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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커리어 Jun 22. 2023

취향을 찾아서

제 취향이란게 있긴 한가요?

이사를 앞두고 있다. 드디어 집을 샀기 때문에 이사 걱정없이 내공간을 내 맘에 드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어졌다.

전세 사느라 메모장에 적어두기만 했던 갖고 싶던 가구들을 검색하며 찾게 되었다.

가격이 너무 비싼것도 많고, 하도 오랫동안 갖고 싶어하기만 해서 그 사이 유행이 지난 아이템도 있었다.

인스타에서 너무 많이 보여 갖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 가구에도 물론 눈이 돌아가고 있었다.

원하는 디자이너의 작품 같은 가구는 모두 가격문의였고, 해외 사이트를 통해 대략 가격을 알게 되자

굳이 국내 사이트에 문의 해볼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잠재워 지지 않는 빈티지 가구에 대한 욕망으로 집 주변 빈티지가구 점이 세일을 한다 길래 가봤다.

일단 입구에서 부터 당황했다. 볕 안드는 지하에 묵혀 두었던 가구를 꺼내 놓은듯 쾌쾌한 냄새에 코가 간질거렸다.

디자이너가 없는 가구들은 대부분 50% 세일이었고, 그래도 비쌌다.

이 가구는 어느 시절 어떤 사람이 얼만큼 쓰다 어디에 쳐박혀있었고, 어떻게 발견되어 바다 건너 여기 까지 왔을까…

그 시절이 느껴지게 낡고 낡아 있었다.

구석에 놓여 있던 좋은 목재로 만든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는 당연히 소형 현기차 정도의 가격이 붙어 있었다.

세일도 제외된 채로..

내가 인스타로 봐 온 빈티지 가구는 이런게 아니였는데… 그래도 빈티지를 사보겠다고 고르고 고르다 결국 빈손으로 나왔다.

집 오는 길 남편에게 고백했다.

‘ 나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게 아니였나봐.‘

‘ 내가 갖고 싶은건 디자이너들이 잘 만든 가구 였던것 같아.’

남편은 안도하며 다행이라 했다. 그 쾌쾌한 냄새가 나는 물건을 집에 둬야 하나 싶어 심난했다고 했다.

빈티지에 대한 욕망이 진짜가 아님을 완벽하게 깨닫지 못한 나는 포기하기 않고  작전을 바꿨다.

언노운 빈티지 제품은 제외 하고, 디자이너가 만든 빈티지 가구만 검색했다.

그러다 한스웨그너가 만들었다는 장을 발견하고 남편과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가격이 꽤 비쌌지만…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느끼며 사야겠다 싶어 판매자에게 상세컷을 요청했다.

남편은 상세컷을 보고 나무의 무늬나 질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한스웨그너의 장을 갖고 싶은 맘에 남편을 설득했다. 설득하면서도 맘 한편으론 뭔가 부족하다 느끼며…

다시 한번 생각 했다. 나는 유명한 디자이너 만든 가구를 빈티지 가구를  ‘무조건‘ 갖고 싶은것인가..?

그렇게 마음에 쏙 들지 않는데도 무조건 갖게 된 빈티지 가구가 나는 만족스러울까?

고민 끝에 구매를 포기했다.

유행 따라 생긴 나의 빈티지 욕심임을 완전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집엔 임스스토리지 1단짜리 책장이 있고, 임스 사이드테이블이 옆에 있다.

국내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고, 빈티지가 아니다.

거금을 들여 구매했지만, 찾아보던 빈티지 제품들보단 꽤 저렴하게 구매했다.

책으로만 보던 좋아하던 디자이너의 가구다. 그리고 너무 마음에 든다. 만족스럽다.

가구와 조명을 하나 하나 고르며 내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어떤 디자인에 끌리는지 알아 내는 것이 헷갈리지만 흥미롭다.

인스타 속 예쁜 집은 너무 많고, 예쁜 물건들로 보물창고처럼 꾸며 진 집도 수없이 보게 된다.

나에겐 그럴 돈도 없지만, 단지 보물창고같은 집을 만들고 싶진 않다. 내가 봐도 봐도 좋다고 느끼는 물건들이 조화롭게 집에 자리잡길 바란다.

인스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취향을 찾는 건 너무 어렵다.

내가 집에서 뭘 하고 싶은지, 뭘 느끼고 싶은지에 집중하며 내 공간을 잘 꾸며보고자 하는데…

나는 과연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찾아서 온전한 나만의 집을 잘 꾸밀 수 있을까…가보자..아늑한 내집을 향해..



가구 자랑입니다.


나무, 철, 디테일 같은걸 매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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