oil on Canvas, 1625년경 출처. 예술의 전당
<황홀경의 막달라 마리아>,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카라바조는 40세라는 나이에 사망하였습니다. 현대사회의 수명에 비교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수명을 다했지만, 옹호자와 대립자가 있을 정도로 카라바조가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정말 대단했죠. 하지만 말년에는 살인을 하고 도망자 생활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설이 있어서 그에게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카라바조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광채를 부여하기 위해 극적인 효과를 끌어냅니다. 빛과 어둠의 대비 효과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바로크 시대에 그의 작품과 명성이 한 줄기의 빛과 같다면,카라바조의 인생에서 말년은 어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에게 다가온 어둠이 더 깊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이 안타깝고 허무하게 느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브런치 스토리에서 전시 리뷰를 올리면서 꼭 한 번은 고전미술에 대해 글을 적어보고 싶었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번 특별전을 계기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57여 점 중에 감명 깊게 관람했던 13점만 선택해서 썼는데도, 다른 전시 리뷰들보다 더 길게 쓰게 되었네요. 아시아 최대규모로 열린 만큼 새롭게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특히 역사적 배경 덕분에 다른 전시회보다 공부도 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