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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HYE JI May 09. 2023

석사학위논문 발표 일주일 전

논문 주제를 변경하라고요?

2020년 후기 신입생으로 입학 한 나는 4학기 동안 수업 및 논문을 끝내고 당연히 2022년 8월에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논문 그리고 9 to 6 일과 병행하며 4학기 동안 42학점을 이수하면서 석사학위를 받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나는 계획과 다르게 2023년 2월에 졸업을 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들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돌아보면 수료 후 연구생 1학기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에티오피아 지역연구를 위해 국제학 석사를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와 관련된 석사학위논문 주제에 대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막막하고 막연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 대학원은 2학기를 마친 후 지도교수를 컨택하는데 그때 논문계획서를 같이 제출한다. 처음 제출한 계획서와 최종 제출한 석사학위의 주제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2014년 2월부터 1년간 NGO(W단체) 에티오피아 지부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적이 있어 처음 제출한 계획서에는 경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비정부기구(NGO)의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했었다. 

Ethiopia AddisAbaba에서 NGO 근무 당시(2014)

하지만 막상 논문을 써야 할 때가 오니 먼저 제출한 논문 계획서 내용으로 석사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그 무렵 현재 근무하고 있는 P대학 교수님께서 석사학위논문 주제에 대해 물으셨고, 에티오피아 하면 '커피'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냐며 에티오피아 커피산업과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할 부분을 연관 지어 논문을 작성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이후 간략하게 리서치한 결과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기원지이며 대부분 소작농 및 유기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아라비카 종은 로부스타 종보다는 재배하기 까다롭고 온도에 민감하다. 또한 기후 변화는 커피 수확,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래전부터 환경문제는 국제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범국제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임이 분명하다는 내용을 도출할 수 있었다.  


2022년 2월 '에티오피아 커피 산업의 재조명'에 관한 내용으로 논문 계획서를 다시 작성하였다. 1달 이상 밤낮없이 40~50 페이지 분량을 작성하였는데 논문 발표 일주일 전 지도교수님이 논문을 뒤집어엎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에티오피아 지역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물으셨고, 굳이 타인이 궁금해하지 않는 에티오피아라면 다른 나라를 연구하는 것을 권유하셨다. 에티오피아 커피 관련 선행연구가 많지 않아 써 내려가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고, 석사학위논문은 어떤 현황에 대한 보고서가 아닌 아카데믹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주제를 변경해야 하는 일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 몇 주간 탈탈 털린 멘탈을 바로 잡으며 새롭게 논문 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논문 발표가 연기되면서 자신감뿐만 아니라 혹시 이후에도 내용과 주제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머리와 마음을 쉬어가며 다시 차근차근 논문 계획서를 고쳐 나가기로 했다. 내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에티오피아' 때문에 시작한 국제학석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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