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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보기 Dec 13. 2024

[회귀본능] 4. 나의 집, 나의 동네

- 나의 '어쩌다 부동산 투자'談

 “아, 집이다.”

<사진 설명> 드로잉 연습 2024.12.12

 출발할 때보다 무거워진 여행 가방을 문 앞에 세워놓고 소파에 털썩 누워버렸다.

그리고 찾아오는 마음의 안식.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났다.

 그리곤 게으름을 떨며 하와이에서의 에피소드를 잠시 떠올린다.

 신혼여행 때의 장면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그때의 감정은 무엇을 남겼던 걸까.

결혼 후 첫 여행이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행복해야만 해’를 되뇌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스친다.

잊지 못할 최고의 행복한 여행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여행이 어떻게 펼쳐질 지는 아무도 모르는 과정인 것을,

내가 계획한대로 통제되며, 일분일초 모든 시간이 행복으로 채워져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다.


<사진 설명> 전이수 작품 2024. 여름 어느날

  고향 동네에 짐을 풀던 이삿날은

하와이만큼이나 잊히지 않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기가 막히게 날이 좋았다.

‘어쩜 이삿날까지 나의 계획을 환영이라도 하듯 날씨까지 도와주네!’

평소 감정 표현이 많지 않고 늘 담담한 부모님도 내심 반가우신 지

매일같이 반찬과 생활용품을 날라다주셨다.

 예전 동생들이 쓰던 피아노에 에어컨까지 우리 집으로 오게 됐다.

 역시 예상대로 엄마는 등교 후 매일 혼자 있을 손녀딸이 걱정되셔서 오후시간이 되면 우리 집엘 오셨다.

 정말 오랜만에 안심하고 출퇴근할 수 있던 나날이 이어졌다.

여러모로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고향동네에서 한동안은 어린 시절의 내가 좋아했던 장소와 친구들을 떠올리며

 추억여행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처음 동네에 이사 왔던 날,

그리고 친구와 재잘거리며 하교하던 평범했던 날들에 대해.

 친구와 깊은 속내를 꺼내 이야기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던 시절을.

 그 시간들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반복하며 지나왔지만,

 마치 항상 봄날이었던 것 마냥 떠올릴 때마다 환하고 따스하다.

동네 길을 거닐며, 풋풋한 추억이 얼마 전 일인 듯 미소가 절로 나왔다.

어딘가 모르게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사그라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하와이에서의 첫날, 둘째 날은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먹고 싶었던 하와이 음식, 가보고 싶었던 명소를 예약하는 일 따위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

내 마음과 다른 남편의 의견과 행동,

모든 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의 계획과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해졌고,

여지없이 남편과 다투게 됐다.

돌이켜보니 신혼여행 때도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머릿속 편집시스템은 좋은 추억만을 남겨둔 것이었다.  


  여행 후 그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며칠 잠 한숨 못잔 사람처럼 깊은 잠이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와이키키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게 마은은 조급하고, 불안해져만 갔다.

함께 놀던 친구들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염없이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데, 왼쪽으로 가지고, 왼쪽으로 가고 싶은데 오른쪽으로 가지고….

 무슨 일인가 하고 옆을 보는데, ‘에구머니나!’ 내 몸은 온통 비늘과 지느러미로 이루어져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몸부림을 쳐봤다! 그리곤 꿈에서 깰 수 있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몸이 쑤셨다. 와이키키 바다에 연어가 웬 말인가.


연어가 들어있는 포케 샐러드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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